지난 해 제주 유나이티드는 강팀으로 떠오르며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냈습니다. 새롭게 부임한 박경훈 감독의 지휘 아래 선수들이 조직력을 앞세워 연고 이전 후 가장 좋은 성적인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쳤습니다. 만년 하위팀에서 상위권으로 거듭난 제주의 선전은 많은 팀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고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랬던 제주가 올해도 시즌 중반을 넘어서는 시점까지 3위에 오르며 강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통상 하위권에 처졌다 상위권에 오른 팀 가운데서는 꾸준하게 순위를 지키는 것이 힘든데 제주는 더욱 탄탄해진 스쿼드와 조직 축구를 바탕으로 5월 이후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는 지난해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더욱 돋보이는 시즌을 치러내고 있습니다. 온갖 악재들을 이겨내고 드라마틱한 장면들, 다양한 기록들을 쏟아내며 의미 있는 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 지난달 29일, 신영록의 쾌유를 기원하며 '그라운드가 너를 기다린다'는 문구를 유니폼에 새기고 화이팅을 외치는 제주 유나이티드 선수들 (사진=제주 유나이티드)
사실 제주는 올 시즌 초반 다소 부진했습니다. 초반 5경기에서 2승 3무로 선전했지만 공격수들의 활약이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는 경기를 놓쳤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기에 처음으로 도전했던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아쉽게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며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야심차게 준비했고 올 시즌 최고 목표 가운데 하나였던 AFC 챔피언스리그의 탈락은 제주 선수들이나 박경훈 감독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급기야 지난 5월 8일, 신영록이 대구 FC와의 경기 도중 부정맥으로 인한 심장 마비로 쓰러지면서 제주의 분위기는 잠시 어수선해졌습니다. 함께 뛰던 동료의 예기치 않은 사고에 선수들이나 팬들은 침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K리그 전체로 확산된 승부조작 사태에 따른 어수선한 분위기는 선수들의 마음을 흔들기도 했습니다. 시즌 중반을 넘어서는 시점에서 제주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했고, 이 분위기를 어떻게 잘 넘기느냐가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쓰러져 있는 동료 선수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 오직 최선을 다 해서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였을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제주는 더욱 끈끈한 모습으로 다시 떠올랐습니다. 골을 넣을 때마다 선수들은 신영록의 쾌유를 기원하는 세레모니로 팀이 더욱 다져졌고, 이를 통한 유기적인 조직 플레이로 보다 살아난 팀의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그러면서 초반에 많이 터지지 않았던 공격수들의 득점 본능도 서서히 살아났고, 수비도 안정화되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꾸준하게 승점 관리를 한 제주는 치열한 순위 경쟁을 뚫고 3위 자리를 몇 주째 지켜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베테랑 김은중은 많은 팬들이 고대했던 K리그 통산 100호 골을 터트리며 팀 사기를 더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미 신영록이 쓰러진 뒤 첫 경기였던 AFC 챔피언스리그 호주 맬버른 빅토리 팀과의 조별 예선 최종전에서 골을 넣고 '일어나라 영록아!'라는 문구가 담긴 속옷을 보여주는 세레모니로 맏형다운 모습을 보여준 김은중의 통산 100호 골은 개인 뿐 아니라 팀 전체에도 매우 의미가 있었습니다.

또한 경기에서 쓰러졌던 신영록도 44일 만인 지난달 말, 의식을 되찾고 일어나 많은 팬들을 감동시켰습니다. 병마와의 1차적인 싸움을 이겨내고 일어선 신영록은 일상 복귀, 그리고 더 나아가 그라운드 복귀를 목표로 재활에 돌입했습니다. 병원에서 힘든 싸움을 벌이는 신영록의 모습을 기억하며 제주 선수들은 더욱 투지를 불사르며 더욱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다짐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상승세를 탄 제주가 후반기에 더욱 떠오를 가능성은 높습니다. 팀 자체가 많이 안정된 데다 부상했던 선수의 복귀도 팀에 큰 힘을 실어줄 전망입니다. 지난해 초,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입었던 심영성의 복귀가 그렇습니다. 거의 축구 선수로서도 재기하기 어려울 줄 알았던 심영성의 그라운드 복귀는 공격력 상승에 팀 분위기 전환에도 더욱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를 통해 꾸준하게 3위권 성적을 유지하면서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내고 또 한 번 아시아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내려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지난해 이루지 못했던 우승 꿈에도 다시 도전할 수 있습니다. 잠시 어수선해도 마지막에는 활짝 웃는 제주가 되기를 박경훈 감독, 선수들은 꿈꾸고 있습니다.

더욱 똘똘 뭉친 팀이 더 높은 비상을 만든다고 합니다. 제주가 후반기에도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잘 활용하고 계속 거듭나는 팀이 될 수 있을지 눈여겨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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