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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급여 가압류' KT&G, 언론단체 “재갈 물리기” 비판강진구 경향신문 기자 “기자 활동 위축시키는 행위에 쐐기 박을 예정”..."누가봐도 보복성 소송"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05.18 16:00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T&G가 자사 비판 기사를 작성한 경향신문 기자와 경향신문 등을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기자 개인에게 급여 가압류를 신청했다. 법원이 본안 소송과는 별도로 급여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이자 해당 기자와 언론단체들은 “대기업의 언론 재갈 물리기”라며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KT&G는 지난 2월 28일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와 안호기 편집국장, 경향신문사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총 2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강 기자가 지난 2월 26일 보도한 <KT&G ‘신약 독성’ 숨기고 부당합병 강행 의혹> 기사의 내용 일부가 허위이며 KT&G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KT&G는 이에 그치지 않고 강 기자의 급여 가압류도 함께 신청했다.

강 기자는 영진약품 임직원 일부가 KT&G 자회사인 KLS에서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신약물질에서 독성성분이 확인돼 폐기처분해야하는 상황이라며 두 회사의 합병을 반대하다 해임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했다. 이에 KT&G 측은 신약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기사 내용 일부가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2월 26일 경향신문 12면에 실린 <KT&G '신약 독성' 숨기고 부당합병 강행 의혹>기사

지난 4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5부는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조정 회부 결정을 내렸다. 별도로 신청된 급여 가압류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59-2 단독 재판부는 4월 13일 “경향신문사로부터 매월 수령하는 급료 및 상여금 중 제세공과금을 뺀 잔액 1/2씩을 2억 원에 이를 때까지 가압류한다”고 결정했다.

‘급여 가압류’는 피고인이 손배 소송에서 질 경우를 대비해 손해배상금을 확보해두는 조치다. 심리 전에 이뤄지며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시적으로 피고인의 재산 사용을 정지해둔다. 하지만 KT&G의 경우 언론사가 아닌 기자 개인에게 2억 원의 급여 가압류를 신청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며 기자의 취재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진구 기자는 법원의 급여 가압류 인용 결정에 대해 "언론의 현실을 고민하지 않은 기계적 판결"이라고 했다. 강 기자는 “손해배상이 인용됐을 경우를 대비해 기자 급여 가압류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은 공동 피고인으로 회사와 기자에 걸고, 급여 가압류는 기자 개인에게 청구한 이유를 법원에서 심도 있게 살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기자는 본래 급여 가압류 인용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강 기자는 “본안 소송에서 보도의 정당성을 입증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아무리 형식적 조건만 보고 판단하더라도 기자의 급여를 가압류 할 필요가 없다. 기자의 심리적 위축을 노린 수단으로 변호사와 논의한 결과 본안 소송과는 별개로 이의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기자는 “본안 소송은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도 유사한 방법으로 기자들의 비판과 감시 활동을 옥죄고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방법으로 악용될 부분들에 대해서는 명백히 쐐기를 박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이번 기회에 언론 기자들에 대한 피해를 방지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KT&G 측은 지난해 14차례에 걸친 강 기자의 ‘일방적인 보도’에 이어 지난 2월 26일 보도가 나오자 회사의 명예와 신용이 실추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KT&G 관계자는 "이번 건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조정 신청을 했지만 해당 기자는 조정 의사가 없다고 해 불성립됐다"며 “언론피해구제 관련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소송대리 법무법인은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로 민사 본안소송을 제기하고 보전조치로서 가압류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조치는 강 기자의 일방적인 불공정 보도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 최소한의 방어권 행사로서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사료된다”고 했다. 

그러나 언론단체들은 “기자 월급 가압류는 언론 재갈 물리기”라며 KT&G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기자협회는 18일 “KT&G의 경향신문 소송과 강진구 기자 급여 가압류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고 “대기업의 언론 재갈 물리기”라고 명명했다. 기자협회는 “특히 KT&G가 기자 개인의 급여에 가압류를 신청한 것은 새로운 유형의 재갈 물리기”라며 “기자 개인의 생계를 어렵게 해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동시에 동료 기자들에게 심리적 위축을 주려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는 “KT&G가 채무 변제 능력에서 당연히 우위에 있는 신문사가 아닌 기자의 임금에 가압류를 걸었다"며 "기자의 밥줄이나 다름없는 월급을 가압류하는 상식밖의 소송을 제기한 의도는 너무나 뻔하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기업이 자본을 앞세워 기사에 개입하려 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영업이익만 연간 1조원에 이르는 대기업이 신문사도 아닌 기자 개인의 임금에 2억 원의 가압류를 진행한 것은 누가 봐도 보복성 소송이며, 자본 권력을 이용해 노골적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자협회와 언론노조,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는 KT&G를 향해 경향신문과 기자에 대한 소송과 급여 가압류를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거부할 경우 ‘대기업의 언론 재갈물리기 전형’으로 규정하고 자본 권력의 보도 개입에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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