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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시민사회 "이태원 클럽 언론 보도는 '혐오 선전'"300여개 시민단체 "언론의 차별·혐오, 방역에 도움 안 된다고 해도 아랑곳 않아"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5.14 18:04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태원 클럽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와 맞물려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언론보도가 쏟아지면서 혐오와 차별로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시민사회 전반의 비판이 제기된다. 

14일 전국 300여개 인권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혐오와 배제를 넘어서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7일 이태원의 한 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국민일보 보도 이후 머니투데이와 매일경제를 비롯한 여러 언론사들이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보도를 쏟아냈다"며 "'게이 클럽', '블랙 수면방' 등 확진자 동선 파악과 감염 예방에 전혀 필요하지 않은 정보들이 언론을 통해 자극적으로 전파됐다"고 비판했다. 

14일 전국 300여개 인권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혐오와 배제를 넘어서자"며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 관련 언론과 지자체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언론개혁시민연대)

국민일보는 7일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는 제목의 단독 보도에서 경기도 용인시가 발표한 확진자 동선을 넘어 나이, 성별, 직장, 해당 클럽의 상호 등을 기사에 적시했다. 국민일보 보도 이후 관련 보도가 언론 전반에서 이어졌고, 포털사이트에는 '게이 클럽' 등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머니투데이는 12일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에 찜방의 실상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뒤늦게 기사로 옮긴다"며 <컴컴한 방서 민망한 소리가… 5년전 차마 못쓴 블랙수면방 취재기> 기사를 게재했다. 

인권대응 네트워크는 "중앙재난대책본부와 정부가 '차별과 혐오는 질병 예방과 공중보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언급을 했지만, 언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지금도 혐오를 선전하고 있다"면서 "감염병 확산이라는 위기 앞에서, 인권은 한가로운 이야기처럼 취급된다. 방역과 인권이 서로 상충한다는 인식은 이렇게 만들어진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보도행태는 국가인권위원회, 중앙방역대책본부의 권고와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에 반한다. 인권위는 지난 3월 9일 코로나19 확진자 동선공개 시에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3월 14일 개인이 특정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것을 지침으로 세웠다. 확진자 개인 사생활에 대한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경우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자협회가 지난 2월 제정한 '코로나19 보도준칙'에서도 '인권 침해 및 사회적 혐오·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자극적 보도 및 방송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민일보 5월 7일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 9일 <"결국 터졌다"… 동성애자 제일 우려하던 '찜방'서 확진자 나와>.

인권대응 네트워크는 이 같은 언론보도와 함께 '게이 클럽' 등의 표현과 클럽상호명 등을 기재한 각 지자체의 재난문자, 경찰력 투입과 기지국 수사 등의 강도 높은 조치를 지적했다. 

서울시의 경우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자 경찰청과 통신사 협조를 통해 해당기간 이태원 인근 기지국 접속자 1만 3405명의 명단을 확보, 이들 전원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권장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서울시는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핫라인을 개설하고, 개인정보 유출 시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이 관련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특수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국가가 개인의 통신기록을 들여다봤다는 측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권대응 네트워크는 "언론이 보도를 통해서 혐오를 촉발했다면, 지자체는 정책을 통해 혐오를 확산했다"며 "강력한 방역을 위함이라고 하지만, 이는 동시에 고스란히 확진자와 접촉자에 대한 위협으로 작용한다. 사회구성원에게 정책이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행정의 특성상, 방역을 이유로 사회적 소수자들을 비정상적인 집단으로 치부하고 불필요한 개인정보 공개를 통해 혐오를 조장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인권대응 네트워크는 "감염병 위기에서 방역 대책은 권리 침해의 근거가 아니라, 권리 보장의 이유가 되어야 한다"며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인권의 원칙을 명확히 하고 그를 시행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다. 그리고 사실에 근거한 보도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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