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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갓, 지극히 평범' 서사 보도, 이제 그만신상공개되자 "중위권 성적의 아싸", "모범적인 대학생", "두 얼굴"…디지털성범죄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05.15 07:53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미성년자가 포함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붙잡힌 텔레그램명 ‘갓갓’의 신상이 13일 공개됐다. 경찰이 ‘n번방’ 최초 개설자인 문형욱 씨의 신상공개를 결정하자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그의 신상, 대학 생활, 동기들의 전언을 보도했다. ‘박사방’의 조주빈을 시작으로 4번째 신상공개이지만 매번 범죄자의 서사를 강조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왼쪽)보도와 아시아경제(오른쪽)보도

아시아경제는 13일 오후 3시경 <‘갓갓’, 문형욱 소속 대학도 ‘발칵’...현실선 “중위권 성적의 아싸”>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텔레그램 속 세상에서 ‘신’처럼 행세하던 ‘갓갓’ 문형욱(24)은 현실에선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며 그의 주변인들의 “꿈에도 생각 못했다”, “너무 충격적이다”라는 반응을 소개했다.

문 씨에 대해서는 수도권의 한 국립대학교 건축 관련 학교에 다니며 취득한 학점을 바탕으로 올해 졸업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문 씨의 대학생활은 “중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며 무난한 대학 생활을 했고, 주변인과 마찰을 일으키거나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일이 없다”고 서술했다. 문 씨와 같은 학과에 재학 중인 동기, 그와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는 대학생, 평소에 가깝게 지냈다는 대학생의 전언을 추가했다.

아시아경제는 “그의 모습은 ‘모범적인 대학생’에 가까웠다”며 근거로 공동저자로 이름이 올라온 논문, 대외활동 등을 서술했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끔찍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갓갓’이 낮에는 평범한 대학생으로 탈바꿈한 셈”이라며 혐의와 상반된 평소 모습을 여러차례 대비했다.

‘갓갓’의 평범함을 강조한 매체는 또 있다. 연합뉴스는 13일 <대학생 ‘갓갓’의 두 얼굴...‘내성적이고 평범한 건축학도’>기사에서 “일상생활 속에서는 졸업 과제를 준비하던 평범한 건축학도였다”, “주변에서는 ‘내성적이지만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신상이 보도된 직후 학교 동기들의 “놀랍다”, “소름끼친다”는 두 학생의 반응을 담았다.

이후 <검거 한 달 전 ‘휴학통보’…너무 평범했던 ‘갓갓’ 문형욱>(국민일보), <미성년자 노예로 부린 ‘갓갓’ 문형욱…현실선 “내성적인 아싸”>(이데일리), <대학생 ‘갓갓’ 두 얼굴…동문들 “일상에선 내성적…소름끼쳐”>(매일신문) 등이 문 씨의 대학 동기 입장을 받아쓰는 등 비슷한 보도를 했다. 

경찰이 텔레그램 ‘n번방’ 피의자들의 신상을 공개할 때마다 '신상털기식' 보도와 범죄자의 서사에 집중하는 보도가 반복됐다. 앞서 3월 24일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되기 하루 전 SBS는 조 씨의 신상 및 대학교 생활, 학보사에서 작성한 기사 내용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관련기사 : SBS '박사방 피의자' 신상공개, 시급성 있었나)

4월 16일 ‘박사방’의 조력자 ‘부따’ 강훈의 신상이 공개된 뒤에는 <개발자 꿈꾸던 모범생, ‘부따’ 강훈의 이중생활>(머니투데이)에서 “중학생 때 모범생”, “고등학교 때 학생회 활동” 등 범죄자 서사를 나열했다. 당시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모범생이라 할 수 없고, 가해자에게 이입할 수 있는 우려 등 독자분들 의견에 깊이 공감한다”며 사과하고 기사를 일부 수정했다. (▶관련기사 : ‘n번방’ 신상공개 될 때마다 ‘범죄자 서사’ 보도 논란) 같은 달 28일 ‘이기야’ 이원호의 경우 현역 육군으로 주변인들의 취재가 어려워 상대적으로 보도가 적게 나왔다.

‘갓갓’의 경우 범죄자 서사에 집중한 보도량이 확연하게 줄었지만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는 그대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시민단체 등은 범죄자의 개인사에 치중한 보도는 구조적으로 접근해야할 디지털성범죄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켜 보게 만든다며 꾸준히 지적해왔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응위원회는 지난 달 13일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언론보도 체크리스트를 발표하며 “가해자의 서사를 상세히 보도하는 것은 성폭력 사건의 논지를 흐리는 일”이라며 “가정환경, 성장배경 등을 상세히 기술하며 가해자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하게 만드는 것은 가해자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문제적인 보도”라고 지적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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