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한겨레가 창간 32주년을 맞아 2007년 제정한 ‘한겨레미디어 취재보도준칙’(준칙)을 전면 개정했다. 법조 보도의 지침이 되는 ‘범죄 수사 및 재판 취재보도 시행 세칙’(세칙)도 수정·보완했다.

보도준칙과 세칙은 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보강됐다. 총 7장으로 이뤄져 있는 취재보도준칙은 분량이 약 2.5배 늘었다. 일명 ‘가짜뉴스’라 불리는 허위·조작 정보가 쏟아지는 디지털 환경에서 신중한 사실검증이 필요하다는 규범들이 보강됐다.

2장 ‘진실 추구’의 ‘디지털 정보 검증’ 항목은 “디지털 정보는 누군가 특정한 목적으로 조작했거나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다른 취재원 또는 자료를 보완해 교차 검증한 뒤 보도한다”고 규정했다. 3장 ‘공정과 균형’의 ‘디지털 여론 정보의 편향 지양’ 역시 2007년 준칙과 달라진 부분이다.

14일자 한겨레 2면에 실린 <한겨레는 부분적 사실 넘어 '전체 진실'을 추구하겠습니다> 보도 중

이와 더불어 취재보도준칙 체계를 정비했다. 한겨레가 지향하는 가치에서 시작해 취재보도의 원칙과 태도, 취재보도의 구체적 기준 순으로 배열됐다. 2장에서는 사실보도에 그치지 않고 전체로서의 진실을 추구해야 하며, 방법으로는 철저한 사실확인 및 명확한 근거에 의한 정확한 보도를 제시했다. 3장에서는 다양한 관점과 반론, 오보 대응에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한다는 지침을 상술했다. “반론이 포함되지 않은 기사는 보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반론보장), “사안이 중대할수록 반론보장의 수준도 높아야 한다”(반론 보장의 수준) 등이다. 4장 ‘정직과 투명’에서는 취재와 보도 과정을 최대한 투명하고 정직하게 공개함으로써 독자와 소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범죄 수사 및 재판 취재보도 시행 세칙'에서는 재판 보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범죄의 증거, 피고인과 수사기관의 견해 등은 법정에서 공개되고 상호 검증되기 때문에 수사 때보다 재판 과정에서 사건의 전모가 규명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재판 과정과 결과를 적극적으로 취재 보도한다”는 항목이 그것이다.

한겨레는 이번 준칙과 세칙 개정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저널리즘책무실’ 설치를 규정했다. “기본으로 돌아가 신뢰의 위기를 앞장서 헤쳐 나가려는 것”이라며 “‘저널리즘책무실’을 두어 외부의 비판을 경청하고 기자들이 준칙을 성실히 시행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러한 준칙과 세칙 개정 내용을 14일 자 1면과 2면에 게시했다. 보도준칙 전문은 홈페이지에 올렸다. (▶한겨레 취재보도준칙 전문) 개정 이유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기사의 공정성과 정확성에 대해 독자와 시민이 많은 비판을 제기해 한겨레가 스스로 돌아보고 자세를 다잡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지난해 ‘조국 사태’ 국면에서 검찰 주장만 받아쓴다는 독자의 비판을 받는 동시에 소극적으로 보도한다는 질타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단독/“윤석열도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 검찰, ‘윤중천 진술’ 덮었다> 보도 이후에는 보도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이 일었다.

이에 한겨레는 지난해 10월부터 기자와 논설위원이 함께 참여하는 ‘취재보도 윤리 및 기준 점검을 위한 TF’(팀장 박찬수 선임논설위원)을 구성해 조사하고 토론했다. 배정근 숙명여대 교수, 이승선 충남대 교수, 오현경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해당 보도준칙과 세칙은 15일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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