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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 팬데믹’은 예고된 미래? 급격하게 다가온 변화의 물결, 해법은[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0.05.14 10:10

[미디어스=이정희] KBS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 모색하는 특별기획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 길을 묻다> 4부작을 마련하였다. 11일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의 <실업 팬데믹> 편을 방영하였고, 다음날에는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 아시아태평양 유통부분 대표가 코로나19로 변화된 소비 심리가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진단했다. 이어 13일에는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가 코로나19는 지금까지 바이러스와 어떤 차별성을 가지는지, 2차 유행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살펴봤다. 끝으로 14일에는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석좌교수가 자연과 인간이 공존을 통해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생태적 전환’의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경제 위기, 코로나로 증폭되다 

KBS 1TV 4부작 특별기획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 길을 묻다> 제1편 ‘실업 팬데믹’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 길을 묻다> 첫 시간을 연 성태윤 교수는 우리나라가 코로나 이전부터 경제 상황이 심각했다고 진단한다. 그 예로 지난 2년간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와 GNI(Gross National Income, 국민총소득)가 연속적으로 감소해왔다는 근거를 든다. 이처럼 2년에 걸쳐 감소한 경우는 1997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금융 위기밖에 없었기에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왜 코로나 이전부터 우리 경제는 위기 상황이었을까? 그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 52시간제이다. 미국의 경우 주 40시간 이상을 근무할 경우 임금을 1.5배 늘린다던가, 의사 등 특수 직종은 그런 초과 수당에서도 제외시키는 등 탄력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독일 맥주회사는 근로시간 계좌 제도를 운영하여 수요가 많은 여름에 초과근무를 하여 근로시간을 저축하여 놓고, 일감이 없는 겨울에는 줄이는 등 역시나 탄력적 운용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 52시간을 경직적으로 시행하다 보니 정작 노동자들이 수당 등으로 보전했던 임금이 감소하며, 주 52시간만 근무해도 충분한 월급을 받는 괜찮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근로자도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무엇보다 기업이 심각하다. 적은 노동 시간으로도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산업 시스템으로 재배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 52시간 제도를 맞이하다 보니, 노동비용은 증가하지만 생산성 향상은 이루지 못하는 등 경제 적응력 자체가 떨어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고 이것이 고스란히 경제 지수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외부 요인이 겹쳐 '존망지추(존속과 멸망, 또는 생존과 사망이 결정되는 아주 절박한 경우나 시기)'의 위기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성 교수는 안타까워한다. 

KBS 1TV 4부작 특별기획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 길을 묻다> 제1편 ‘실업 팬데믹’

특히 그 직격탄은 청년 계층에게 떨어졌다. 기업들의 3/4이 예정된 채용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하다 보니 취업을 준비해왔던 청년들은 망연자실하게 되었다. 취업만이 아니다. 자영업이 어려워지다 보니 알바 자리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청년층만의 경우라 할 수도 없다. 그 이전 연도에 비해 19만 5천 명이 감소한 취업자 수는 60대를 제외하고 전 연령대에서 감소했고, 이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대치이다. 

지금까지 15만 6천 명이 실업급여를 신청한 상황, 호텔, 항공, 대기업 등 직종과 나이에 상관없이 실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실제 무급 휴직 등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직장인들이 160만 7천여 명으로 작년 대비 4배나 증가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이런 대규모 일자리 위기는 코로나19가 사라지면 덜해질까? 성태윤 교수는 장밋빛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길고 험난한 과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과 독일의 서로 다른 해법 

KBS 1TV 4부작 특별기획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 길을 묻다> 제1편 ‘실업 팬데믹’

그렇다면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킬 방법이 있을까? 이에 성 교수는 임금을 유지하며 일자리를 지키는 건 ‘지니의 요술램프’가 없는 한 불가능하다며 결국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다. 그리고 제시한 두 가지 사례. 

그중 첫 번째는 미국 GM의 사례다. 미국은 기업이 어려울 때 즉시 해고할 수 있는 '외적 조정' 제도를 택하고 있다. 한때 미국 최고의 노동자 보유 기업으로 미국 산업을 선도하던 GM은 2009년 파산을 신청했다. 생산 공장을 폐쇄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한편 고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수의 노동자를 해고하였다. 그 결과 GM은 39일 만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GM이 한 대규모 해고의 사회적 여파는 컸다. 개별 기업으로서는 파산을 벗어나는 즉각적이고 실효성 높은 해결책이지만,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로 인해 전 사회적 경기 불황의 여파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즉 기업은 회생했지만 노동자들이 구매력을 상실하며 사회적 부담은 외려 커진 것이다. 

그와 반대의 사례는 독일 폭스바겐이다. 볼프스부르크의 폭스바겐은 통일 후유증 등으로 이익률이 급감하자 노조의 합의 하에 임금을 삭감한 생산라인 '아우토 5000'을 만든다. 여기서 만든 차는 가격과 품질에서 호평을 받으며 2005년 이래 가장 많이 팔린 차가 되었고, 이런 생산공정 변화의 수익을 통해 폭스바겐은 위기를 극복했다.

폭스바겐의 사례는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며 위기를 극복한 사례다. 사람을 조정하는 대신 임금을 낮춰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내적 조정'의 방식으로 우리나라는 이런 폭스바겐의 사례를 '광주형 일자리'의 형태로 도입하여 최근 노동비용 증가와 수출 감소의 난제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KBS 1TV 4부작 특별기획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 길을 묻다> 제1편 ‘실업 팬데믹’

'내적 조정'의 사례는 2008년 금융 위기에 독일이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았듯이 사회적 여파를 줄인다. 성태윤 교수는 이런 '내적 조정'의 사례가 기업만이 아니라 노동자와 사회의 부담을 줄이는 '조정' 사례라고 적극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광주형 일자리가 취지와 달리 과정에 있어 여러 난제를 겪고 있듯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덧붙이고 있다. 

이러한 개별 기업이 경기 변화에 따라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의 '조정' 방식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달라질 기업 환경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성 교수는 강조한다. 일시적 부진을 겪는 항공이나 교통 부문은 정상화될 것이지만, 19세기 기계로 대체된 수공업으로 인해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자 기계를 부수는 ‘러다이트 운동’이 역사적 난센스로 기록되듯 이미 '언택트 사회'로 진행되고 있는 산업 부문 변화의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나 중소 상공인들이 코로나19로 위협을 받고 있는 한편에서 화상회의 서비스, 새벽 배송, 코로나 진단키트 기업 등이 사상 초유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새로운 기업과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기업, 스타트업을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20세기 미국이 우편 독점권을 해제하며 다양한 우편 배송업체가 등장할 수 있었듯이, 경제시스템 활성화를 위한 규제 환경의 합리적인 조정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결국 코로나19는 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에 봉착했던 우리 산업의 생태계를 더욱 급격하게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던진다. 산업혁명이 기계 산업의 발전이라는 겉모습 이면에 자유 경쟁이라는 시장경제논리의 사회적 확산이란 시대적 담론과 함께하듯이, 결국 지금 우리는 정체된 산업경제 시대, 그 이후의 시대를 급격하게 맞이하고 있다. 과연 이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성태윤 교수는 선택지는 열려 있지만 그 선택에 따라 사회와 기업이 맞이할 미래는 달라질 것이라 예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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