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월드컵이 끝난 뒤 항상 나오는 이야기 중에 하나는 바로 ‘아마추어 스포츠 선수에 대한 처우 개선’입니다. 선수들이 마음 놓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경쟁력을 키우고 궁극적으로 국제 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 일부 기업들이 나서 팀을 창단해 운영하는가 하면 체육시설 확충, 지역 내 학교 운동부 지원 확대 등을 추진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발전 방안들이 단순하게 지역, 기업 이미지 재고에만 혈안이 돼 나온 것일 뿐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온 것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해체되거나 없던 일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포츠 역시 자본의 논리에 의해 돌아가는 만큼 당장에라도 돈이 안 되는 것이라면 언제든지 나몰라라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잔뜩 기대하고 운동에 전념하다 갑자기 터전을 잃고 고개를 숙이는 아마추어 스포츠 선수들을 보면 안타깝기만 합니다.

▲ 지난 2009년 핸드볼큰잔치에서 대결한 벽산건설, 용인시청. 벽산건설은 모기업 재정 문제로 인천시 체육회로 넘어갔으며, 용인시청은 최근 해체 위기를 맞았다.
최근 용인시청 여자 핸드볼 팀이 해체 위기를 겪고, 정읍시청 여자 핸드볼 팀도 해체를 선언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아마추어 스포츠 운영에 대한 문제가 또 한 번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미 올해 초, 성남시청이 15개 종목 중 하키, 육상, 펜싱만을 남기고 모두 해체시킨 데 이어 지방자치단체 운동부가 잇달아 해체해 운동선수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또한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서울시, 경기도 군포시 등에서 만들겠다고 한 ‘김연아 빙상장’ 역시 건립 계획이 취소돼 피겨 스케이팅 꿈나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모두 올림픽, 아시안게임 같은 대회가 끝난 직후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예산 부족, 수익성 저하 등을 이유로 ‘없던 일’이 된 사례들입니다. 예산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1-2년도 지나지 않아 해체하거나 계획을 취소한 걸 보면 차라리 애초에 생각도 하지 않은 게 나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마추어 스포츠 팀은 없애면서 인기 종목을 운영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용인시청은 핸드볼 팀을 없애는 대신 창단 비용만 해도 수 천 억 원에 달하는 프로야구팀 창단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전라북도와 경기도 수원, 안산 등도 프로야구 창단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경남 창원에 9번째 프로야구 팀이 창단되기로 확정된 이후,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스포츠 가운데 가장 확실한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는 프로야구 창단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프로야구 창단에 관심을 가질 정도라면 아마추어 스포츠에는 왜 관심이 적은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멍석만 깔아놓고 갑자기 자리를 접었다 다른 판에서 다른 사람을 데리고 더 큰 판을 벌이는 것은 결과적으로 아마추어 스포츠를 두 번 죽이는 일이나 다름없습니다.

정부나 체육계의 생색내기 식 지원책도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2월, 비인기 종목 활성화를 하겠다며 지원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15개 종목에 모두 20억 6000만 원을 투입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1개 종목당 1억 3천만 원 정도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한 팀당 운영하는 연간 예산이 10-20억 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어림도 없는 액수입니다. 정부 지원 자체도 이렇게 확실하지 않다보니 팀을 운영한다 해도 불안할 수밖에 없고, 결국 잇달아 접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거나 국제 대회를 유치했을 때 정부나 체육계에서 “지원을 확대하겠다”,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지만 정작 오랫동안 관심이 지속돼서 실질적인 효과를 낸 적은 많지 않았습니다.

한국 스포츠는 세계 톱10을 자랑하는 ‘스포츠 강국’입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대규모 국제 대회가 열릴 때마다 많은 메달을 따내 국민들을 열광시켰습니다. 그러나 정작 내면을 들여다보면 마음 놓고 운동한 선수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 같은 현실을 안 몇몇 국가들은 한국 스포츠의 실태에 대해 ‘미스테리(Mystery)'하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톱10이라 해도 계속 해서 이 같은 ‘미스테리’한 현상이 반복되면 ‘스포츠 강국’의 위상은 당연히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나 체육계는 이에 분명한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은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서 선수들의 마음을 현혹시키는 식의 대책은 더 이상 내놓지 말아야 합니다. 아마추어 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꿈을 키워나가는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이것이 완전하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국민을 기쁘게 하는 것은 점점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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