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정부의 '데이터 3법' 시행령에 대해 가명정보 결합 관련 내용의 개선,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책임성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아울러 시민사회는 해당 시행령에 의견서를 제출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협회장 한성숙 네이버 대표, 이하 인기협)에 대해 "무분별한 개인정보 활용 욕망을 드러냈다"며 유감을 표했다. 인기협은 결합된 가명정보 데이터를 기업에 제공하고, 가명정보를 무기한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모임, 서울 YMCA,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민주노총, 한국소비자연맹 등 8개 단체는 11일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에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시민사회 공동 의견서를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8월 31일 경기도 성남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인 이른바 '데이터3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정부는 지난 3월 31일 데이터3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데이터3법의 골자는 가명정보의 활용이다. 가명정보는 개인정보 중 일부 내용만을 지우는 '가명처리'된 정보를 일컫는 개념으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익명정보'와는 차이가 있다. 데이터3법은 가명정보의 공적·상업적 연구 목적 활용을 골자로 하는데 시민사회에서는 가명정보 결합 등에 따라 개인정보 재식별 위험이 높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가명정보는 정보주체 동의 없이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전제로 두고 있다.

데이터 3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 담화에서 밝힌 '한국판 뉴딜' 추진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의 법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행령 입법예고까지 이뤄진 상황에서도 법적 미비와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우선 데이터3법 개정의 취지가 개인정보 보호법제 간 혼란 해소와 일원화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보호법이 유사한 조항에 대해 여전히 서로 다른 개념과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 단체는 "시행령에서라도 이러한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며 개인정보보호법이 기본법이고 개인정보 보호위원회가 개인정보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신용정보보호법에서 달리 규정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개인정보보호법 기준에 따라 신용정보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가명정보 결합과 관련한 조항 자체가 문제가 있을 뿐더러 개인정보보호법상 조항과 신용정보보호법상 조항의 차이가 커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게 시민사회 지적이다. 가명처리의 개념, 애초 수집목적 외 추가적 이용, 연구목적의 처리, 가명정보 결합 등 이번 개정의 핵심적 내용에 있어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보호법은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4일 참여연대,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펙트체크-데이터 3법, 왜 개인정보 도둑 법인가' 긴급 기자브리핑 현장. (사진=미디어스)

특히 시민사회는 가명정보 결합 절차는 두 법에 따른 절차가 전혀 다르게 규정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연장선상에서 시민사회는 신용정보보호법 시행령은 이종간 데이터 결합을 허용하고 있어 오히려 개인정보보호법을 무력화할 우려도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이들 단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가명정보 결합의 경우, 결합 신청이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한 목적'으로 수행되는지 판단하는 절차, 연구자의 자격 요건을 검증하는 절차, '신뢰할 수 있는 제3자'(한국인터넷진흥원)를 통한 결합 절차, 결합 데이터 반출의 기준, 연구 목적 달성 후 폐기를 의무화하는 절차, 해당 결합과 관련된 제반 정보 공개를 위한 투명성 원칙 등 전반적인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를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들은 "신용정보보호법에 따른 결합은 더욱 문제가 많은데 결합키를 결합의뢰기관(기업 등)이 생성하고 결합된 정보집합물을 결합의뢰기관에 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실상 박근혜 정부 당시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 수준으로 개인정보 침해우려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의 경우에는 그나마 별도의 분석공간 내에서 결합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신용정보보호법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배제하고 있는 것"이라며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도 개선되어야 함을 전제로, 신용정보보호법 상의 결합 관련 규정을 개인정보보호법과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밖에 시민사회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운영의 투명성 조항을 개선해 민주적 운영을 도모할 것 ▲개인정보 '추가적 이용·제공'이 수집목적 외 무분별하게 활용되지 않도록 엄격히 규정할 것 ▲공공기관 편의에 따라 민감정보 보호를 배제하고 있는 단서 조항을 삭제할 것 ▲가명정보 처리 목적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것 ▲전문개인신용평가업자가 금융거래정보를 취급할 수 있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단서조항을 삭제할 것 ▲가명처리된 개인신용정보도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기간 동안만 보유할 필요가 있어 그 이후에는 폐기될 수 있도록 할 것 등을 제안했다.

한편, 시민사회는 인기협이 제출한 의견서의 내용에 대해 "인터넷 기업들의 입장은 고객인 정보주체의 권리를 전혀 존중하지 않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CI

시민사회는 인기협이 두 시행령 규정이 야기하는 혼란을 문제점으로 짚으면서도 가명정보 결합과 관련해 신용정보보호법 시행령의 내용을 선호하는 것은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아닌 기업 등에 의한 가명정보 결합키 생성과 결합데이터 반출을 선호하는 것은 고객의 개인정보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행위라는 비판이다.

이들은 "(인기협이)'한국인터넷진흥원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유출·침해 등의 위험이 높아질 우려'를 거론하는 것은 기만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결합된 데이터가 원래의 기업에게 제공되었을 때 재식별의 위험이 없을 것이라 어떻게 장담하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이들은 "가명정보에 대해 파기하지 않고 무기한 활용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는 개인정보의 무한활용에 대한 솔직한 욕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일 지경"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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