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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자 수면방’, 5년 전 취재기 꺼낸 머니투데이"찜방의 실상 알릴 필요있어 뒤늦게"...기사 앞뒤로 '혐오 우려' 차단막, 그러나 "조회수 올리기 위한"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05.12 18:45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 보도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성 소수자 혐오를 확산시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번 확진자 동선에 포함된 클럽과 수면방은 주로 성 소수자들이 방문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가 ‘게이클럽’이라고 명명한 데 이어 머니투데이에는 5년 전 수면방 취재기까지 등장했다.

머니투데이 12일 <커튼만 쳐진 컴컴한 방, 5년전 차마 못쓴 블랙수면방 취재기> 보도 사진. 위 사진은 다음 포털에 전송된 기사 제목. 아래는 머니투데이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사 제목.

머니투데이는 12일 <컴컴한 방서 민망한 소리가...5년전 차마 못쓴 블랙수면방 취재기> 기사에서 “속칭 ‘찜방’은 남성 성 소수자들의 성적 욕구 해소를 위한 만남의 장소”로 “밀접한 신체접촉은 물론 성관계도 이뤄진다”고 소개했다.

기자는 5년 전 수습기자 당시 취재를 위해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 ‘블랙수면방’을 찾았고, 이곳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다녀간 곳이라고 밝혔다. 기자는 “5년 전 취재 이후 지금은 장소를 근처 다른 건물로 옮기긴 했지만, 영업방식이나 내부 분위기 등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2015년에 ‘블랙수면방’을 취재하고도 워낙 자극적이고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으로 기사화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에 찜방의 실상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뒤늦게 기사로 옮긴다”고 기사 작성 배경을 설명했다. 

해당 보도에서는 수면방 내부가 자세히 묘사됐으며 기자의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수면방을 찾은 이유로 ‘성욕 해소’를 꼽았다고 전했다.

기자는 “찜방은 코로나19 확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수건 한 장만 걸치고 돌아다니는데 마스크를 한다고 감염 예방에 효과가 있을 리가 없다. 찜방 등을 중심으로 한 지역감염 확산이 우려되는 이유”라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기자는 해당 기사에서 여러 차례 성 소수자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될까 우려했다. 하지만 앞서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을 ‘게이클럽’이라 이름 붙인 보도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으며 수면방 특성을 상세히 묘사하며 성소수자들이 자주 찾는 곳임을 부각시키는 보도는 충분히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 '다음'에 올라온 해당 기사 아래 달린 2400여 건의 댓글 대다수는 성 소수자들을 향한 비난으로 채워졌다.

또한 이러한 보도는 코로나19 방역에 방해되는 정보다. 이미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깔려있는 상황에서 적나라한 묘사가 담긴 정보와 비난 여론이 확산되면 해당 업소를 출입한 이들이 방역망 밖으로 숨을 위험이 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5년 전에 쓰지 못한 보도다. 일부 언론에서 성 소수자 문제를 코로나19와 관련지어 편향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시국에 굳이 끄집어내 게재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결국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궁금해할 사안을 선정적으로 부각해서 보도하는 전형적인 선정보도 사례이자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사 앞뒤에 언급된 성 소수자 혐오 확산에 대한 기자의 우려는 ‘면피용’이라고 비판했다. 신 처장은 “성 소수자 혐오를 조장할 우려가 있거나 이로 인한 피해를 고려하며 조심해서 썼다는 명목 아래 나오는 이러한 보도가 더 비겁하다”며 “새로운 정보, 유익한 정보는커녕 적나라한 사례들이 나열된다. 결국은 성 소수자들의 생활이나 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는 2차 가해 유형에 속하는 보도”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12일 신문모니터에서 앞서 ‘강제 아우팅’ 논란이 인 국민일보의 <단독/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보도와 관련해 “언론에서는 개인의 소수자성 공개는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며 “언론이 코로나 19 발생 초기 대림동에 가서 중국 동포들만 지목해 비위생적인 것처럼 매도한 사례는 국내 이주노동자들을 차별과 배제의 대상으로 내몬 대표적 ‘혐오 보도’였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현재 상황에서 언론이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을 특정 질환이나 범죄와 연결시키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자협회는 같은 날 ‘코로나19 보도 관련 제2차 긴급 호소문’에서 “일부 언론에서 이태원 클럽 확진자와 접촉자에 대한 추측성 사생활 보도, 지나친 개인정보 유출,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보도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이런 보도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심적으로 위축된 확진자와 접촉자들이 음지로 숨어 방역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기자들에게 당부했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는 지난 4월 ‘감염병 보도준칙’을 제정해 발표했다. 감염병 보도준칙에는 ‘감염인과 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을 존중한다’, ‘감염인에 대한 사진이나 영상을 본인 동의 없이 사용하지 않는다’, ‘패닉, 포비아, 대란, 공포 등의 과장된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나와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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