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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정보공개 방식에 문제있다[기고]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 승인 2020.05.12 09:49

[미디어스=윤성옥 칼럼] 코로나 확진자가 되는 것보다 사생활 공개가 더 두렵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병한 초기부터 지적된 문제점이다. 그럼에도 전 인류가 경험한 바 없는 사상초유의 상황 앞에서 개인의 권리보다는 국민 보건이라는 공익을 우선시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 되면서 사생활 침해 등 인권문제가 적지 않게 논란이 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지방자치단체는 확진 환자가 날짜 및 시간대별로 이동한 경로, 이동 수단, 방문 장소, 진료 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을 공개하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의 역학조사 시스템은 휴대전화 위치정보,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10분 내에 도출할 수 있다고 한다. 방역 측면에서는 대단히 훌륭한 시스템이지만 사생활 침해 측면에서는 대단히 무서운 흉기인 셈이다. 이제 코로나19 확진자 정보의 공개에 있어 곰곰 짚어볼 때가 되었다.

첫째 확진자 정보는 수집보다는 공표방식에 신중해야 한다. 여기서는 정부와 언론으로 나누어 고려해볼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언론에서 나타난다. 현재 확진자 정보는 그 지역의 주민들에게 문자로 통보된다. 따라서 관심있는 지역 주민들이 자치단체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하여 정보를 얻는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언론에 공표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특히 언론이 확진자 정보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하거나 가공하여 공표할 때 사생활 침해의 정도는 훨씬 심각해진다. 정부가 공표한 내용이더라도 언론이 주의 깊게 다루어야 하는 이유이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둘째 언론에서 9988번(99세까지 88하게 살자는 의미이니 찾아보지 마시길) 환자 등 특정 숫자를 지칭하는 것도 문제이다. 이름도 아니고 숫자이므로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확신할 수 없다. 숫자로 지칭하지만 달리 말하면 숫자로 특정되는 것이다. 대중에게 몇 번 환자라고 특정될 여지도 있고 몇 가지 개인정보와 결합하면 확진자의 주변인만큼은 누구인지 알아볼 수도 있다. 이미 몇 번 환자는 불륜남이네, 몇 번 환자는 점집에 갔네, 몇 번 환자는 성소수자라는 얘기가 SNS 상에서 떠돌아다닌다. 

셋째 확진자 정보 중 함께 공개하는 직장명도 문제이다. 정부가 확진자 정보를 직장에 통보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직장 안팎에서 확진자가 누구인지까지 사람들이 알 필요는 없다. 이번 이태원 클럽 사건에서도 특정 기업명이 노출되었다. 이 회사는 직장폐쇄를 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그런데 이태원 클럽에 방문한 확진자와 직장명을 조합한다면 문제가 된 확진자는 최소한 직장 내에서 누구인지 특정되기 쉽다. 그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넘어 특정 종교, 신념, 성적 취향 등을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비난 또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다. 사생활은 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에게 공개되는 것이 더 불쾌하다.
 
넷째 확진자의 정보를 개인별로 공개하는 것도 문제이다. 확진자 정보를 공개하는 이유는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 접촉했을지도 모를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고 검사, 자가격리 등 신속하고도 적절한 대응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특정인이 하룻밤 사이에 나이트클럽을 몇 곳 갔는지, 강남 호텔에 갔다가 밥을 먹으러 어느 음식점을 갔는지 등 개인별 이동경로를 세세하게 알 필요는 없다. 우리가 알고자 하는 내용은 개인별로 조합된 정보가 아니라 장소, 일시 그 자체인 것이다. 따라서 숫자-성별-나이-일시-이동경로-주거지/회사 등이 조합된 방식으로 개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접촉력 공개이다. 접촉력이란 이태원 클럽 관련, 신천지 관련, 콜센터 직원 관련, 교회 관련 등 어떻게 감염됐는지 근거를 함께 정보로 제공하고 있다. 접촉력을 기준으로 몇 명이 확진되었는지는 공적 관심사로 공개되어도 무방하나 특정인별로 접촉력이 무엇인지까지 알 필요는 없다. 이태원 클럽에서 몇 명이 확진자 판정을 받았는지 알리면 되지 굳이 몇 번 환자가 이태원 클럽으로 확진되었다고 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접촉력에는 어떤 번호의 확진자와 관련 있는지까지 공개하고 있다. 누군가 마음먹고 번호를 따라가다 보면 몇 번끼리 만났고 어디를 다녔는지 알 수 있다. 개별 접촉력 정보는 당사자에게 꼬리표처럼 붙어다니며 낙인찍기 효과와 함께 혐오표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어떤 사람인지 특정되지 않는다면 사생활 침해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정보가 공유되고 빠르게 확산되는 인터넷 환경에 있다. 언제 어디서든 다른 정보와 결합하여 어떤 사람인지 특정될 가능성이 있다면 방역 목적에 맞게 필요하고도 최소한의 범위와 방식으로 정보가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지침은 확진자 정보의 기간을 정하여 이후 삭제하는 등 개선된 측면이 있다. 기자3단체(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과학기자협회)도 최근 감염병 보도준칙을 마련했다. 유례없는 상황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개인정보가 한번 공개되고 낙인찍힌다면 인터넷 환경에서는 영구히 삭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부도, 언론도 보다 신중해야 할 것이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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