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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위기 속 제도 개선 먼저 꺼내든 MBC문제는 변화 따라가지 못하는 방송법 등 제도 개선…학자들, 미디어 전체에 대한 재구성 입모아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05.12 09:33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박성제 MBC 사장이 지난 7일 공개토론회에서 “MBC를 공영방송 범주 안에 넣고 수신료와 같은 공적 재원을 받는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사장이 직접 나서 MBC를 공영방송으로 규정하고 수신료 지원을 촉구한 건 이례적이다. MBC는 광고를 재원으로 운영되지만, 공익재단인 방송문화진흥회가 1대 주주인 공영·민영방송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박 사장의 깜짝 발표에 일각에서는 3년 연속 적자인 MBC가 재정위기 극복 수단으로 수신료를 꺼내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 KBS MBC 지역MBC EBS 등 19개 공영방송사는 2,047억 원의 순손실로 적자를 기록했다. 그중 MBC 본사의 순손실액은 1,094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앞서 지난 4월 경비 절감 조치를 시행한 박성제 사장은 “올해 1분기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93억원 줄었다”며 “3월까지 영업 손실이 245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5월 7일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공영방송의 철학, 제도 그리고 실천’ 웹 콜로키움에서 발제하고 있는 박성제 MBC사장 (사진=한국방송학회유튜브)

MBC 한 관계자는 “MBC는 이미 3년 연속(2017년 적자전환) 1000억 원대 적자이고 광고가 급감하고 있다”며 “코로나까지 겹쳐 한 달에 광고비가 150억 원이 안 돼 올해 광고수익이 2000억 원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MBC 역사상 처음 맞이하는 위기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MBC는 방송광고수익이 2017년 3,444억 원(억 단위 아래 버림), 2018년 3,247억 원에서 2019년 2,895억 원으로 급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을 보면 금액 차이만 있을 뿐 하락세는 같다. 2016년 MBC 광고수익은 3931억원에서 2017년 2925억 원, 2018년 2736억 원으로 떨어졌다.

MBC만의 위기는 아니다. KBS는 2016년 광고수익 4207억 원에서 2017년 3,666억 원, 2018년 3,327억 원으로 하락했다. 자사 미디어렙이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SBS는 2016년 3,729억, 2017년 3,729억원, 2018년 3,589억으로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2018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주요 매체별 현황 자료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 광고수익 급감의 주요 원인은 콘텐츠 시장의 변화다. 과거 방송사업자가 얼마 없던 시절, MBC는 광고수익으로 제작비가 충당됐고 상업방송의 성격이 도움이 됐다. 하지만 2011년 12월 종합편성채널 4곳이 개국하고 유튜브, 넷플릭스 등 콘텐츠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광고시장 파이가 달라졌다. 대표적으로 MBC 2011년 광고수익은 6632억 원으로 8년 만에 43.65%(2019년 기준) 하락해 반토막 났다.

박건식 MBC정책협력부장은 11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유튜브, 넷플릭스, 왓챠에 이어 디즈니 플러스까지 들어오면 CJ를 포함해 방송사들은 지금 상태로 버티기 힘들다”며 “MBC의 경우 광고·협찬을 늘리는 건 공영방송 정체성에도 맞지 않으며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민영방송으로 전환하기에는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밝혔다. 

박 부장은 “수신료의 경우, 넷플릭스 등에 시청자들이 최대 월 15,000원을 지불하는 걸 보면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을 만한 공영방송의 역할이 전제된다면 KBS와 함께 40여년 동안 월 2500원에 묶여있는 수신료 인상을 주장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박성제 사장도 지난 7일 ‘공영방송의 철학, 제도 그리고 실천’ 웹 콜로키엄에서 ‘수신료 인상’까지 언급했지만 방송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개선을 우선적으로 고민하자고 강조했다. 지금의 제도가 ‘이중차별’이라며 제도개선 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MBC는 공영방송이지만 수신료 지원 및 방송발전기금 감면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고 광고영업에서는 한국방송광고공사, 방송결합판매제도에 묶여 자유로운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결국 공영방송을 정의 내리는 현행 방송법부터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월 이미 IPTV, 종편 도입 등으로 변화된 방송환경에 따라 방송법 체계를 재정비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김성수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한 ‘통합방송법’(방송법 전부개정법률안)에는 공영방송사를 정의 내리는 조항을 포함해 OTT를 방송법 체계 안에 포함하는 안이 담겼다. 6개월 뒤 OTT를 온라인동영상제공사업자로 별도 규정하자는 안이 추가로 나왔지만 김 전 의원이 총리 비서실장으로 떠나고 논의를 마무리짓지 못했다.

다만, ‘통합방송법’에서 촉발된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장기방송제도개선 논의는 지난 3월 결론이 나왔다. 중장기방송제도개선 추진반은 방송의 법적 분류를 공영방송, 공공서비스방송(PSB, Public Service Broadcasting), 민영방송으로 구분했다. PSB는 법률로 공적책무를 규정 받는 대신 공적 재원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그 개념과 근거 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학자들도 방송법 제도정비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웹 콜로키엄에서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공영방송은 영어로 PSB로 번역되는데 PSB를 다시 한국말로 번역하면 공공서비스 방송이 된다”며 “방통위의 구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오래된 방송법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며 “공영방송에 대한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행법에는 방송의 공적 규제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공영방송지배구조 문제, 수신료 인상 문제 등을 현행 방송법 테두리 안에서 논의하는 게 맞냐는데 회의적”이라며 “방송 환경이 바뀌었으니 공영방송 뿐 아니라 미디어 세계 전체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논의로 녹여내야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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