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밤 KBS 1TV 생방송심야토론‘TV수신료 인상, 선결조건은?’, KBS에게 득일까, 실일까?에 직접 출연한 김인규 사장의 모습.
민주당 당 대표실 도청 의혹과 관련해 "KBS기자가 (민주당) 당 대표실에 들어가는 것을 봤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김인규 KBS 사장은 도청 파문과 관련해 "'벽치기'(엿듣기)는 취재 기법으로 다 해왔던 것인데 문제될 게 있느냐"며 KBS 기자가 민주당 비공개 회의 내용 유출에 관련돼 있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청 파문에 KBS가 개입돼 있다는 것으로 경찰 수사의 결론이 내려질 경우, KBS는 일대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조선ㆍ한겨레 "KBS기자가 민주당 대표실에"

조선일보는 30일 1면 <"KBS기자가 당 대표실 들어가는 것 봤다">에서 "KBS기자가 비공개 회의 때 회의실인 당대표실 주변을 서성이다 회의가 끝나자 당대표실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여럿 있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발언을 주요하게 전달했다.

또, "관례대로 회의실을 초반에 공개했는데 그때 들어왔던 KBS 기자가 무선 마이크를 당 대표실에 두고 나가 밖에서 몰래 녹음한 뒤 회의가 끝난 후 마이크를 찾아간 것으로 보인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한겨레 역시 30일 3면 <"KBS 기자가 녹음…회의 전후 대표실 주변 오갔다">에서 "문제의 비공개 회의 전후 한국방송 기자가 회의 장소인 국회 민주당 대표실 주변을 오간 것을 봤다고 민주당 당직자 여러명이 얘기한다"고 보도하고 나섰다.

한겨레는 "문제의 23일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는 전날 여야가 합의한 수신료 인상안 표결처리를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파기할지를 결정짓는 회의로, 한국방송 입장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자리였다"며 "회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한국방송 기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려고 도청이라는 무리수를 쓰지 않았겠느냐는 게 민주당 안팎의 대체적인 추측"이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사설 <KBS, 수신료 인상에 목매 언론윤리마저 내팽개치나>에서 "민주당의 회의 내용을 몰래 녹음해 한나라당에 건넨 인물도 한국방송 기자인 것으로 사실상 확인되고 있다"며 "이런 구태는 국민 불신만 키울 뿐이며, 수신료 인상 가능성을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는 사실을 한국방송 구성원들은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굳어지는 심증"

한국일보도 30일 7면 <KBS, 민주당 대표실 도청 연루 '굳어지는 심증'>에서 "(도청의혹과 관련해) 수신료 문제 이해 당사자인 KBS를 의심하는 관측도 잇따르고 있다"며 "'이론 없이 KBS다'라는 얘기도 오가고 있다"는 한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전달했다.

경향신문은 30일 사설 <'민주당 도청' KBS 반드시 규명해야>에서 "도청이냐 엿듣기냐는 논란을 제쳐두더라도 만약 KBS의 개입이 사실이라면 충격"이라며 "이번 도청 의혹에 대한 KBS 연루 여부는 반드시 진실이 규명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

경향은 "도청에 의한 것이라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언론사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하는 중대한 범법행위"라며 "더구나 수신료 인상 여부를 둘러싼 논란의 대전제가 바로 KBS의 공영성과 공정성 문제라는 점에서 KBS의 연루가 사실일 경우 수신료 인상의 명분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인규 "'벽치기'는 취재기법…문제될 게 있느냐"

한편, 29일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김인규 KBS 사장은 최근 KBS 야당 이사들과 만나 도청 파문과 관련해 "KBS 기자가 취재한 게 그쪽(한나라당)으로 넘어간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30일 한국일보 역시 김인규 사장이 KBS 야당 이사들을 만나 "'벽치기'는 취재 기법으로 다 해왔던 것인데 문제될 게 있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공개 회의 내용 유출에 KBS기자가 연루됐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30일 오후 3시에는 김인규 사장이 참석하는 KBS이사회가 예정돼 있어, 이 자리에서 김 사장이 도청 파문에 대한 공식적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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