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지만 KBS·EBS와 달리 재정적 지원은 받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성제 MBC사장은 MBC를 법적으로 공영방송 범주 안에 넣고 수신료와 같은 공적 재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방송학회는 7일 유튜브를 통해 ‘공영방송의 철학, 제도 그리고 실천’이란 주제로 웹 콜로키움을 열었다. 공영방송의 철학과 지향점을 살펴보고, 공영방송의 거버넌스와 수익구조 등 제도적 측면과 실천적 사례들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례적으로 박성제 MBC 사장이 직접 발제자로 나섰다.

박성제 MBC 사장 (사진=한국방송학회 유튜브)

박 사장은 “MBC를 PSB에 포함할지 등과 같은 논란을 거치며 우리 사회에서 MBC가 지닌 정체성과 법, 제도와 현실 사이에 모순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MBC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우선 MBC는 공적 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가 대주주이며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활용하는 공적기관으로 KBS·EBS와 운영구조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MBC의 비전 역시 ‘양대공영방송사’로서 KBS와 건전한 경쟁 관계를 이어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박 사장은 MBC가 공직선거법과 정당법 등에 따라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부여받고 있지만 재원구조에 있어서는 차별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중차별”이라며 “KBS·EBS와 달리 수신료, 국가보조금은 제로에 가깝지만 국가에 내는 방송발전기금은 MBC가 가장 많이 낸다. KBS나 EBS는 3분의 1을 감면받지만 MBC는 여기에서도 제외된다”고 말했다.

광고, 협찬 등 민간재원 관련해서 MBC는 공영방송 범주에 포함돼 있어 SBS, 종편과 달리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통해 방송광고를 위탁 판매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예를 들어 천만 원의 프로그램 광고가 팔리면, KBS는 81.4%, SBS는 65.0%를 순수익으로 가져가지만, MBC는 61.2%로 가장 낮은 수익률을 가져간다”며 “결합판매제도의 불균형 문제도 관련돼 있다”고 짚었다.

박 사장은 “앞으로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에 충실할 테니 제도적 모순과 한계를 개선해달라고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제도적으로 개선 논의가 필요한 3가지 사안을 말했다. ▲공영방송의 정의와 범주를 명확히 규정하는 관련법 개정 ▲공영방송의 정치적 경제적 독립과 자율성 확보를 위한 거버넌스 개혁 ▲공영방송 재원 현실화 및 건정성 도모 등이다.

박 사장은 “전 세계가 코로나19 확산사태를 겪으면서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느끼셨을 거다. 공공의료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어놓으면 대처를 잘 할 수 있다. 미디어도 동일하다. 공공미디어,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위기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MBC를 공영방송사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박 사장의 주장에 토론자들은 의견 차이를 보였다. 달라진 언론환경에서 상업자본만으로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주장과 제도적 정비 과정이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준웅, 강형철, 정연우 교수 (사진=한국방송학회 유튜브)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공영방송이라는 범주를 법으로 정하는데 있어서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MBC의 경우 스스로 상업방송과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범해온 측면이 있어, 박 사장의 ‘MBC는 공영방송을 하겠다’는 선언이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법적 근거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득보다 실이 많고, 안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며 “동일한 지상파 면허가 있는 SBS와 어떻게 차별화될지, 다른 종편 뉴스와는 어떻게 다른지 시청자들을 설득하고 입법작업을 하는데 엄청난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공영방송 법제화’ 과정에서 불필요한 정쟁 논란이 일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정연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법제화 과정에서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방송환경이 바뀐 만큼 제도화 논의는 기존의 방송법 테두리를 벗어나 미디어 시장을 포괄적으로 넣어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달라진 방송환경에서 지금과 같은 시장 재원조달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KBS와는 다르지만,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해온 몫이 있으니 국가적 지원이 개선되는 방안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이 교수는 “MBC가 기존의 광고 수익만으로 재정유지가 어렵다는 건 동의하지만 공적재원만 바라보는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광고, 협찬 쪽을 더 개발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적 재원을 받으려면 이에 합당한 공적 임무 수행을 위한 제도 재정비가 MBC 내부에서 필요한데 이 또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수신료가 계륵이다. 공공기금이 들어가는 대신 이에 합당한 책임을 묻는다”며 “수신료 외에 다른 방안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MBC가 전향적으로 여러 방안을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학생으로 비유하자면 공부를 잘해서 1등하고 싶은데 참고서 살 돈이 없는 상황인데, 부모님은 1등하면 참고서 살 돈을 준다고 하는 셈”이라며 “공적 책무를 다하려면 공적책무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PD수첩>을 총괄해온 박건식 정책협력부장은 “과거 MBC ‘뉴스데스크’와 ‘PD수첩’이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건 드라마와 예능이 묵묵히 재원의 뒷받침을 해왔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그러한 기반이 무너진 상태에서 이젠 뉴스데스크와 PD수첩이 공부만 할 수 없는 부담감이 생겼다. 전체의 공영성 약화로 나타날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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