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승부 조작 사태가 점점 더 걷잡을 수 없는 형국으로 가고 있습니다. 처음에 대전, 광주 등 일부 시민 구단 선수들이 승부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제 K리그 전 구단이 사정권에 들었습니다. 특히 익숙한 몇몇 스타들이 승부 조작에 가담하거나 이에 연루됐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축구팬들의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앞으로 프로축구연맹에서 정한 승부조작 자진신고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밝혀질지 주목되지만 더 많은 선수들이, 특히 스타급 선수들까지 연루된 것에 대한 축구인, 그리고 팬들의 충격, 실망감이 큰 상황입니다.

승부조작, 부정행위 근절을 위한 K리그 전체 워크샵을 한 다음에도 한참 있다가 자진 신고를 해 승부조작을 했다고 털어놓은 선수들의 모습은 특히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승부조작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뒤에도 결백하다고 주장했다가 나중에 승부조작에 연루됐다고 털어놓은 것은 도덕적으로 큰 타격을 입으며 선수 개인, 팀 뿐 아니라 리그 전체에도 큰 상처를 입혔습니다. 그나마 자진 신고를 했기에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이전에 감독에게까지 승부 조작 가담 사실이 없다고 했다가 말을 바꾼 행위는 돌이킬 수 없는 아픔과 충격을 줬습니다.

▲ 5월 31일 오후 강원 평창군 한화리조트에서 K리그 구단 선수와 코치진, 사무국 임직원 등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승부조작과 관련한 부정행위를 근절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고, 도덕적으로 대단히 문제가 있는 일인 만큼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자체적으로 확인해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차단했으면 몰라도 공권력을 통해 승부 조작이라는 행위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분명히 많은 팬들을 화나게 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밝혀진 일들만 놓고 봐도 신뢰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것 역시 당연한 현상이고, 곪아터져 오랫동안 치유할 수 없을 정도의 지경에 이른 축구계 스스로의 자정이 필요하다는 인식 역시 당연하게 가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나오고 있는 문제에 대해 냉정하게 보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반응하는 일부의 시선을 보면 참 안타깝기만 합니다. 몇몇 매체, 팬들은 "리그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고, 그 가운데 일부는 K리그 전체를 범죄 집단처럼 싸잡아 비난하며 깎아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양상도 나타났습니다. 팬들의 시선에 좌우되는 프로스포츠인 것을 감안하기는 하더라도 K리그 전체를 매도해 묵묵히 성실한 땀을 흘린 선수들까지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하는 사태까지 간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승부 조작의 몸통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정화해서 발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리그 자체가 다 무너지고 결과적으로 한국 축구가 다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정도입니다.

승부 조작 사태가 터진 뒤 가장 많은 선수들이 연루돼 후폭풍을 겪었던 대전 시티즌의 명 골키퍼 최은성이 경기 후 "살려고 뛰었다"면서 흘린 눈물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이 마흔 살 넘는 노장 선배 선수가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면 승부 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은 정말로 죽을 때까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투혼을 불사를 수 있도록 단순한 선수 처벌 이상을 넘어선 대책을 축구계, 나아가 정부까지 잘 마련해야 합니다. 승부 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이 어쨌든 이렇게 속속 밝혀지고 있지만 그래도 김병지, 최은성, 김기동 같은 노장 선수를 비롯하여 진정한 땀과 눈물을 흘리며 명승부를 펼치는 '아름다운 선수'는 더 많다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상황은 어렵다 해도 이 선수들까지 위축돼서 K리그가 더 큰 상처를 받는 것은 안 됩니다. 정부와 검찰, 프로축구연맹이 이번 일에 적극 대응하여 발본색원해야 하겠지만 이번에 받은 상처가 '영원한 상처'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언론, 팬들의 냉정한 대응, 반응도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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