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적극적으로 퍼뜨렸던 보수 정치권과 언론 등에 비판이 집중되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여권의 '과도한 공격'이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사실확인 없이 김 위원장 '사망설', '중태설'을 단정했던 태영호·지성호 국회의원 당선자에 대한 감싸기도 빼놓지 않고 있다.

6일 조선일보 선우정 부국장은 칼럼 <'왕의 귀환'이 그렇게 반갑나>에서 "김 위원장이 20일만에 나타나자 청와대와 민주당은 야당을 향한 공격으로 감정을 드러냈다"며 "김정은 사망설을 제기한 사람들에 대해 준비된 듯한 비난을 쏟아냈다"고 썼다.

선 부국장은 "CNN 보도 이후 열흘 동안 이어진 일들은 헛소동이 아니다"며 "김정은의 딜레마와 김정은 이후 한반도 통일 문제를 모처럼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문 정권이 '김정은 이후'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도 의미라면 의미일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5월 6일 <[선우정 칼럼] '왕의 귀환'이 그렇게 반갑나>

그러면서 선 부국장은 여권이 '김정은 사망설을 과도하게 비난하고 김정은 귀한을 과도하게 반색하는 이유'가 국가 재정을 둘러싼 논쟁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권 주장대로 부채를 크게 늘려 통일의 물적 토대가 허물어졌을 때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김정은 정권을 연명시켜 통일을 미루거나 피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라며 "문재인 정권의 재정 확대 주장엔 그런 미래를 바라는 사람들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경제 대책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졌던 국가채무비율 한도에는 복지 비용과 함께 통일 비용이 담겨있어 빚을 늘리는 것은 통일의 물적 토대를 허문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탈북민 적대시하며 '총격 北'은 감싸는 이유 뭔가>에서 "이 정권은 '김정은 신변 이상설'을 언급한 탈북자 출신 정치인들에 대해선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우리 GP를 고사총으로 명중시킨 북에 대해선 사과 요구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옹호한다. 무슨 다른 목적과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정도로 지나치다"고 썼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기사 <태영호·지성호, 정보위 배제? "그들은 선출된 사람, 제한 안 돼">에서 "급기야 여권에선 이들에 대해 안보 관련 상임위 보임 불가론까지 주장한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태영호, 미래한국당 지성호 등 두 탈북민 출신 당선인은 김 위원장 중태설, 사망설을 "확인했다" 등의 표현으로 사실상 단정해 국내·외 혼란을 확대재생산한 인물들이다. 이에 국가 외교·안보 분야 1급 기밀을 취급하게 되는 국회 국방위, 정보위 등 관련 상임위에 이들을 배정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중앙일보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예측 실패'를 이유로 상임위 보임 불가까지 거론하는 건 지나치다고 지적한다"며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 크리스토퍼 그린 인터네셔널 크라이시스 그룹 연구원, 제니 타운 '38노스' 편집장 등의 발언을 전했다. 이어 "여당은 최초 사망설을 보도한 CNN에 대해선 왜 항의 방문을 하지 않냐"는 통합당 의원 발언을 덧붙였다.

중앙일보 5월 6일 <[현장에서] 태영호·지성호, 정보위 배제… “그들은 선출된 사람, 제한 안 돼”>

중앙일보는 "두 당선인을 동렬에 놓고 비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 사망설을 단정한 지 당선인과 달리 태 당선인은 김 위원장 중태설을 "추론한 정도"라는 것이다. 태 당선인은 지난달 2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나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과거 수십 년간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색깔론의 피해자에 가까웠다. 그랬던 그들이 역으로 '빨갱이' '스파이' 프레임을 씌우는 건 기괴한 풍경"이라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대한민국의 주류가 바뀌긴 바뀐 모양'"이라고 썼다.

5일 중앙일보 예영준 논설위원은 칼럼 <태영호 때리기보다 100배 중요한 일>에서 "태영호와 지성호 두 당선인의 경솔했던 언행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청와대가 정치 초보자에 불과한 탈북자 때리기에 앞장서야 하는지도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예 논설위원은 "우리 정보 자산에 손상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부가 더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했더라면 CNN 오보의 확대재생산을 초기에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김정은 잠적은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 진짜 유고일 가능성에 대비한 방책을 점검하고 또 점검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할 일이다. 태영호 때리기보다 100배 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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