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잠적 이유를 ‘코로나19’로 추측하는 동시에 ‘김정은 위독설’을 퍼뜨린 한미 언론 보도가 되레 북한에게 한미 정보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지난달 15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건너뛰며 불거진 ‘김정은 위독설’은 지난 2일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관영매체 보도로 일단락됐다. 북한 관영매체는 김 위원장이 전날 평안남도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활보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빨간 리본을 가위로 자르고, 좌우에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재룡 내각 총리가 리본을 잡고 있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뒤에 받침대를 들고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수석부의장은 4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여러 가지 추측이 있는데 이번에는 코로나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이 같이 추측하는 이유로 “평양에서 할아버지 108주년 생일 행사에도 참배 안 하길래 코로나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며 “옛날 조선왕조 시절에는 전염병이 돌면 임금이 피접을 갔다. 마침 원산에는 별장이라는 특각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호원이 코로나 확진자였을 수도 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약간의 증상이 있어 갔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대략 20일에서 40일 사이에 다시 등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이날 집권 이후 김 위원장이 20~21일 동안 잠적한 적이 서너 번 있었고 코로나 자가격리 기간을 플러스 알파로 계산했다고 밝혔다. 정 부의장은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이럴 때 나타나는 것이 여러 가지 극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 부의장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잠적설을 다루는 미국과 한국의 정보력을 판단하고 있었을 것 같다고 했다. 정 부의장은 “미국 언론 매체 또는 한국 내부의 언론들의 정보력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 판단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소식통이라는 게 애매모호해서 얼마든지 루머를 퍼뜨릴 수 있고 유력 언론들까지 휘둘렸으니 헛소문 퍼뜨려 상대방을 교란하고 뒤에서 치는 전략을 쓸 수가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사망설까지 제기했던 탈북자 출신의 정치인에 대해 “통합당에서 그 사람들을 공천해 당선시키는 걸 보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한 유력한 카드로 국회에 진입을 시켰다고 봤지만, 이번에 너무 앞서 나가는 바람에 앞으로 그 두 당선인의 소위 북한 관련 대정부질문이나 이런 것은 신빙성 내지는 진정성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 출신 미래통합당 태영호 당선인은 지난달 2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인은 지난 1일 “김 위원장의 사망을 99% 확신한다”고 했다.

정 부의장은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낸 평안남도 순천 인비료공장 덕에 금년에는 식량 증산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의장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은 2017년부터 식량 증산을 위해 질소비료공장을 헐고 인산비료공장을 만드는 공사를 시작했다. 인산은 알곡을 많이 생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요소로, 많은 양의 결실이 필요한 북한으로서는 인비료공장이 절대로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한편, 판문점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 관련해 정 부의장은 “의도를 가지고 쐈다면 사방으로 쏴야 할 텐데 4발 정도가 판문점 초소에, 벽 쪽에 가서 부딪혔다”며 “근무 교대 시간에 총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해보다가) 잘못해서 오발사한 걸로 해석하기는 하더라”고 말했다.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양측 국방장관이 합의한 군사합의서에 위배되지만 ‘도발’로 보기에는 사이즈가 작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대로 김정은 유고설이 돌 때 한미 정찰기가 휴전선 상공을 배회하고 동해상으로 비행했던 점을 미루어 보면 북한 측에서 겁이 났을 수도 있었을 거라며 (북한 도발에 앞서) 우리 측에서는 군사합의서를 제대로 지켰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군은 3일 오전 강원도 비무장지대 내 한국군 최전방 감시소초에 총격을 가했다. 합동참모본부는 “3일 오전 7시 41분쯤 중부전선 최전방 감시소초에 북측에서 발사된 총탄 수 발이 피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감시소초 외벽에서는 네 발의 탄혼과 탄두 등이 발견됐고 이에 군은 경고 방송과 함께 10여 발씩 두 차례에 걸쳐 대응 경고 사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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