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언론은 일제히 '한진중공업 사태가 타결됐다'고 보도했지만, 여전히 내부 상황은 복잡하기만 하다. 김진숙 지도위원을 비롯한 노조원들은 아직도 크레인위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노조 지회장의 직권 조인은 법적 효력이 없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오늘로 174일째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은 CBS 아침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노조 집행부의 결정과 사측의 행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김 지도위원은 노조 집행부의 파업 철회 선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지도위원에 따르면, "지회장이 일방적으로 업무복귀 선언을 했다"고 한다. "조합원들이 다 강력반대하고, 지회장이 기자회견을 강행한다는 얘기를 듣고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노동조합사무실을 사실 점거하기도 했는데, 지회장이 이메일로 언론사에 발송을 하고 조합원들을 질질 끌어냈다"는 것이다. 김 지도위원은 "정리해고당한 조합원들이 평생을 일했던 공장에서 쫓겨나는 것도 억울해서 지금 반 년 넘게 싸우고 있는데, 사장하고 지회장이 만세를 부르면서 악수를 하는 장면을 본 것"이 고공농성 174일째에서 "가장 참담한 광경이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 지도위원은 지회장의 직권조인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진중공업 노조의 경우 민주노총 금속연맹의 산별노조이고, 금속노조 위원장이 체결권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오늘 오전 11시 금속노조 차원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김 지도위원은 노조 집행부와 사측의 합의 내용 역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합의 내용으로 알려진 '희망퇴직'의 경우 "2년 넘게 계속 받아온 상황"이라 특별할 것이 없고, 뒤로 미뤄둔 정리해고에 대한 협의 부분은 "고공크레인에 174일을 있었어도 진척이 없었는데, 법적으로 해결한다면 생계가 아무 것도 없는 해고자들이 3년을 무슨 재주로 버티겠느냐"고 되물었다.
김 지도위원은 자신의 요구는 "정리해고 철회" 그 한 가지뿐이라며, "지금은 아무 것도 진전이 없다"고 밝히며 "노동조합으로부터도 배척당해 더 어려워지겠지만, 조합원들이 좀 꿋꿋하게 올바른 판단을 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은 궁극적으로 필리핀 수빅으로 조선소를 빼려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정리해고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며 "2003년부터 계속 유지되는 과정이고,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찰 특공대가 김 지도위원이 머물고 있는 85호 크레인에 접근이 가능한 84호 크레인을 타고 넘어와 강제 진압을 할 수 있다는 예상에 대해 김 지도위원은 "174일 간 오만 상황을 다 견뎠는데, 강제적으로 끌어내린다"면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것"이라며 자신에겐 "답이 없고, 이 문제가 끝나기 전까지는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결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