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른바 'KT특혜법'으로 불리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인터넷은행법)이 국회 본회의에 재상정돼 통과됐다. 지난달 부결 당시 109표였던 반대·기권표는 46표로 줄었다. 당장 KT가 케이뱅크(K bank)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길이 열렸고, 대기업엔 공정거래법 위반에도 인터넷은행 대주주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됐다.

국회는 29일 본회의를 열고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삭제하는 내용의 인터넷은행법을 처리했다.

이 법은 지난달 5일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민주당, 정의당 등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하지만 지난 27일 여야가 본회의를 열어 긴급재난지원금 추가경정예산안과 함께 인터넷은행법,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처리되기에 이르렀다. 여야 합의 이틀 만에 국회 정무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부결법안이 재상정되자 본회의장에서는 일부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반대토론에 나선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이 법안이 목표로 하는 케이뱅크는 박근혜 정부 금융관료들이 각종 꼼수와 편법을 통해 완성한 인터넷전문은행"이라며 "왜 우리가 20대 국회가 박근혜 정부 금융관료들이 벌인 일을 수습하기 위해 금융산업의 안전장치를 훼손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의원들에게 "금융관료의 전횡과 잘못된 법안에 대해 당당하게 안 된다고 외쳐 20대 국회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달라"고 호소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민생당 채이배 의원은 "이 안건의 본질은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기업이 은행을 지배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라며 지난달 5일 반대·기권표를 던졌던 109명 의원들의 이름을 나열했다.

그는 한 언론이 지난달 인터넷은행법 부결과 관련해 의원들을 법도 모르고 투표하고, 법안을 졸속처리한 한심한 의원들로 취급하고 있다며 "반드시 소신에 따라 반대표결 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20일 전자신문은 사설 '케이뱅크를 살려야 한다'에서 "채 의원이 'KT특혜법'이라고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자세한 법 내용도 모른 채 부결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발생했다"며 "당시 투표에 참여한 의원 대부분이 투표 결과도 알지 못할 정도로 졸속으로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본회의에서 부결시킨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여당과 제1야당 지도부가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명분없이 다시 올라온 법안"이라며 "(법안이 통과되면)인터넷은행법을 제정하면서 균열이 생긴 은산분리 원칙은 이제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반면 찬성토론에 나선 미래통합당 김종석 의원은 "인터넷은행 활성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금융혁신 제1호 공약"이라며 "지난번 부결될 당시 제기됐던 우려와 지적을 반영해 대주주 자격을 더 엄격하게 했다. 표지만 갈아끼운 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회 정무위 민주당 간사로 이 법을 주도한 유동수 의원은 찬성토론에 나서 "공정거래법에 관련 은행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을 따지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현행법이 케이뱅크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어 오히려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 특혜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이 법을 'KT특혜법'으로 비판하는 이유는 KT의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 심사가 '담합' 혐의로 인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2018년 10월 금융위원회는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인 대기업이라도 정보통신기술(ICT) 자산 비중이 50%를 넘으면 인터넷전문은행을 소유(지분 34%)할 수 있도록 인터넷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존 은행법은 10%까지만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허용하고 있다. 인터넷은행법으로 '은산분리' 원칙이 깨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이후 지난해 1월부터 해당 시행령이 시행됐고, 케이뱅크 지분 10%를 보유한 KT는 지분을 34%까지 늘리기 위해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KT가 공정거래법상 담합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점을 들어 심사를 중단했다.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삭제하는 내용의 법안이 부결되자 국회는 공정거래법 위반전력 중 '담합' 전력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수정해 처리했다. 시민사회 등은 이를 "더 노골적인 KT특혜법"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30일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성명을 내어 "인터넷은행법 국회통과는 KT의 불법적 정치권 로비의 승리"라고 규탄했다. 약탈경제반대행동은 법 통과를 주장한 의원들을 향해 "인터넷은행의 세계적 추세를 말하고, 때로는 문재인 대통령 '1호 공약'을 거론했다"며 "하지만 왜 그 수혜를 불법을 저지른 KT에게 제공하는 것에 대한 설명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런 억지를 되풀이하며 의원들이 법을 억지로 통과시킨 진짜 이유를 찾을 때이다. 그 이유는 KT의 정치권 불법 로비"라며 KT의 '상품권 깡' 불법정치자금의혹 사건, 전직 정치인 등 경영고문을 통한 불법로비의혹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KT특혜법 통과는 그 인과다. 앞으로 찬성 의원 163명과 KT의 관계에 대한 사법당국의 공정하고 엄정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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