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작가·독립PD 근로계약서 체결이 저조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방송작가·독립PD 중 근로계약서를 체결한 경우는 각각 19.6%, 18.7%에 불과했다. 프로그램 결방 시 인건비를 못 받는 비율은 방송작가 77.6%, 독립PD 50.5%에 달했다. 최오수 희망연대노동조합 조직쟁의국장은 이 같은 상황을 들어 “방송제작현장은 코로나19 같다”고 지적했다.

정의당·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29일 <드라마제작스태프·독립PD·방송작가 코로나19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정의당은 이날 ‘독립PD·방송작가 노동실태와 정책지원 방안 연구’(이하 방송작가는 작가로, 독립PD는 PD로 표기한다)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작가 380명, PD 214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방송작가, 독립PD 고용계약형태 조사결과 (사진=정의당)

조사 결과 방송사·외주제작사와 근로계약서를 체결한 작가·PD는 소수였다. 고용계약 형태 조사에서 ‘방송사와 근로계약서를 체결했다’는 응답은 작가 5.6%, PD 15.0%다. ‘외주제작사와 근로계약서를 체결했다’는 작가는 14.0%, PD는 3.7%다. 다수 작가·PD는 구두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다.

작가·PD들은 근로계약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올바른 계약체결 방식’을 물은 결과 작가 90%, PD 86.9%가 “노동자이기 때문에 방송사·외주제작사와 개별 근로계약서를 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작가·PD는 ‘정부가 추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대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의무화 및 강제”(작가 67.9%, PD 84.1%)라고 답했다.

프로그램 결방 시 인건비 지급 비율 (사진=정의당)

작가·PD 다수는 프로그램 결방 시 인건비를 못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작가 77.6%, PD 50.5%는 “결방 시 인건비 전액을 못 받는다”고 응답했다. “결방과 상관없이 미리 책정된 인건비 전액을 받는다”는 작가 11.1%, PD 33.6%에 불과했다. 최근 1년간 당한 인권침해 사례는 인격 무시 발언(작가 56.3%, PD 55.6%), 욕설(작가 14.2%, PD 27.6%), 성희롱/성추행(작가 16.6%, PD 8.9%) 등이다. ‘인권침해가 없었다’는 응답은 작가 39.5%, PD 40.2%다.

최오수 희망연대노조 조직쟁의국장은 열악한 방송 제작 환경을 두고 ‘코로나19’라고 표현했다. 최오수 국장은 “시청자는 방송을 기준과 바로미터로 삼는다”면서 “하지만 방송제작현장 현실은 코로나19와 같다. 방송사는 콘텐츠뿐 아니라 제작 현장에서도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오수 국장은 방송계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이야기하면 제작 현장에서 불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국장은 “비정규직 스태프는 간담회에 나오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꺼려한다”면서 “방송스태프지부 집행부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은 불이익을 받았다. 김두영 전 지부장은 방송을 그만두고 트럭 기사 일을 한다”고 전했다.

드라마제작스태프·독립PD·방송작가 코로나19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간담회 (사진=미디어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국회가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추혜선 의원은 “카메라가 곧 권력인 상황”이라면서 “국회에 방송사 기자 출신 의원이 많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를 자기 일처럼 챙기는 의원이 없었다. 정규직 PD, 기자만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혜선 의원은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는 국회의원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면서 “국회의 용기가 필요하다. 방송사가 불편해하는 부분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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