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KBS 김경록 인터뷰 법정제재 수위를 ‘관계자 징계’에서 ‘주의’로 낮췄다. KBS는 재심의 과정에서 “일부 실수는 있었지만, 의도적 왜곡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방통심의위는 의도적 왜곡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KBS가 김경록PB 일부 발언만 발췌했다”고 지적했다.

KBS는 지난해 9월 11일 조국 전 장관의 가족이 자본시장법과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을 수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KBS는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인 김경록PB와의 인터뷰를 근거로 삼았다. 방송에서 김경록PB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조국 전 장관 가족에 불리한 내용을 증언했다. KBS 방송 후 ‘유시민의 알릴레오’는 김경록PB 인터뷰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사진=KBS 김경록PB 인터뷰 보도화면 갈무리)

방통심의위는 2월 KBS에 법정제재 관계자 징계를 결정했다. 관계자 징계는 과징금 다음 수위의 법정제재다. 김경록PB의 방통심의위 제출 의견서가 법정제재 주요 근거였다. 김경록PB는 인터뷰 질문지와 검찰 조사내용이 거의 일치했으며, 이상함을 느껴 방송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KBS가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방통심의위는 KBS가 인터뷰이의 취지를 왜곡했으며 사전 기획된 결론에 맞춰 선택적 받아쓰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KBS는 방통심의위 결정에 불복해 재심의를 요청했다.

27일 방통심의위는 KBS 뉴스9 재심의를 진행했다. KBS 측은 이날 의견진술에서 검찰과의 유착설을 전면 부인했다. 김귀수 당시 법조팀장은 “검사들과 친분이 있다고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친분을 이용해 ‘구속을 면하게 해주겠다’고 말한 사실은 전혀 없다”면서 “김경록PB가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는데, 내 입으로 그런 말은 한 적은 없다. 김경록PB 주장(의견서)에 일부 팩트와 과장이 섞여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질문지와 검찰 조사내용이 유사하다는 지적에 성재호 당시 사회부장은 “김경록PB의 오해”라고 설명했다. 성재호 부장은 “검찰이 아닌 취재원에게 ‘김경록이 검찰에 가서 어떤 말을 했다’는 내용을 들었다”면서 “어느 정도 (기본 배경을)알고 질문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엄경철 통합뉴스룸 국장은 “비공개로 취재원을 밝힐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방통심의위는 “그럴 필요는 없다”며 반려했다.

KBS는 ‘일부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과 관련해 실수라고 해명했다. 당시 엄경철 KBS 앵커는 김경록PB를 “조국 장관의 자산관리인”이라고 표현했다. 김경록PB는 정경심 교수 자산관리인이다. 엄경철 보도국장은 이날 의견진술에서 “앵커 멘트에 대한 정확한 기억은 없다”면서 “정리 과정에서 실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성재호 부장은 “앵커 멘트는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면서 “앵커 멘트는 앵커가 직접 쓰고 고친다. 왜 이렇게 나갔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KBS가 김경록PB 발언을 왜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KBS는 “김경록 씨는 '코링크'가 처음부터 조 장관 일가만을 위해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언급했다”면서 김경록PB 인터뷰를 편집해 보도했다. 김경록PB는 KBS에 "코링크에 제가 직접 전화를 해봤어요. (그 펀드에) 30억 정도 투자를 하고 싶다. 안 된다는 거예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잖아요. 돈 있는 사람이 지금 내 돈 싸들고 가서 투자를 하겠다는데"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링크가 30억 추가 투자를 받지 않은 이유는 최대 가입 인원이 충족됐기 때문이다. 김경록PB는 KBS에 자세하게 설명했지만 방송되지 않았다.

김경록PB - “왜 (투자가) 안 되냐고 했더니 투자자가 다 모집이 됐대요. 이미. 사모펀드는 최대 49명까지 가입이 가능하거든요. 49명이 다 찼다는 얘기인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럼 그 다음에 결정되는 펀드 있으면 그거라도 한번 들으러 가겠습니다. 그랬더니 오셔서 상담은 못 받으시고요. 저희들이 개별적으로 다음에 기회가 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 정도로 설명 듣고 끝났던 상황이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엄경철 보도국장은 “결과적 혼란이 있었을 수 있지만 사전에 목표를 가지고 (편집)한 게 아니다”면서 “의도적 왜곡은 아니지만 일부 취재윤리를 위반했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성재호 부장은 “방송 저널리즘이라 시간의 제약을 많이 받는다”면서 “(인터뷰 인용이) 중의적 의미로 읽힐 수 있다고 하면서도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고 밝혔다.

엄경철 국장은 “(이번 보도에서) 방송 리포트의 한계가 드러났다”면서 “조국 전 장관이 관여 했을 수도 있고, 안 했을 수도 있다. 다만 저널리즘 과거 문법은 불법성 감시에 초점이 맞춰져 종합적인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일부만 보이게끔 편집되어 왔다”고 말했다. 엄경철 국장은 “스토리텔링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설명 책임성을 강화하도록 구조를 바꾸고자 한다. 보도방식·메뉴얼·보도지침 등이 잘 준용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는 법정제재 수위를 ‘관계자 징계’에서 ‘주의’로 하향했다. 주의는 법정제재 중 가장 낮은 수위의 제재다. 당초 경고 3인(강상현·허미숙·김재영), 주의 3인(강진숙·심영섭·이소영), 권고 2인(전광삼·박상수), 문제없음 1인(이상로) 의견이 나왔지만 허미숙·김재영 위원이 의결을 위해 경고에서 주의로 변경했다.

심영섭 위원은 “김경록PB는 조국 장관의 자산관리인 아니었고, 펀드가 조국 일가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정답도 없다”면서 “KBS가 김경록PB 발언을 무리하게 해석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소영 위원은 “언론사가 인터뷰를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분석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보도가 바람직한지 의문이 남는다. 보도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과정이 투명해야 하는데, KBS는 일부 인터뷰 내용만 발췌했다”고 비판했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KBS 보도가 내뿜는 강력한 아우라가 있다”면서 “마치 조국 전 장관이 위법한 일을 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정작 보도 내용에는 추론과 추정만 있다. 김경록PB의 일부 발언을 증언인 것처럼 왜곡 편집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다만 KBS가 취재 시스템 쇄신안을 발표했다”면서 “KBS가 저널리즘을 되찾겠다는 공표를 했기 때문에 제재 수위를 낮춘다”고 말했다.

김재영 위원은 “(관계자 징계 의결 당시) 김경록PB의 의견서를 보고 KBS가 사전기획된 각본에 따라 고의로 인터뷰를 취사선택했다고 나름 확인했었다”면서 “하지만 의도성·고의성을 확정 짓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강상현 위원장은 “지난 심의에서 김경록PB 의견서를 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관계자 징계’에 동의했다”면서 “의견진술을 들은 후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지울 수 없었지만 ‘관계자 징계’까지는 아니다”고 밝혔다. 강상현 위원장은 “이번 보도를 계기로 KBS가 시스템을 재검토하는 시간을 보냈다”면서 “보도국 구성원들의 마음고생이 있었을 것이다. 공영방송의 생산적 보도 방향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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