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방송작가 10명 중 7명이 코로나 19로 프로그램이 중단되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이하 방송작가유니온)는 정부의 프리랜서 지원과 관련해 “작가는 제출 서류 등의 문제로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렵다”며 “현실성 있는 지원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방송작가유니온이 지난 4월 3일부터 10일간 방송작가 1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5명 중 4명이 코로나 19로 ‘방송 연기·축소·폐지’ 등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작가유니온이 지난 4월 3일부터 열흘간 방송작가 1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자료=방송작가유니온)

‘코로나19에 따른 업무상 변화’로 ‘기존에 방송 중이던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가 중단됐다’는 응답이 28%, ‘기획하거나 신규 제작 중이던 프로그램 및 프로젝트가 취소됐다’는 응답이 26%, ‘섭외 및 촬영 불가로 방송일이 연기됐다’는 응답이 21%, ‘정부나 공공기관이 수주를 취소하거나 감액했다’는 응답이 6%로 집계됐다.

프로그램과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응답자 중 70%가 대기 상태에 놓이거나 강제 무급휴가상태다. 6명 중 1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프로그램 및 프로젝트의 중단으로 인한 피해’ 조사 결과 ‘금전적 보상 없는 계약 기간 연장 및 대기’ 41.5%, ‘강제 무급휴가’ 28%, ‘해고 또는 계약 해지’ 15.6%, ‘임금 삭감’ 4.4%로 나타났다.

이들의 업무 복귀 시점은 불투명하다. ‘중단된 프로그램 및 프로젝트가 언제쯤 재개되냐’는 질문에 58%가 ‘구체적 예정 없음’이라고 답해 응답자 절반 이상이 언제 다시 일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방송작가의 실질 소득 또한 급감했다. 올해 1분기 수입이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응답자 평균 30%의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5년차 이하 작가의 경우 122만원, 5년~10년차의 경우 285만원, 10년~15년차의 경우 312만원, 15년~20년차의 경우 277만원, 20년차 이상의 경우 433만원 소득이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작가유니온이 지난 4일부터 열흘간 방송작가 1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자료=방송작가유니온)

작가들은 가장 시급하고 효과적인 지원책으로 ‘직접적인 현금 지원’과 ‘4대 보험 및 사회보장제도 편입’을 꼽았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정부의 프리랜서 지원 움직임은 환영하지만 보완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 22일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특수고용직 종사자,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추가 지원책을 내놨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93만 명에게 총 1조 5천억 원을 투입해 1인당 월 50만 원씩 최장 3개월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방송작가들은 정부 지원을 제대로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을 위한 생활 안정 지원금’의 경우 제출 서류 구성에 현실성이 없다. 정부는 프리랜서에게 소득 감소를 증빙할 자료(전년도·올해 소득자료)와 함께 ‘계약서’를 요구하지만 상당수의 방송작가들은 서면 계약 없이 구두계약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방송작가유니온 실태조사에 따르면 방송작가 75%가 서면계약 없이 일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전년도 소득분과 비교해 증명하는 방식 또한 방송작가에게 적용하기 어렵다. 프로그램 이동이 잦고, 특집물 등 1회성 프로그램도 상당하며 기획단계에서 중단된 경우에는 입증이 쉽지 않다. ‘가족 돌봄 비용 긴급 지원’ 대상에 특수고용직이나 프리랜서가 포함되지 않아 방송작가는 돌봄 지원조차 받을 수 없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취지가 좋더라도 현실성 없는 정책은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부는 방송업계 프리랜서를 위한 실효성 있는 보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와 지자체, 국회가 방송작가를 비롯한 프리랜서를 위해 현금 지급이라는 일회성 지원에 그칠 게 아니라 고용보험 등의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 구축에 조속히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또 방송작가 등 예술인들에게도 고용보험을 적용하자는 법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멈춰있다며 21대 국회에서 관련 논의에 힘써달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방송작가유니온은 고용노동부에 ‘위장 프리랜서’ 문제를 방치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방송작가 중 상당수가 근로자의 의무를 강요받지만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철저한 근로감독을 통해 근로 실질을 따져 실제 프리랜서와 위장 프리랜서 구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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