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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의 정은경 본부장 활용법조선일보 "52시간제 혁파해 제2의 정은경 기반 마련해야"…수당 반납에 웬 소득 상위층 도덕적 책무 시험?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4.28 06:53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노동시간과 수당 반납을 조선일보 등은 주52시간제 폐지, 긴급재난지원금 논란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24일 매일경제는 <[단독] 정은경 본부장도 임금 반납, 직원들은 연가보상비 없어> 기사에서 "코로나19 극복의 주역으로 밤낮없이 방역에 힘쓰고 있는 질병관리본부도 정부가 추진하는 공직사회 임금반납과 연차휴가 수당 반납을 피해가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사진=연합뉴스)

매일경제는 "국무조정실측은 '강제는 아니고 자발적으로 참여가 이뤄졌다'면서도 '대다수의 공무원들이 함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며 "'자발적'이라고 말하지만 대다수 공무원들이 참여하는 상황에서 빠지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만큼 강제적인 조치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1일 나라살림연구소는 '질병관리본부 연가보상비도 삭감한 2차 추경안'이라는 제목의 브리핑 자료를 내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2차 예산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겠다는 목표에 따라 공직자 연가보상비를 삭감하기로 했는데 질본과 지방 국립병원 등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 있는 방역 주체들의 연가보상비가 삭감되고 청와대, 국회, 국무조정실 등의 연가보상비는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지적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질본이나 지방 국립병원의 연가보상비 같은 인건비를 깎아 코로나19 대응에 최전선에서 가장 애쓰는 공직자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정부는 21일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의 급여 일부를 반납하기로 했다.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들의 급여 30%를 4개월간 반납한다는 것이다. 차관급인 질병관리본부장의 급여도 삭감돼 정 본부장 연봉 1억 2784만원 중 1200만원 가량이 반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25일 <[단독]업무추진비 5만 800원… 정은경은 사람 만날 시간도 없었다>에서 "방역에 헌신하는 정 본부장이 이달부터 7월까지 4개월간 급여의 30%를 반납하게 됐다"며 "정부가 '코로나 고통 분담'을 이유로 정부 부처 장관·차관이 이 기간 급여 30%를 반납하도록 권고했고 정 본부장도 동참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그것도 차관급 고위직이 정부의 방침과 권고를 거부하기 어렵다. 사실상 강제적인 조치라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연가보상비는 연가를 쓰지 못한 만큼 받는 수당으로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해 연가를 가기 어려운 질병관리본부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보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정부의 획일적인 공무원 보상체계 적용이 이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조선일보, 한국경제 등은 한발 더 나아가 정 본부장의 수당 반납을 긴급재난지원금 논란과 연결시켜 정부를 비판했다.

한국경제는 25일 기사 <힘센 청와대는 두고 질본 연가보상비는 삭감… 국민들 공분>에서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당 원내대표는 코로나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추진하면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해 줄 것'을 입을 모아 요구했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직속기관의 예산 삭감은 '예외'로 둔 채라 이들의 기대에 국민들이 부응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7일 사설 <코로나와 싸운 질본·의료진 수당 삭감, 청와대·국회는 그대로>에서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당 원내대표가 국민에게 재난지원금 기부를 요구하면서 정작 이들의 직속 조직은 고통 분담에서 빠진 것"이라고 썼다. 

조선일보 4월 27일 사설 <코로나와 싸운 질본·의료진 수당 삭감, 청와대·국회는 그대로>

조선일보는 "사태 초반, 중국인 입국 제한을 소홀히 하면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게 만든 정부의 실패를 이들이 헌신적 노력으로 만회했다"며 "이들의 희생 덕에 전 세계에 '방역 모범국' 임을 자랑할 수 있게 된 정부가 방역 공무원들을 푸대접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진영은 국내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을 이른바 '중국봉쇄론'에서 찾고 있다. 정부가 중국발 입국금지를 시행하지 않아 사태가 확산됐다는 주장이다.  

이어 조선일보는 "정부·여당은 총선 공약에 따라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지급'으로 확대하면서 소득 상위 30% 층에 대해선 '자발적 기부'를 주문했다"며 "그러면서도 청와대와 국회는 고통 분담 대신 손해 보지 않겠다고 한다. 무슨 낯으로 국민의 자발적 기부를 바라나"라고 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24일 사설 <'스스로 부자라 생각하면 돈 반납하라', 이런 정책도 있나>에서 "30% 소득 상위층은 전체 근로소득세의 95%를 부담하고 있다. 전 국민에게 나눠준다는 지원금은 이들이 부담한 부분이 가장 많다"며 "이들은 재난지원금을 달라고 한 적도 없다. 그런데 세금을 낸 사람들에게 '도덕적 책무'까지 시험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정 본부장의 노동시간을 두고도 주52시간제 폐지와 연결시켰다. 나지홍 조선일보 경제부 차장은 지난 14일 칼럼 <정은경 본부장이 52시간제 대상이었다면>에서 "월스트리트저널이 코로나 사태의 영웅으로 꼽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과 질본 공무원들은 역설적으로 52시간제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찬사를 받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4월 14일 <정은경 본부장이 52시간제 대상이었다면…>

나 차장은 "결과적으로 의료진과 공무원을 배제한 주 52시간제가 한국을 방역 모범국으로 만든 '신의 한 수'가 된 것"이라며 "업종·직종을 가리지 않는 획일적 52시간제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갈라파고시식 규제다. 새로 구성될 21대 국회에서는 이런 비합리적 규제들을 혁파해 민간에서도 제2, 제3의 정은경이 나올 기반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썼다.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진이 보여준 대응으로 한국사회에서는 공공의료 인프라 및 보건의료인력 확충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조선일보는 오히려 반대로 노동규제 철폐를 주창했다. 제2, 제3의 '정은경'이 나오려면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노출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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