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차분한 대응'을 강조했다. 북한 관련 정보, 그중에서 최고지도자의 신변은 북한에서 최고 수준의 기밀 중 하나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고 한국 상황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큰 사안이다. '차분한 대응'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주요 매체 중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차분한 대응'에서 조선일보 역시 자유롭지 않다.

조선일보는 27일 사설 <난무하는 '김정은 신변 이상設' 추측 말고 차분히 대응해야>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건강과 관련한 온갖 소문과 추측이 열흘 넘게 쏟아지고 있다"며 "미확인 정보에 휘둘리거나 추측하지 말고 모든 종류의 비상사태를 염두에 두고 차분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4월 27일 <난무하는 '김정은 신변 이상說' 추측 말고 차분히 대응해야>

조선일보는 "과거에도 북 최고지도자 신변을 둘러싼 루머는 종종 제기돼 왔다. 워낙 폐쇄 집단이라 사실 확인이 힘들고 소문이 확대 재생산되곤 했다"면서 "이번에도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지만 의심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김일성 주석 생일인 이른바 '태양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점, 북한이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봤을 때 극단적 상황은 아니더라도 북에 뭔가 이상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게 무리는 아니라는 게 조선일보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이런 관측이 사실인지 헛소문인지는 조만간 확인될 것"이라며 "어떤 경우든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우리로선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22일 사설 <김정은 건강 이상설… 모든 가능성 놓고 차분히 대비하라>에서 "김정은의 신변 이상설은 아직까지 미확인 정보 수준"이라며 "체제 안전이 최우선인 취약국가의 불안장애와 과잉행동을 관리하는 것도 우리로선 만만찮은 괴제다. 정부는 북한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차분히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CNN이 지난 21일 김 위원장 위독설을 보도한 이후 한국 언론 대다수는 '차분한 대응'이 아닌 사회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추측성 보도로 일관했다.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이 유행했고, 건강이상설이 사실일 경우를 전망하는 관측보도가 쏟아지면서 확인되지 않는 건강이상설이 힘을 얻었다. 탈북민 출신 미래통합당 태구민(태영호) 당선인, 미래통합당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등의 발언이 매일 언론을 타고 급속히 확산됐다.

주요 중앙일간지 지면을 살펴보면 인터넷상과 비교해 관련 보도들이 적게 실렸지만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 지면에는 타 언론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김 위원장 관련 보도가 실렸다.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김정은'을 키워드로 주요 언론 지면에 실린 기사·칼럼 수는 동아일보 30건, 조선일보 22건, 중앙일보 16건, 한국일보 16건, 서울신문 13건, 한겨레 11건, 경향신문 7건 등이다.

조선일보 4월 22일 종합 01면 <北의 심장이 이상하다>

보도 내용에서는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21일 CNN 보도 직후 지면을 통해 가장 적극적인 보도에 나선 건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22일 <北의 심장이 이상하다>, <심장병도 3대 세습?… 김정은 몸은 '종합병동'>, <4·27 판문점선언 2주년 코앞인데… 당혹스러운 청와대>, <北, 김정일 쓰러지자 3년 대혼란… 김정은 공백땐 김여정이 나설듯>, <당 제1부부장 꿰차고 대미·대남 담화… 최근 더 세진 그녀, 후계수업 받았나>, <김정은 자녀 3명 추정… 둘째가 딸인 것만 알려져> 등의 기사를 연달아 내놨다.

조선일보는 '팔면봉' 코너를 통해 "끊임없는 위중설에도 안 나타나는 김정은, 핵으로 위세 부리더니 이젠 건강문제로 전 세계 스포트라이트를 받네"(4월 24일), "끊임없는 '김정은 설설설'에 한미는 부인하는데 북은 침묵, '전세계 관심' 즐기는 걸까, 말 못할 처지 된 걸까"(4월 27일) 등의 논조를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황인찬 정치부 차장은 23일 칼럼 <김정은 신변이상설 비상계획 재점검해야>에서 "김 위원장의 현재 상황은 아직 명확히 실체가 드러나 있지 않다. 돌연 건재한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언제든 신변이상설은 다시 반복될 수 있다. 이번 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을 계기로 북한의 갑작스러운 권력 변화에 대비한 철저한 비상계획을 다시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 4월 23일 김범수 논설위원 칼럼 <김정은 건강이상설>

반면 한국일보는 22일 기사 <'김정은 인포데믹'… 중태설에 5시간여 대혼란>에서 "신빙성 낮은 정보가 와전되면서 벌어진 '해프닝'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 같은 북한 변수가 여전히 한반도 안보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는 씁쓸함도 남겼다"고 보도했다.

이날 한국일보 김범수 논설위원은 칼럼 <김정은 건강이상설>에서 1986년 11월 16일자 조선일보 1면에 실린 '김일성 피살설' 오보와 당시 국내 언론들의 오보인용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번 사태의 발단이었던 국내 북한 전문매체의 최초 심혈관 수술 보도도 사실인지 알 길이 없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당국자의 말 한마디를 보태 '위중'이라고 내지른 CNN 보도는 무책임하다. 북한 관련 보도는 사실 확인에 소홀하면 큰 오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북 김정은 위중설에 청 "특이 동향 없어">, <트럼프 "김정은 상태 몰라… 잘 있기를 바란다">,<"김정은 열차 원산 정차 중"… 보름 잠행에 쏟아지는 신변 보도> 등의 보도를 통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겨레 역시 <난데없는 '김정은 위독설'… 청와대 "북 특이 동향 없다">, <김정은, 인민혁명군 기념일도 불참… 정부는 '원산 체류' 무게> 등 확인된 사실관계만을 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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