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번 사건과 총선 시기를 연관 지어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정치권의 어떠한 외압과 회유도 없었으며, 정치적 계산과도 전혀 무관함을 밝힙니다. 부산을 너무나 사랑하는 한 시민으로서, 부디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오거돈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 A씨는 23일 입장문을 내어 이 같이 호소했다. 일부 정치권, 언론 등에서 해당 사건이 총선 전인 이달 초에 발생했다는 점, 총선 이후 사퇴를 제안하는 '사퇴공증서'가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사건을 정치쟁점화하는 데 대한 피해자의 간곡한 호소였다. 그러나 주요 언론 중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사건을 총선과 직결시켜 정치쟁점화에 집중했다.

4월 24일 중앙일보 1면 <총선 전 성추행 총선 뒤 사퇴>, 조선일보 1면 <총선 끝나자 터져나온 오거돈의 성추행>

24일 조선일보는 <총선 끝나자 터져나온 오거돈의 성추행>(종합 1면), <野 "여당, 총선후 물러나도록 조율했나"… 몰랐다는 與, 사무총장이 대국민 사과>(정치 3면), <[사설]부산시장의 추한 퇴장과 총선용 '사퇴 공증서'>(오피니언 27면) 등의 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정치적으로 해석했다. 중앙일보는 <총선 전 성추행 총선 뒤 사퇴>(종합 1면), <"총선 뒤 사퇴" 공증까지 했는데, 민주당·청와대 몰랐나>(정치 5면), <[사설]오거돈 시장 성추행 사건, 시장직 사퇴로 끝날 일인가>(오피니언 30면) 등의 기사와 사설을 통해 정치적 해석에 초점을 맞췄다.

23일 오거돈 시장은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오 시장은 이달 초 A씨를 시장집무실로 불러 성추행했다. 이후 A씨는 부산성폭력상담소에 오 시장을 신고했다. A씨는 "그것은 명백한 성추행이었고, 법적 처벌을 받는 성범죄"라고 했다. 신고 오 전 시장은 주변 사람들을 통해 A씨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부산시청에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이달 안으로 오 시장이 공개적인 사과와 함께 시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A씨의 요구에 따르겠다는 '사퇴서'를 만들어 성폭력상담소와 A씨에 전달했다. 해당 사퇴서는 한 법무법인을 통해 A씨 가족 입회 하에 '공증'됐으며 법적 효력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부산시는 사퇴절차를 총선 이후로 제안했고 성추행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것을 우려한 A씨측은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 등 일부 정치권과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사건의 초점을 '총선'에 맞추고 있다. 조선일보는 기사 <野 "여당, 총선후 물러나도록 조율했나"… 몰랐다는 與, 사무총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하지만 민주당의 이런 해명에 대해 야당에서는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집권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성추문으로 사퇴하면서 발표 1시간 30분 전 당에 알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라며 "더구나 피해 여성은 지난 7일 사건 발생 직후 부산성폭력상담소와 함께 오 시장에게 4월 말까지 사퇴하라고 요구했고, 양측은 이런 내용을 명시한 확약서를 작성해 공증까지 받았다. 오 시장 측이 총선에서 민주당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사퇴 시점을 총선 이후로 미뤘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부산시장의 추한 퇴장과 총선용 '사퇴 공증서>에서 "'사퇴 공증서'라는 것은 온갖 일이 벌어지는 정치판에서도 처음 보는 일"이라면서 "피해자로부터 신고를 받은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성추행 사실을 확인하고도 총선 뒤로 사퇴를 미루는 것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야당 소속 시장이 그랬다면 이들이 눈을 감고 있었을까"라고 썼다.

이어 조선일보는 "민주당은 이날 오 시장을 제명하겠다면서 '성추행 사실을 몰랐고 상의하지도 않았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총선을 목전에 두고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해야 할 상황에 몰렸는데 당 지도부에 이 중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믿기 어렵다"고 했다.

4월 24일 중앙일보 <"총선 뒤 사퇴" 공증까지 했는데, 민주당·청와대 몰랐나>, 조선일보 사설 <부산시장의 추한 퇴장과 총선용 '사퇴 공증서'>

중앙일보는 기사 <"총선 뒤 사퇴" 공증까지 했는데, 민주당·청와대 몰랐나>에서 "정보 당국에서 이미 오 시장의 이상 징후 동향을 파악해 상부에 보고했을 확률이 높다"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곽상도 통합당 의원의 발언을 전했다. 여기에 "민주당 선대위는 이 사실을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청와대까지 보고됐을 것"이라는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의 블로그 글을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공직선거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앙일보는 "부산시 공무원들이 피해 여직원과 사퇴 시기를 놓고 협상했다면 이는 공직선거법(85조, 공무원 선거 관여 금지) 위반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며 "선거 중립의 의무와 관여 금지 의무가 있는 부산시장과 공무원들이 '총선을 감안'해 피해자 측에 사퇴 시기를 총선 이후로 제안하고 협상했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소지가 상당하다"는 조수진 미래한국당 대변인의 주장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오거돈 시장 성추행 사건, 시장직 사퇴로 끝날 일인가>에서는 "이번 사건은 총선 전(7일)에 발생했다. 선거 전에 공개됐다면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은 자명하다"며 "오 전 시장은 투표도 비공개로 하는 등 수일간 종적을 감추다시피 했는데, 민주당 등 여권이 총선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사건을 알고도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오 전 시장이 '총선 후 사퇴한다'는 각서를 쓴 게 드러나 의혹을 키웠다. 사실이라면 도덕성에 타격을 받을 심각한 사안"이라며 "여기서 그칠 일이 아니다. 당 차원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와 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는 게 진정한 속죄"라고 썼다.

한편, 서지율 부산성폭력상담소 상담실장은 23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피해자는 입장문에서 낸 것처럼 이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것을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며 "어떤 정치권의 외압과 회유도 없었고, 정치적 계산과도 무관함을 말했는데 4월이다 보니 언론에서 총선과 연관지어 보는 게 굉장히 불편하고, 자칫하면 성폭력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 실장은 부산시측에서 총선 이후로 사퇴시점을 미루는 제안을 A씨에게 했다는 보도 등에 대해 "그런 내용이 오간 적 없었고 지금 계속 그런 부분이 오보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 실장은 "오히려 피해자가 정치적 계산이 될까봐 걱정을 해서 사퇴시기를 4월말로 정했던 부분이 있다"면서 "4월말로 하겠다고 피해자가 고민하여서 결정을 한 것이다. 그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 시장 발표 이후 정치권을 연결시키는, 성폭력 사건 같은 본질과 맞지 않는 내용이 난무하고 있다"며 "이것은 명백한 2차 가해에 해당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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