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자신의 신상정보에 초점이 맞춰지는 보도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23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부로 사퇴한다”며 부하 직원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고 사퇴했다. 오 전 시장은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고, 이것이 해서는 안될 강제 추행으로 인지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경중에 관계 없이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 받을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피해자는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오 전 시장의 기자회견문 일부 문구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명백한 성추행이었고 법적 처벌을 받는 성범죄였다"면서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 등의 표현으로 되레 제가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비춰질까 두렵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언론에 ‘가십성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벌써부터 진행 중인 제 신상털이와 어처구니없는 가십성 보도를 예상치 못했던 바 아니다”며 “이번 사건은 ‘오거돈 시장의 성추행’이다. 피해자의 신상정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제 신상을 특정한 보도와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보도 일체를 멈춰주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는 특히 <부산일보>와 <한겨레>를 지목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향후 개인 정보를 적시한 언론 보도가 있을 시 해당 언론사에 강력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입장문을 전달한 부산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부산일보는 저희가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오 전 시장이 11시에 사퇴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밀유지를 엄수하고 있었는데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미리 이를 보도해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의 경우,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와 사건 내용, 시간, 날짜가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상담소 관계자는 “피해자와 소통하는 기관인 상담소에서는 얘기한 적이 없는데 피해 행위를 너무도 구체적인데다 추측성으로 보도해 이를 지목했다”며 “하지만 한겨레의 경우, 젠더데스크에서 연락이 와 기사를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밝혔다.

이정연 한겨레 젠더데스크는 “기사가 출고된 직후 피해자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담기는 등 자세한 표현은 배제해야 된다는 의견이 독자와 한겨레 내부에서 나왔다. 이를 인지한 직후 여러 차례 수정했지만 그럼에도 충분치 않은 것 같아 오후 4시 30분에 사과 문구를 담아 출고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기사에 실린 사과문

한겨레는 오후 4시 30여분 <오거돈 부산시장, 여성 직원 성추행…시장직 사퇴> 기사를 최종 수정했다. 기사 앞부분에 실린 사과문에서는 “한겨레는 오거돈 부산시장 사퇴 소식을 전하는 오전 11시47분 온라인 기사에 피해자 신상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담겼다는 독자 의견을 수용해 기사를 수정했다”며 “해당 표현으로 피해자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성범죄 보도에 있어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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