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SKB) 간 통신망 이용료 갈등과 관련, 최근 넷플릭스가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 13일 SKB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넷플릭스가 SK측에 진 채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취지다. SKB와 계약관계가 없는 넷플릭스가 이 같은 소송을 제기한 배경에는 양사간 통신망 이용료 갈등이 있다. SKB는 넷플릭스가 SKB 통신망을 사용하는 만큼 망 이용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SKB는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망 이용료 관련 재정을 신청했다. 양측의 의견을 청취한 방송통신위원회는 다음달 중 중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넷플릭스가 소송을 제기했다. 넷플릭스의 소송 제기로 방통위 중재 절차는 중단됐다. 넷플릭스가 소송으로 방통위 중재를 회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실련은 23일 성명을 내어 공정거래위원회와 방통위가 해당 사건에 대한 법원판단 이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공정위와 방통위는 국내외 사업자들간 불공정거래행위를 선제적으로 규제해 인터넷시장에서의 망접속료 형평성과 생태계 공정성을 확보하고, 이용자 보호와 피해 예방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CP(Content Provider)와 국내 ISP(인터넷제공사업자) 간 망 이용료 갈등은 국내 CP와의 망 이용료 형평성 문제, 이용자 접속불량 문제 등을 동반한다.

넷플릭스는 한국 통신사에 캐시서버를 두고 가입자에게 제공할 콘텐츠를 해당 캐시서버에 전송하면 한국 가입자가 콘텐츠를 이용하는 '오픈커넥트' 방식을 주장한다.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하면 ISP가 해외에서 국내로 콘텐츠를 끌어오는 망을 구축할 필요가 없고 이용자에게 빠르게 고품질의 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ISP측은 이 같은 방식이 글로벌 CP의 망 이용료 회피 수단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캐시서버를 통해 콘텐츠가 국내로 전송된다고 해도 국내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최종 전송하는 것은 ISP이기 때문에 트래픽 증가에 따른 망 증설은 불가피하고, 때문에 캐시서버 유무와 관계없이 글로벌 CP가 망 이용료를 일정부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통신3사 중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 '오픈커넥트'를 도입한 상태다. LG헬로비전, 딜라이브 등 케이블업체도 넷플릭스와 같은 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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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은 이번 사태를 "문제의 당사자인 넷플릭스는 '재정 당사자 적격성'을 부정하면서 최근까지도 SKB와의 합의를 사실상 거부해 오다가 상황이 점점 불리해지자,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법원에 제기해버린 것"이라고 봤다.

경실련은 "이와 같은 글로벌 CP들이 부가통신사업자로서 국내 인터넷시장에서 인터넷통신사업자의 망을 독과점하는 등 실질적인 시장지배력을 행사해왔다는 점에서, 넷플릭스의 '재정 당사자 적격성'을 부정하는 것은 사리도 맞지 않을뿐더러 부적법하다"고 강조했다. 한미 FTA, 국내법 등을 고려해도 넷플릭스는 실질적인 부가통신사업자로서 양국의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당사자 지위에 있기 때문에 '재정 당사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이에 따라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련법에 의거하여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의무, ▲품질보장의 의무, ▲망 증설 등 재정협상에 응할 의무, ▲이용자 보호를 보호해야할 의무 등이 글로벌 CP들에게도 발생한다"며 "하지만 국내 기업들과는 달리, 글로벌 CP들은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 여태까지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과 같은 동영상서비스들이 국내 인터넷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글로벌 CP들은 국내 인터넷망을 과점하여 트래픽을 점유해 왔다"고 비판했다.

특히 경실련은 방통위가 중재중인 이번 사건 뿐만 아니라 경실련이 지난해 4월 공정위에 신고한 '통신3사의 망접속료 차별적취급행위 사건'에 대해서도 조속한 결론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해당 신고 건은 국내 통신사들이 국내·외 CP에 차별적인 망 이용료를 부과해 국내 CP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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