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경고 처분을 받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보도한 KBS ‘생방송 아침이 좋다’에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KBS는 경고 처분 일주일이 지난 시점까지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여론조사 결과를 방송에 내보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KBS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KBS '생방송 아침이 좋다'는 지난달 24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서울 동작을 선거구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KBS는 <서울 동작구을 후보 가상대결>이라며 ‘후보지지도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37.0%, 미래통합당 나경원 33.4%', '당선가능성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29.9%, 미래통합당 나경원 49.9%’라는 자료화면을 내보냈다.

3월 24일 KBS 생방송 아침이 좋다 방송화면 갈무리

방송에 언급된 여론조사는 KBS·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다. 중앙여심위는 18일 해당 여론조사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한국리서치는 가중값 배율 범위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여론조사 결과는 ‘후보지지도 이수진 37.3%, 나경원 33.9%', '당선가능성 이수진 29.6%, 나경원 50.1%’다.

KBS는 23일 열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의견 진술에서 “작가가 방송 전 중앙여심위 홈페이지를 들어갔지만 관련 내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KBS는 “작가가 확인 못 했다고 해도 PD가 체크해야 했다”면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KBS 9시 뉴스의 공신력을 과신했다. 제작진의 불찰”이라고 밝혔다. KBS는 선거방송심의위가 문제를 지적하기 전까지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 KBS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선거방송심의위에서 문서가 온 후 알았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KBS에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김용관 위원은 “이런 방송국 시스템에선 같은 실수가 반복될 것”이라면서 “방송사가 관심을 가지고 제도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위원은 “KBS처럼 상징성·영향력 있는 방송사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다”면서 “선방심의위 문서가 가기 전까지 내부 검토가 없었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인기 위원은 “PD의 인식이 안이하다”면서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문제 여론조사를 의뢰한 KBS '뉴스9'(3월 15일 방송)에 행정지도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의견제시는 권고보다 낮은 수위의 행정지도다. 박세각 위원은 “잘못은 여론조사기관이 했지만, 의뢰자가 책임을 면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최소한의 행정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인숙 위원은 “(범위가 넓은) 전국 조사도 아니고, 서울 동작구을만 조사했는데 이런 실수가 발생했다는 걸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대인 위원장은 “KBS에 여론조사를 자체적으로 살펴보는 조직이 없는가. 자문 시스템이 있었다면 사전에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