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진상규명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정황이 새롭게 공개됐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추가인력 파견을 불발시키는 식으로 ‘대통령의 7시간’ 조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박병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위원회 국장은 "1기 특조위를 무력화시키려는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와 정부부처들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 추가인력 파견을 막는 등의 방법으로 조사를 방해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조위 정원은 2015년 11월 90명에서 120명으로 늘어나게 돼 있지만, 청와대가 공무원 17~19명의 파견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청와대 등에 의한 세월호특조위 조사방해 수사요청 관련 기자회견'에서 박병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장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병우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소위원회 국장은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시 청와대는 국장 및 파견인력 발령을 취소하면서까지 박 전 대통령의 행적 조사를 막으려 했다”며 “저희들은 단순 파견인력 보류 문제가 아닌 1기 특조위를 무력화시키려는 실행계획의 한 부분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국장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2015년 10월 1기 특조위가 조사하기로 의결한 목록에는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과 청와대의 대응에 대한 조사가 포함됐다. 이를 알게 된 청와대는 11월 20일 신임 진상규명 국장과 10개 부처의 추가파견 인력을 한차례 보류시켰으며 3일 뒤 전원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국장 및 파견인력 발령을 취소했다.

박 국장은 당시 구체적인 청와대의 결정은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선에서 나왔다고 지목했다. 이 전 비서실장이 '실수비회의'라고 불리는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특조위에 인력을 보내지 말라며 구체적으로 지시를 했고, 실수비회의 논의 결과는 대통령에게 보고된 후 각 부서가 움직였다는 주장이다. 결국, 진상규명 국장 인사발령안은 철회됐고 공무원 추가파견도 불발됐다. 이듬해 6월 특조위 활동은 종료됐다.

박 국장은 청와대가 ‘대통령 행적’에 대한 조사를 막으려고 이러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대통령의 7시간 관련 조사를 막으려고 했고 3일 전에 인사를 보류시킨 건 반공개적으로 협박한 것”이라며 “1기 특조위가 조사 사안을 통과시키면 완전히 철회하겠다고 협박한 정황들도 있다. 저희들은 단순히 국장 임명 보류나 인력 미파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실질적으로 1기 특조위를 무력화 하려는 것을 넘어 폐쇄시키겠다는 일종의 ‘실행단계’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국장은 “사고 발생 직후 7시간 동안 공개되면 안 되는 일이 있기에 대통령 행적을 숨기려 하는 게 아니냐”며 “국민 304분이 희생된 참사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근무했다고 하면 오히려 ‘무슨 문제가 있냐’고 할 법도 한데 이를 가리기 위해 이렇게까지 하고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청와대 내부 회의문건을 보면 1기 특조위가 불법적으로 뭘 한다는 표현 자체를 하지 못하니 일탈과 월권이라는 표현을 자꾸 사용한다”며 “본인들도 당연히 조사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하는지, 조사를 일탈과 월권으로 규정하면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식의 논의가 문건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박병우 국장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 외에 검찰이 꾸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대통령의 7시간에 초점을 맞춰서 하는 것 같지 않다”며 “1기 특조위에 대한 조사방해 건을 현재 집중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 일환으로 압수수색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산하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은 22일 기재부 안전예산과, 행정안전부 경제조직과 및 인사기획관실, 인사혁신처 인사관리국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