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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드 ‘아무도 모른다’ 종영- 좋은 어른이 좋은 아이를 만든다선한 영향력의 선순환… '좋은 어른’의 가치 담은 웰메이드 드라마
장영 기자 | 승인 2020.04.22 12:55

[미디어스=장영 기자] 좋은 어른과 나쁜 어른은 세상을 어떻게 갈라놓는 것일까? <아무도 모른다>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누구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가치가 도출되었다. 좋은 어른은 좋은 아이를 만들고, 좋은 아이는 그렇게 좋은 어른을 만든다고 말이다.

모든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 백상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복수다. 은호를 납치하고 이를 빌미로 영진을 끌어들인 후 자기만족적 마무리를 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했다.

폭주하는 상호를 누구도 쉽게 막을 수는 없다. 그에게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기 때문이다. 선우가 은호를 지키려 하자 그가 보인 행동으로도 증명되었다. 백상호에게는 자신만 존재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은호는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은호는 상호에게 특별하다.

SBS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

은호를 납치한 상호는 영진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백상호 패밀리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10층을 개방했다. 그렇게 들어선 그곳에 상호는 없었다. 대신 거대한 체구를 가진 고희동이 영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이소룡의 영화처럼 적들을 물리치고 마지막 보스에 다다르는 것처럼 말이다.

체구 차이가 엄청난 희동을 무너트리고 들어선 상호의 서재에는 피투성이가 된 선아가 있었다. 상호에게 마지막까지 충성을 맹세했던 희동도 선아가 죽기 직전까지 몰린 것을 보고 포기했다. 영진은 희동을 풀어주며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리라고 했다.

희동이 알려준 옥상으로 올라간 영진. 그리고 은호를 볼모 삼은 상호와 긴 대화를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풀어내야만 하는 아픈 기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8차 성흔 연쇄살인사건의 주범인 백상호와 희생자인 영진의 절친 수정이에 대한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백상호는 영진이 아닌 수정을 노렸다. 처음 노린 대상은 영진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영진은 그게 이상했다. 자신의 집까지 몰래 들어와 사진까지 훔쳐 간 상호가 왜 자신이 아닌 수정이를 살해했을까? 만약 자신을 살해했다면, 공소시효도 끝날 수 있는 사안이었으니 말이다.

SBS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

상호가 영진이 아닌 수정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만큼 잔인한 존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호가 수정을 택한 것은 영진이 고립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수정이는 다른 친구들도 있었지만, 영진에겐 수정이가 유일했다.

수정의 죽음으로 인해 영진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 그 지독한 고통을 즐기려는 상호의 생각은 맞았다. 사건이 불거진 후 바로 영진에게 전화한 것도 이런 잔혹한 취향 때문이다. 그렇게 모든 것을 얻으려는 순간 자신이 놓아준 영진이 자신을 잡았다.

상호는 마지막까지 비겁한 존재일 뿐이었다. 영진의 손에 자신이 죽게 된다면 어떨까? 영진의 삶은 더 망가질 수밖에 없다. 그게 좋은 선택이라는 것은 마지막까지 영진을 고통으로 이끌기 위함이었다. 분노한 영진은 충분히 그 길을 갈 수도 있었다.

은호 앞에서 영진은 상호에게 복수가 아닌, 법의 심판을 선택했다. 개인적 복수가 아닌 형사 영진으로서 역할을 했다. 모든 것은 끝났다. 상호는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총소리까지 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영진으로 인해 희동과 선아 모두 살아났다.

20년 만에 다시 일상의 평범함을 얻게 된 영진은 마음껏 여유를 부렸다. 방 한가득 채워져 있던 사건 자료들도 모두 치웠다. 더는 그 사건에 매몰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치워진 방안에 은호는 책 한 권을 가져다 놓았다. 과거가 아닌 오늘과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백상호 패밀리는 모두 교도소로 갔다. 한 평 남짓한 독방에 갇힌 상호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왔다고 독백했다. 서상원이 손을 내밀어주었던 어린 시절 쪽방. 그곳에서 구원을 받았다고 생각한 상호는 나쁜 어른 상원에 의해 괴물로 키워졌다. 그렇게 온갖 만행을 저지른 상호가 돌아간 곳은 거대한 왕국이 아닌, 어린 시절 쪽방이나 다름없는 교도소 독방이었다. 

은호는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선우는 재단과 상관없이 교사로서 직업적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좋은 어른으로 많은 아이들을 돕고 싶은 것이 선우의 마음이었다. 태영과도 서로 사과하며 문제를 푼 그들은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증거를 찾겠다고 나선 장기호는 영진에게 택배를 보냈다. 백상호가 살인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다. 권재천이 숨겨 놓았던 것을 찾아 영진에게 보내주었다. 절대 쉽게 다가가기 어려웠던 그날 속으로 들어간 영진은 그렇게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다.

SBS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

수정이 살해당했던 장소를 찾은 영진은 그렇게 과거와 작별을 하고 있었다. "좋은 파수꾼이 불운한 일을 쫓는다"라는 가브리엘 뫼리에의 문장으로 대체한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더욱 큰 가치로 다가왔다. 좋은 어른이 좋은 아이들을 만든다는 이 드라마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으니 말이다.

박완서 수필집인 '나를 닮은 목소리'와 반복해서 등장했던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은 모두 작가의 의도가 담긴 책들이다. 어른들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이 드라마는 그래서 요즘 보기 드문 걸작이었다.

선한 영향력은 선순환되듯, 어른에서 아이로 다시 어른으로 확장되어간다. 그렇게 조금씩 모든 이들이 선한 영향력의 수혜자이자 주체가 되는 상황들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바라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모르는 삶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 잘 드러난 <아무도 모른다>였다.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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