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독설'을 보도해 세계적인 혼돈을 촉발시킨 CNN이 발을 빼는 모양새다. CNN은 '김정은 위독설' 관련 분석기사를 추가로 내놓으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는 북한에서 최고 수준의 기밀 중 하나로, 이런 환경에서 '소문'과 '오보'는 거의 불가피하다고 했다.

CNN은 22일(현지시각 21일) 분석기사 '김정은의 건강에 대한 혼란은 왜 타당한가'에서 이 같이 보도했다.

CNN은 22일(현지시각 21일) 분석기사 '김정은의 건강에 대한 혼란은 왜 타당한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 상태는 북한에서 최고 수준의 기밀 중 하나로, 이런 환경에서 '소문'과 '오보'는 거의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앞서 20일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평안북도 묘향산 지구 내에 있는 전용 병원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인근 별장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어 21일 CNN이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이 주시하고 있다"고 미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하면서 국제적 파장이 일었다.

CNN은 이 보도에서 데일리NK의 보도를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고, 북한에 대한 정보, 그 중에서도 북한 지도자를 둘러싼 정보는 엄격히 통제되기 때문에 사실 확인을 위한 정보 수집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사실관계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나온 추측성 보도의 파장은 컸다. 한국에서는 CNN 인용 보도와 함께 각종 관측 보도가 줄을 이었다. 한때 코스피가 전날보다 2.99%가 떨어지는 등 주식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CNN 보도 직후 한국정부는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북한의 특이 동향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 어디에서도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을 뒷받침할만한 특이 동향이 없으며 김 위원장이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내놨다.

CNN은 22일 분석기사에서 "김정일의 건강과 행방에 대한 논쟁은 북한의 내부 활동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에 수반되어야 할 중요한 경고를 시의적절하게 상기시켜 준다"며 "그 나라는 독립적이고 믿을 만한 뉴스를 수집하는 데 있어 블랙홀"이라고 했다.

'김정은 건강이상설'은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인 이른바 '태양절' 행사에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으로 참석하지 않으면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찌라시'가 돌면서 '김정은 건강이상설'이 증폭됐다. 이 찌라시에는 '김 위원장이 뇌사 상태에 준하는 심각한 상태이나 사망한 것은 아니고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기는 불가능하다', '김여정이 명목상의 지도자로 표면에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시안게임 중 방한한 북한 실세 3인방이 현재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통합진보당 최고지도부와 예전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이 동요상태' 등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해당 찌라시는 2014년에 나돌던 허위조작정보의 내용과 동일한 것이다.

해당 찌라시와 별개로 김 위원장 건강 이상과 관련한 첩보 수준의 정보는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식 SBS 북한전문기자는 21일 취재파일에서 "찌라시와는 전혀 별개의 김 위원장 건강 이상 첩보가 저에게 입수됐다"며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명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기는 어려운 첩보였다는 점만 말씀드린다. 물론 김 위원장 건강이 얼마나 이상한지 등 구체적 내용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첩보 수준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안 기자는 "이리저리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관련 인사들에게 첩보의 진위 여부를 물었지만 '사실무근'이나 '확인된 바 없다'는 답변들이었다"며 "북한 관련 내용을 왜 우리 정부 당국자들에게 확인하느냐고 궁금하신 분들이 있겠지만, 모든 정보가 폐쇄적인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한 가장 신뢰있는 취재원은 역설적으로 우리 정부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21일)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우리는 모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 보도와 관련해 "아무도 그것을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그 보도가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한편 국내 언론 일각에서는 '김정은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건강이상설이 사실일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전망하는 등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4월 22일 종합 01면 <北의 심장이 이상하다>

22일 주요 종합일간지 중에서는 조선일보가 해당 이슈에 집중했다. 조선일보는 <北의 심장이 이상하다>, <심장병도 3대 세습?… 김정은 몸은 '종합병동'>, <4·27 판문점선언 2주년 코앞인데… 당혹스러운 청와대>, <北, 김정일 쓰러지자 3년 대혼란… 김정은 공백땐 김여정이 나설듯>, <당 제1부부장 꿰차고 대미·대남 담화… 최근 더 세진 그녀, 후계수업 받았나>, <김정은 자녀 3명 추정… 둘째가 딸인 것만 알려져> 등의 기사를 연달아 내놨다.

반면 한국일보는 기사 <'김정은 인포데믹'… 중태설에 5시간여 대혼란>에서 "신빙성 낮은 정보가 와전되면서 벌어진 '해프닝'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 같은 북한 변수가 여전히 한반도 안보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는 씁쓸함도 남겼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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