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올 시즌 K리그의 주요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바로 '닥공 축구'입니다.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이 주창한 이 '닥공 축구'는 화끈한 공격 축구로 경기도 이기고, 팬들을 즐겁게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이에 걸맞게 14경기에서 33골을 집어넣으며, 경기당 평균 2골 이상의 득점을 기록하고 리그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닥공 축구 모토에 따라 공격수들이 제 몫을 발휘하며, 이동국이 2년 만의 득점왕을 노리고 있고, 공격수들이 골고루 득점, 도움 등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위력적인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닥공 축구'만큼이나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준 팀이 있으니 바로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포항은 탄탄한 수비력과 짜임새 있는 중원 조직력, 그리고 몰아치기에 능한 공격수들의 능력을 앞세워 2위를 달리며 지난해 6강 진출 실패의 아픔을 완전히 씻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포항은 '역전의 명수', '후반전의 팀'이라는 새로운 별칭이 어울릴 만큼 후반에 골을 몰아넣는 능력을 과시하며 K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 황선홍 포항 감독 ⓒ연합뉴스
포항이 후반전의 팀으로 거듭난 것은 지난달 15일, 전북 현대와의 10라운드 경기 때였습니다. 당시 전반에 2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던 포항은 후반 신형민의 골을 시작으로 슈바가 연달아 2골을 넣으며 역전에 성공, 명승부 끝에 마지막에 웃었습니다. 이어진 3경기에서 연속 무승부를 기록하며 잠시 주춤했던 포항은 지난주에 열린 14라운드 상주 상무전에서 역시 전반에만 2골을 내줬다가 후반에 4골을 몰아넣는 무시무시한 공격력으로 4-3 또 한 번 대역전승을 거두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모따가 1골-3도움을 기록하고, 고무열, 김태수, 아사모아 등 다양한 선수들이 득점력을 과시한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포항의 몰아치기 득점 본능은 물론 이 두 차례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이전에 컵대회 경기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전반에만 4골을 넣으며 4-1 대승을 거뒀던 것, 울산 현대와의 7라운드에서 후반 막판에 연달아 2골을 넣으며 2-0 완승을 거뒀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두 차례 경기를 통해 포항은 먼저 골을 먹고도 절대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는 팀으로 떠오르면서 전북 현대만큼이나 센세이셔널한 기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북 현대의 닥공 축구와는 뭔가 다른 면이 있지만 포항식 공격 축구에도 뭔가 모를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습니다. 포항이 이러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공-수 그리고 이를 조율하는 중원 간의 균형이 완벽하다는 점 때문입니다. 중간에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 제 몫을 다 해주고, 공격과 수비수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다하기만 하면 되다보니 경기를 지고 있다 해도 언제든지 무시무시한 화력을 과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보다 더 빠르고, 보다 더 세밀한 축구를 추구하는 황선홍 감독의 철학이 첫 해에 잘 이식되다보니, 이제는 한 번 터지기만 하면 몇 골 이상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팀으로 떠오를 수 있게 됐습니다. 그 가운데서 황진성, 김재성, 신형민의 '황금 미드필더' 그리고 모따, 슈바, 아사모아 등 외국인 공격수들의 활약상, 조화는 포항 축구가 2년 전 '파리아스 축구' 이상의 위력을 과시하는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선수나 팀 모두 화끈한 축구, 재미있는 축구, 그리고 경기를 뒤집으며 더욱 흥미를 갖게 하는 축구로 팬들도 포항 축구에 다시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포항 스틸러스에는 지역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들이 많이 있습니다. 2년 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두며 지역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선수들이 여전히 활약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포항 축구의 전설과도 같은 인물, 황선홍이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역사가 있고, 스토리가 있는 이 팀이 화끈하고 내용 있는 축구로 승승장구를 거듭한다면 또 한 번 기억에 남을 한 시즌을 만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시즌 절반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황선홍호 포항 스틸러스는 많은 것을 보여주고, 많은 것을 기대하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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