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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봐야할 안형환 발언 "방송 공정성은 선언적 의미"TV조선 '조건없는 재승인' 주장, 사퇴 촉구 불러일으켜…'특혜 사업' 종편에 공적 책무 부여 안 된다?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4.22 07:09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민주언론시민연합이 TV조선·채널A 조건부 재승인 의결 과정에서 '조건없는 재승인'을 주장한 안형환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해 사퇴를 촉구했다. 미래통합당 추천으로 임명된 안 위원은 사실상 공정성을 기준으로 한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제도의 폐지를 주장했다. 

민언련은 21일 낸 성명에서 "방통위 위원들은 이번 재승인 결정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그에 준하는 책임을 져라"며 "특히 명백히 방송자격이 없다는 결과가 나온 TV조선에 대해 아무 조건 없이 4년 기간의 재승인을 주장한 안형환 위원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안형환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20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발언 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TV조선과 채널A의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20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안 위원은 "방통위 원래 모델이라는 미국 FCC(연방통신위원회)에서도 1987년부터 공정성 원칙을 폐기한 바 있는데 공정성 문제로 과락점수를 맞고, 한 언론사의 문을 닫게 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방통위가 TV조선에 조건없는 재승인을 의결할 것을 주장했다.

안 위원은 "방송의 공정성이 과연 방송사 재승인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가. 공정성은 누가 판단하며 심사위는 공정한가에 대한 논란이 항상 있어왔다"면서 "전파의 희소성 때문에 나온 개념인데, 지금처럼 다채널 다매체 시대의 경우 공정성 조항 자체가 큰 매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위원은 "우리 방송법에 공정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조문은 선언적 의미"라며 "행정관청에서 공정성을 근거로 처벌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위원은 TV조선에 대한 재승인 유효기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방통위 사무처가 제시한 안 중 '3년 조건부 재승인' 안에 대해 안 위원은 "지난해 5월 사업자들에게 보낸 기본계획안에는 중점심사를 어겼을 경우 유효기간을 내린다는 내용은 없다. 어떤 근거로 1년을 내렸는지 알 수 없다"며 방통위의 '행정 재량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TV조선의 재승인 심사 점수는 총점 1000점 중 653.39으로 재승인 기준 점수를 넘겼다. 하지만 TV조선은 중점심사사항인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항목에서 배점의 50%에 미달해 과락 평가를 받았다. 기준 점수 이상이라도 중점심사사항에서 과락 평가를 받으면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가 가능하다. 

안 위원의 주장은 650점 이상, 700점 미만 구간의 재승인 유효기간은 4년이고, 중점심사사항 과락에 대한 유효기간은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TV조선에 대해 4년의 재승인 유효기간을 부여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재승인·재허가 심사에서 중점심사사항 과락 없이 총점 650점을 넘긴 방송사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주장은 황근 선문대 교수의 종편 재승인·재허가 제도 폐지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황 교수는 종편 출범의 근거가 된 미디어법 개정과 관련, 2009년 당시 한나라당 추천을 받아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 참여, 종편 도입을 주장한 인물이다. 

황 교수는 지난해 3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주최로 열린 '방송사업자 재승인·재허가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장기적으로는 재승인·재허가 제도의 폐지를, 단기적으로는 기간 연장을 통한 규제완화를 주장했다. 이 주장의 근거로 황 교수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줄어든 방송사업자의 위상을 들었다. 또 황 교수는 공영방송에 대한 별도 규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방송사업자에 대한 정의와 규제의 의미가 모호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막말·편파·오보 논란이 지속되는 방송산업, 그중에서도 종편PP에 대한 재승인 제도 폐지는 방송의 공정성, 공공성 중심으로 관련 법체계와 정책이 짜여 있는 한국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당시 방통위측에서 제기됐다. 

당시 신영규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장은 "방송 인·허가제도는 사업면허를 주는 일종의 특혜이자 특허다. 이와 함께 공적책무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면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유도, 종편의 오보·막말 등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한 부분이 있다. 사외이사제 도입 등도 경영투명성을 높여 국민들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방송을 볼 수 있도록 고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 과장은 "최근 미디어 시장의 상업성을 많이 고려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방송정책은 공공성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산업으로서의 방송보다 공적가치 실현수단으로서의 방송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서 "과연 규제를 완화해도 될 만큼 방송사업자가 공적책무를 잘 이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3월 5일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주최 '방송사업자 재승인, 재허가 제도개선' 토론회 현장 (사진=미디어스)

이번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도 같은 맥락에서 타 위원들의 비판이 이뤄졌다. 허욱 상임위원은 "안 위원이 방송 공정성에 대한 근원적 문제를 제기했지만 방송제도의 전반적 운영 틀이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구현"이라며 "특별 허가를 받아 유지·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송의 공익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허 위원은 "종편 출범 10년, 세 번째 재승인 심사를 하는 올해도 여전히 공공성 논란이 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며 "방송법이 제시한 방송 공공성을 종편이 유지해왔는지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고, 재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김창룡 상임위원은 "(안 위원은)우리 방송법에 공정성이 있음에도 이를 애써 무시하며 미국의 사정을 끌어와 얘기했다"며 "미국에서 공정성이 논란이 됐다는 것은 맞지만 미국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다. 이런 문제가 나오면 한국에 없는 제도로 방송사 문을 닫게 할 수 있다. 제반적 검토를 통해 말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안 위원은 임명 후 첫 회의 참석 인사말을 통해 "방송과 통신의 발전을 위해 주어진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특히 저는 국회 추천으로 방통위 상임위원이 됐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추천 취지에 맞게 열심히 일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BS 기자 출신인 안 위원은 2008년 18대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전직 의원이다. 2010년 한나라당 대변인, 2012년 대통령 선거 박근혜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2014년 새누리당 보수혁신 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달 26일 임기가 종료된 김석진 상임위원 후임으로 임명됐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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