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설이 나돌았던 지동원의 유럽 진출이 결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 입단 계약을 맺으면서 정리가 됐습니다. 지동원의 원 소속 구단인 전남 드래곤즈는 지동원이 3년간 선덜랜드와 계약하게 됐다면서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지동원은 박지성, 이영표, 이청용 등에 이어 8번째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선수가 됐습니다.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지동원은 '축구 종가'에서 새로운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며, 미래를 밝혔습니다. 현지 환경 적응 등 기본적으로 새 무대에서 뛰며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지만 아직 가능성이 큰 선수인 만큼 많은 경험을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 지동원 ⓒ연합뉴스
지동원의 이번 프리미어리그 진출은 K리그 입장에서도 흐뭇한 일로 다가올 것입니다. K리그 무대에서의 활약을 통해 유럽 빅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의 사례가 늘면서 서서히 K리그가 세계 시장에서 주목하는 리그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합니다. 중소 규모 리그에서만 주목받다 서서히 K리그 선수들에 눈독을 들이는 팀, 리그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 분명히 예전과는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K리그에서 해외 진출을 한 선수들은 대부분 일본 J리그로 나간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K리그에서 뛰는 것보다 유무형적인 이익도 많고, 유럽이라는 큰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서 한국보다는 일본을 통해 가는 것이 더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떄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꿈을 이룬 선수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나마 유럽에 진출하는 선수들이라 해도 2부 리그, 또는 동유럽권 리그에서 겨우 자리 잡는 수준이었으며, 이마저 1-2년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국내로 유턴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K리그 선수들의 유럽 진출이 서서히 봇물이 터진 때는 200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안정환이 부산 대우 로얄즈에서 뛰다 이탈리아 세리에A 페루지아에서 뛴 것을 시작으로, 이천수가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 송종국, 김남일이 네덜란드 리그에서 뛰며 유럽으로 눈을 돌리는 K리거들이 많아졌습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세계 축구가 한국 축구를 다시 봤고,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의 유럽 진출과 더불어 K리그 출신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유럽 진출 황금기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선수들 대부분 현지 적응 실패, 팀내 입지 저하 등으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다시 들어온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역시 1-2년 버티면 잘 하고 왔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 후반 K리그는 다시 유럽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FC 서울 출신 박주영, 이청용 등이 각각 프링스리그, 프리미어리그에서 기회를 잡았고, 꾸준한 활약에 힘입어 가치가 올라간 것입니다. 뒤이어 기성용이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에서 활약할 기회를 얻었고, 구자철이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에서 뛰게 되면서 K리그 출신 선수들의 가치는 점점 올라갔습니다. 이전과 다른 것은 K리그 출신 선수들의 유럽 진출이 비교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때문에 바라보는 팀의 수준도 높아지고, 그만큼 주목도 많이 받게 됐습니다. 장기를 살려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눈도장을 찍을 수만 있다면 언제든 '큰 꿈'의 기회는 열려 있다는 것을 자주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물론 최근 유럽 무대에 진출한 선수들 모두 K리그 뿐 아니라 국가대표에서의 활약도 대단해 이에 따라 유럽 스카우터들이 주목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 선수들 모두 K리그를 기반으로 꾸준하게 성장하고 스스로 가치를 높여가면서 마침내 또 다른 꿈을 이룬 것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오랜 축구 유학을 통해 기술을 익히고 해외 무대 진출을 한 것이 아니라 K리그 유소년 시스템을 통해 성장하고 기회를 얻어 발전하는 것은 K리그가 그만큼 질적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박주영,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연합뉴스
이를 바탕으로 해서 최근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 팀이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고, 클럽월드컵, 각 급 월드컵 등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도 컸습니다. 이 덕분에 한국 축구, 그리고 클럽 축구인 K리그를 보는 눈이 확실히 달라지면서 결과적으로 K리그 선수들에도 눈독 들이는 일이 많아지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유럽과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해도 그만큼 성장 잠재력, 아시아 최고 수준의 경기력 등을 인정하니 자연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또 어떤 선수들이 유럽 빅리그에서 주목할지 기대되는 면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이유가 없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K리그에서 좀 더 오랫동안 뛰기를 바랐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좋은 자원을 빼앗기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K리그를 알리고 세계무대에서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데에 나쁠 이유는 없습니다. 또한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K리그가 더욱 경쟁력을 갖추면 되는 것입니다. 선수들이 보다 더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선수들 스스로도 경기 수준을 더욱 높여 많은 관중이 끊임없이 찾도록 한다면 국내 선수 뿐 아니라 오히려 다른 나라에서 뛰는 스타들이 K리그에 눈독을 들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보면 경쟁력 향상, 질적인 발전입니다. 선수 하나를 큰 무대에 보냈을 떄 더욱 경쟁력을 갖추고 이를 통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K리그 팀들은 스스로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쨌든 지동원의 프리미어리그 진출로 또 한 명의 K리거가 유럽 무대 진출을 했습니다. 본인 노력 여하에 따라 유럽 무대 진출이 성공하냐, 실패하냐를 좌우하지만 어쨌든 K리거 출신 유럽파가 꾸준하게 양산되고 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더 많은 K리거들이 더 큰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K리그의 수준은 더욱 높아질 것이며, 그로 인해 자체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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