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주말 사이에 방영된 인기 드라마들이 여성 성상품화 논란, 여성에 대한 과도한 폭력장면 연출로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18일 KBS2TV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는 유흥업소에 종사하던 직원들이 김밥집을 새로 여는 모습을 다뤘다. 이들은 직접 만든 김밥이 맛이 없자 적극적으로 호객행위에 나섰다. 교복 입은 남학생 둘에게 “잘생긴 도련님들이네”라며 얼굴을 쓰다듬고, 사이다를 레몬이 담긴 컵에 따르며 폭탄주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KBS2TV <한 번 다녀왔습니다> 18일 방송분

시청자들은 방송 이후 ‘가족들과 보기 낯뜨거웠다’, ‘여성을 성상품화 하는 장면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시청자 김**는 “김밥집에서 일하는 중에 과도하게 짧은 치마를 입은 노출이 필요한지 의문이고 노골적인 성적 시선으로 비추는 구도가 주말 드라마에 맞는 연출인가”라며 “김밥집 외부를 커튼으로 가려놓고 그 유리창에 붙어 있는 입술 무늬 스티커까지 여자를 성적으로 소비하는 장면이 너무 불쾌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청자 이**는 “n번방을 비롯한 여성을 향한 수많은 성범죄와 논란이 떠오르고 있는 판국에 공영방송에서 어긋난 성 관념을 고착화시키고 성매매를 대놓고 미화하는 장면을 보였다는 게 말이나 되냐”고 지적했다.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100건이 넘는 항의글이 올라왔다.

KBS 제작진은 19일 “일부 장면이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함을 드리게 되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조금 더 신중을 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방송과 다시보기를 포함해 제공되는 일체의 방송분은 수정 편집본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8일 방송된 JTBC <부부의 세계>에서는 주인공 집에 침입하는 괴한의 입장에서 카메라가 비춰졌다.

같은 날 방송된 JTBC <부부의 세계>는 범죄자 시점에서 연출된 장면이 과도하게 폭력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늦은 시각 혼자 집에 머물던 지선우(김희애 분)가 갑작스런 괴한의 습격을 당하는 장면이다.

괴한이 유리창을 깨고 집에 들어오는 장면부터 카메라는 범죄자의 시점에서 움직였다. 카메라 시선은 바닥을 향한 뒤 지선우를 향해 달려가고 목이 졸려 고통스러워하는 지선우의 표정을 그대로 담았다. 시청자들은 마치 1인칭 슈팅게임을 하는 모습 같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JTBC 시청자 게시판에는 가해자 시점의 연출이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라는 항의글이 쏟아졌다. “김희애를 때리는 장면이 게임VR처럼 가해자 입장에서 묘사되는 게 역겹다”, “약자를 때리는 장면을 너무나 노골적으로 자극적으로 표현한다” 등이다.

이와 더불어 손제혁(김영민 분)이 명품백을 사주며 식당 종업원과 바람을 피우는 장면 역시 논란이 됐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가방으로 여자 몸을 살 수 있다고 표현하는 장면을 보고 많이 화가 났다. 남자들이 여자를 쉽게 본다고 생각한 게 여러 번 있었는데 미디어가 그렇게 만들고 있었다”, "미혼여성이 기혼남성의 돈을 보고 접근해, 자신의 성을 대가로 가방을 받아내는 존재로 그리는 방식은 명백한 여성혐오"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시청자는 18일 방송된 두 장면을 모두 지적하며 "최근 전국적으로 이슈되는 N번방 사건으로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불법 영상 매체의 유해성이 대두되고, 대한민국의 여성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는 이 시점에서 더이상 여성 대상 범죄가 흥미유발의 관점으로 소비되는 것을 막아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KBS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150여 건 정도, JTBC '부부의 세계'는 1300여건 정도 시청자 민원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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