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가 '일하는 국회법'을 반대했다. 조선일보는 "단독 처리 의석도 부족해 야당 손발 묶는 법부터 만드냐"며 '일하는 국회법'을 정치적 공세로 규정했다.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 '동물국회'로 꼽히는 20대 국회의 파행 전례를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총선 전 발의된 법안이지만 조선일보는 정치적 유불리를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1일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일하는 국회법'을 21대 국회 첫 개혁 입법 과제로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민주당 국회혁신특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일하는 국회'를 목표로 국회혁신방안을 내놨다. 임시국회 개회 의무화, 의사일정·안건결정 시스템화, 회의 불출석 국회의원에 대한 패널티 도입,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등이 골자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혁신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이 같은 내용을 지난 2월 총선 공약으로 담았다. 박 의원 대표발의 이후 지난달 30일에는 여야 5선 이상 중진 의원 7명이 '일하는 국회법'을 제안했다. 민주당 원혜영·이석현 의원, 더불어시민당 이종걸 의원, 미래통합당 김무성·정갑윤·정병국 의원, 미래한국당 원유철 의원 등이다. 20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은 36%로 이 시기 통합당의 국회 보이콧은 19번 이뤄졌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20일 <巨與 첫 공세는 국회법 개정>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국회법을 개정해서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무조건 국회 상임위원회와 본회의를 열고, 이를 통해 '검찰 개혁' 등 여권이 추진해 온 국정 과제를 밀어붙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사설 <단독 처리 의석도 부족해 野 손발 묶는 法부터 만드나>에서 "집권당인 민주당, 시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21대 국회에서 추진할 첫 번째 입법 과제는 국회법 바꾸기라고 한다"며 "여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소속 최고위원이 대표 발의한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의 속 내용은 야당 견제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야당의 국회 보이콧 및 장외투쟁을 원천 봉쇄한 셈", "야당의 견제 장치를 뿌리 뽑으려는 것", "자신들의 법안 처리에 대해 야당이 이러쿵저러쿵 참견하는 것조차 싫다는 얘기" 등의 비판을 이어나갔다.

조선일보는 "민주당과 시민당은 기존 국회 선진화법 아래서도 여당 단독 처리가 가능한 180석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다. 야당이 법 통과를 반대해도 압도적인 의석을 바탕으로 패스트 트랙에 올려놓은 뒤 일정 기간만 지나면 표결 처리가 가능하다"면서 "집권당 의원 중 결원이 생겨도 뒤를 받쳐줄 열린민주당, 정의당, 친여 무소속 의석도 10석이나 버티고 있다"고 정략적 해석을 덧붙였다.

조선일보 4월 20일 사설 <단독 처리 의석도 부족해 野 손발 묶는 法부터 만드나>

'일하는 국회법' 내용 중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는 여야 간 이견으로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법사위 '옥상옥', '상원' 문제는 오랜 기간 공론화돼 왔고 여야 모두 문제를 제기해 온 만큼 '야당의 견제 장치를 뿌리 뽑으려는 것'이라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따져볼 게 많다.

예를 들어 2014년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 등 12명의 의원들은 법사위가 각 상임위로부터 제출받은 법안을 수정할 경우 해당 상임위에 반드시 사전에 알려 법사위가 입법취지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시기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과정에서 법안의 주요내용을 수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국회혁신특위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에 대해 "지금의 야당도 과거 주장해왔던 내용"이라며 "법사위 대신 각 상임위가 맡아도 본래 취지를 지키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박 의원은 의사일정·안건결정 시스템화를 통한 상시국회 운영체제의 의미를 강조했다. 박 의원은 "정치적으로 쟁점이 되는 법안도 아니고 국민에게 이로운 법안인데도 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고, 상임위에서 안건 결정도 되지 않아 논의 시작조차 하지 못한 법이 많았다"면서 "지금보다는 국회가 생산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21대 국회 맨 먼저 할 일은 '일하는 국회법' 처리다>에서 "제 할 일 못하는 국회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한계점에 이르렀다. 밥값 못하는 국회의원의 세비를 깎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엿새 만에 20만명이 넘게 동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며 "국회가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입법부로서 정당성을 갖고 개혁 입법 추진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고 제언했다.

경향신문은 "20대 국회를 돌이켜보면 제도 개선 필요성은 뚜렷하다. 여야가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민생·경제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렸던 건 우리가 지켜본 바"라며 "21대 국회는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일하는 국회'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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