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텔레그램 ‘박사방’의 공범 ‘부따’ 강훈(19)의 신상이 공개되자 강 씨의 학창시절 행적을 쫓는 보도가 나왔다. 시민들은 기사에 비판 댓글을 달거나 SNS 해시테그를 통해 ‘범죄자에 서사를 붙이지 말라’고 지적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16일 오후 4시 30여 분 <개발자 꿈꾸던 모범생, ‘부따’ 강훈의 이중생활>이란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해당 기사는 강 씨에 대해 "중학교 때 공부를 잘하던 모범생으로 전교 부회장까지 지냈다", "고등학교 때도 학생회에서 활동했다", "겉으로 보기엔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고 성적도 좋은 학생이었다는 증언들이다. 실제로 만 18세인 강훈은 올해 서울 시내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썼다. 또한 강 씨가 학창시절부터 음담패설을 하는 등 문제 행동을 보였다는 동창들의 목격담을 전했다.

머니투데이는 기사 제목과 내용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수정했다.

기사가 출고된 이후 트위터 등 SNS에서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공부 잘했던 모범생이란 기사는 왜 쓰는 걸까?”, “공부 잘하는 게 면죄부인가요? 범죄자한테 왜 이런 서사를 붙이는 건가요?” 등의 지적이 쏟아졌다.

기사 아래에는 “이번 사건은 수많은 피해자가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극악무도한 범죄사건이다. ‘피해자가 평소에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로리콘이다’ 따위의 서사는 이 사건이 왜 일어났고 무엇이 부족했고 또 실제하는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해야할지에 대한 논의라고 보기에 부적절하다고 본다”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범행을 저지른 이가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집중한 보도는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안 될 뿐더러 가십성 보도라는 지적이다.

머니투데이는 17일 오전 9시 30분 이같은 기사와 내용을 수정했다. 수정된 제목은 <‘부따’ 강훈 동창 증언..“음담패설에, 체육복 탈의 훔쳐보려 해”>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남형도 기자는 기사 아래에 제목과 내용을 수정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남 기자는 “당초 제목이 <개발자 꿈꾸던 모범생, ‘부따’ 강훈의 이중생활>이었다. 모범생이라 할 수 없고, 가해자에 이입할 수 있는 우려 등 독자분들 의견에 깊이 공감해 뒤늦게나마 본문에서 관련 내용을 빼고, 제목을 수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의견에 충분히 공감한다. 이름 모를 피해자들을 위한 기사를 쓰도록 하겠다”고 남겼다.

위키트리는 <단독/‘부따’ 강훈, 서울 000대학교 인문사회학부 신입생>이란 기사에서 강훈이 입학한 대학교, 학과, 학창시절, 꿈 등을 나열했다. 국민일보는 <“옷 갈아입는 여학생 훔쳐보던 강훈, 現인서울 인문대생”> 제목의 기사에서 강 씨가 “전교 부회장을 역임"했고, “평소 ‘모범생”으로 통한 반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유독 음담패설을 많이 하는 학생이었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부따’강훈, 별명 로리콘 ‘여학생 탈의 훔쳐보다...’>, 머니S <“별명 로리콘”…‘부따’ 강훈 동창들의 증언>도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다.

(사진=위키트리)

앞서 ‘박사’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된 직후 언론은 조 씨의 행적을 추적하는 보도행태를 보여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조주빈의 어린 시절, 성격, 외모, 친구, 가족, 취미, 옷 등은 궁금하지 않다”며 “우리가 궁금한 것은 검찰과 법원과 사회가 디지털 성범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13일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언론보도 체크리스트를 발표하며 “가해자의 서사를 상세히 보도하는 것은 성폭력 사건의 논지를 흐리는 일”이라며 “가정환경, 성장배경 등을 상세히 기술하며 가해자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하게 만드는 것은 가해자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문제적인 보도”라고 지적했다.

강 씨는 ‘박사방’의 핵심 운영자로 지목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의 수사망에 잡혔다. 조 씨를 도와 피해자들을 유인하고 성착취물로 얻은 수익을 환금하고 전달하며 박사방을 관리한 혐의를 받는다. 강 씨는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패포 등) 혐의로 지난 9일 구속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6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강 씨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17일 강 씨는 검찰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언론에 얼굴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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