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네이버가 총선 기간 실시했던 ‘뉴스 댓글 본인확인제’를 잠정 유지하기로 했다. ‘차이나 게이트’ 등 댓글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두고 “네이버가 정책 연장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직선거기간 중 인터넷 사업자는 뉴스 댓글 일시폐쇄·실명인증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공직선거법에 ‘실명인증 표시가 없는 정치 관련 댓글을 노출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2일 “본인확인 절차를 거친 네이버 이용자에게만 댓글 작성 및 공감 활동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뉴스 댓글 작성 안내문 (사진=네이버 뉴스화면 갈무리)

네이버는 돌연 13일 “뉴스 댓글 본인확인제를 잠정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본인확인제를 연장하기로 한 것은 ‘차이나게이트’ 등 뉴스 댓글 관련 의혹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차이나게이트’는 중국인이 현 정부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네이버 뉴스 댓글을 조작한다는 의혹이다.

네이버는 “해외에서 댓글을 작성하는 비중은 매우 낮은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관련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본인확인제 방식을 선거 이후 당분간 유지하려 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뉴스 댓글 작성자 96% 이상이 본인확인을 거친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어 대부분은 별도의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면서 “본인확인 프로세스가 유지되더라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본인확인제는 '실명제'와는 명확하게 다르므로 익명성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명확한 근거가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대표는 “네이버가 본인확인제 연장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병일 대표는 “본인확인을 실시하지 않은 소수의 이용자에게 부담을 주는 정책"이라면서 "정책이 엄격해지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병일 대표는 “본인확인제는 이용자에게 추가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정책”이라면서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본인확인제를 일상적 시스템으로 만들려면 합당한 개인정보 처리원칙을 밝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네이버 사옥 (사진=네이버)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손지원 변호사는 “실명을 공개하는 게 아니라고 할지라도 인증과정을 거친 사람에게만 댓글을 허용하는 건 사실상 실명제와 유사하다”면서 “댓글을 통한 내부고발이나 의혹 제기 등 익명성이 중요한 분야가 있다. 신원정보가 노출될 우려가 있는 상황만으로 위축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손지원 변호사는 “익명성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공간을 조금 더 만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급작스러운 정책변화”라면서 “최소한의 사전논의나 의결과정을 거쳐야 했다. 특별한 명분도 없이 정책변화를 결정한 것은 성급했다”고 비판했다. 송경재 교수는 “좋은 취지일 수 있지만 과정이 올바르지 못하면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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