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방송인 김어준·이동형 씨의 정치 성향을 문제 삼은 미래통합당 심의 민원에 ‘문제없음’을 결정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진행자의 정치적 견해를 두고 심의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추천위원들은 “가장 낮은 수준의 제재라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통합당 미디어특위는 지난 3일 TBS와 YTN에 김어준·이동형 씨 하차를 요구했다. 김어준·이동형 씨가 온라인에서 더불어시민당·열린민주당 지지를 호소했다는 이유에서다. 미래통합당은 "선거방송의 공정성조차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선거방송심의위에 민원을 신청했다.

김어준 씨는 지난달 27일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 치고 올라가고 있지만, 시민당은 민주당의 지지율을 다 갖고 오지 못하고 쪼개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형 씨는 지난달 28일 유튜브 '이동형 TV'에서 “열린민주당이 민주당의 전체 파이를 나눠 먹는 것이 아니라 정의당 표와 국민의당 표도 갖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 선거방송심의규정은 선거기간 중 특정 후보·정당 지지를 공표한 인물의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금지하고 있다.

사진=TBS김어준의 뉴스공장, YTN 이동형의 뉴스!정면승부 홈페이지 갈무리

선거방송심의위는 16일 회의에서 TBS와 YTN에 문제없음을 결정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진행자의 정치적 견해를 두고 심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영미 위원은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선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공식적인 선언이 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김어준·이동형 씨는 성향이 그 쪽이다. 그걸 가지고 지지 정당을 공표했다고 하기는 부족하다. 사상검증과 같다”고 말했다.

박상병 위원은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고 밝히지 않는 이상, 정치적 성향을 두고 심의하는 건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용관 위원은 “특정인의 정파성을 문제 삼으면 모든 진행자를 다 지적해야 한다”면서 “이번 민원은 지금까지 심의와 벗어나는 측면이 있다. 우리가 심의하는 자체가 (선거방송심의위 공정성에) 걸림돌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추천위원인 권순범·권오현 위원은 TBS·YTN에 행정지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오현 위원은 “규제하지 말자는 건 위원회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면서 “선거방송심의위가 가장 낮은 수준의 제재라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권오현 위원은 정치적 성향을 가진 진행자의 방송출연을 막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순범 위원은 “사상의 자유가 있지만 방송 진행자는 다르다”면서 “시사 프로그램은 추임새까지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 진행자의 발언은 방송이라는 공공재를 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위원들은 문제없음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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