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여권의 압승과 보수정당의 참패로 마무리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그 비례위성정당의 의석수는 180석에 달해 국회선진화법의 제약을 뛰어 넘을 정도의 '슈퍼 여당'이 탄생했다.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당선의석이 90석에도 미치지 못해 보수정당사상 기록적 참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16일 주요 언론의 이번 총선 분석은 우선 민심의 '야당 심판'에 쏠렸다. 정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며 치러진 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통합당을 심판했다. 매체 성향을 막론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별다른 혁신없이 발목잡기와 막말을 이어온 통합당이 몰락에 가까운 패배를 기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거대 정당의 4연속 패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21대 총선에서 패배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에서 사퇴를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사설 <민심은 달라지지 않은 야당을 심판했다>에서 '코로나 발목잡기'와 '막말'이 통합당의 패인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우한 폐렴' '중국 봉쇄 실패론'에 목청을 높였고 국회에서의 추경 처리, 긴급재난지원금 등 민생 현안에는 발목잡기로 일관, 정책적 대안 정당으로서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며 "막판에는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막말에 당이 제명에 머뭇거리면서 통합당이 상식적인 견제 세력이나마 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을 자아냈다"고 총평했다.

한겨레는 사설 <'문재인 정부' 힘 실은 민심, 야당을 심판했다>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흩어졌던 보수 정치세력이 총선을 앞두고 하나로 뭉쳤지만, 선거 결과는 기대했던 수준에 훨씬 못 미친 게 현실"이라며 "몸집만 불렸지 '변화와 혁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국난 극복 위해 여당 손 들어준 민심 겸허히 수용해야>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뼈를 깍는 자성과 혁신은커녕 현실에 안주하는 무능과 무기력을 보이면서 대안 정당, 수권 정당으로서의 기대를 저버려 국민을 실망시켰다"면서 "정부 수립 이후 보수 정당이 이처럼 무기력한 참패의 모습을 보인 적은 없지 않나"라고 질타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정권 失政 아무리 커도 통합당만은 찍을 수 없다는 민심>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시기 총리가 당의 대표를 맡게된 점, 제대로 된 대표공약 하나 없었던 점, 내부 공천 파동, 황교안 대표의 'n번방 호기심' 발언과 차명진 씨의 '세월호 텐트' 막말 등을 나열하며 통합당을 비판했다.

조선일보 4월 16일 사설 <정권 失政 아무리 커도 통합당만은 찍을 수 없다는 민심>

이번 총선 결과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양상은 거대양당구도의 심화다. 거대 양당 중심으로 지역구 표가 쏠리고 비례의석마저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양분하면서 '제3지대'는 사실상 실종됐다. '민심 그대로의 국회'를 위해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양당의 비례위성정당 등장으로 훼손됐고, 이는 총선 결과로 입증됐다. 이에 언론에서는 선거법 개정 논의가 일고 있다.

한국일보는 사설 <거대 정당 횡포로 귀결된 비례 위성 정당>에서 "비례 위성장당이라는 꼼수와 반칙을 감행한 거대 양당이 비례 의석마저도 싹쓸이해 갔다"며 "거대 정당의 과잉 대표성을 완화하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는다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이는 연동형이 적용되는 비례 30석을 노리고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예견됐던 참사다. 상대를 향해 꼼수라고 비난하고 자신은 정당방위라고 강변했지만 소수정당의 밥그릇을 빼앗은 기득권의 횡포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았다"면서 "거대 양당의 자만과 오만함을 봐주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여야는 21대 국회가 개원하는 대로 가장 먼저 선거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질타했다.

4월 15일 한겨레 사설 <양당 독점 강화한 선거법, 21대 국회서 손봐야>, 경향신문 사설 <되살아난 지역주의, 개탄스럽다>

한겨레는 사설 <양당 독점 강화한 선거법, 21대 국회서 손봐야>에서 "이런 결과는 두 거대 정당이 선거법 개정 정신을 망각한 채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에 나설 때부터 예견된 것"이라면서 특히 선거법 개정 작업을 함께한 민주당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겨레는 "공수처법 등 검찰개혁 입법을 위해 정의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작은 정당과 '4+1 협의체' 공조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던 민주당의 성찰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며 "미래통합당의 꼼수에 꼼수로 맞서 작은 정당들과의 약속을 저버렸고 결과적으로 이들 정당의 비례 의석을 빼앗았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겨레는 "21대 국회는 즉각 선거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며 "특히 민주당은 다양한 색깔의 작은 정당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를 만드는 데 앞장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되살아난 지역주의, 개탄스럽다>에서 "지역주의를 되살린 책임은 대결정치로 일관한 거대 양당에 있다"며 "통합당이 시작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꼼수는 극단적 진영대결을 불렀고, 이것이 지역주의 강화로 이어졌다. 양당의 대결정치가 강화될 수밖에 없어 우려스럽다"고 양당의 자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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