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스쿨의 베카가 탈퇴를 했다는 참으로 아쉬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한 이틀 전인가 제가 사용하는 페이스북 뉴스에 "베카를 위한 팬들의 노래들"이 올라왔었습니다. 팬들이 만든 YouTube 동영상인가 보다 하고 시간이 없어서 확인도 못하고 넘어갔지요. 그런데 어제 "베카 졸업"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냥 학교 졸업이 아닌, 베카가 애프터스쿨에서 "졸업" 즉 탈퇴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애프터스쿨은 모닝구무스메를 컨셉으로 하고 있기에 영입을 "입학"이라고 하고 탈퇴를 "졸업"이라고 합니다.

베카에게 특별한 관심을 두지는 않았지만, 애프터스쿨이라는 그룹 자체를 좋아하고 베가를 오래 봐 왔던 터라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베카 탈퇴의 아쉬움에 대해 몇 마디 적어보고자 합니다.


한 번도 제대로 지원를 받지 못한 베카

베카는 소속사에서 유난히 밀어주기를 피한 멤버 중 하나였습니다. 팀 내에서 다소 인지도가 적다는 정아와 레이나 등도 쇼 프로그램에 자주 나갔습니다. 정아는 드림팀에 자주 나갔고 그 외 쇼프로그램들에도 가끔 게스트로 출연했지요. 레이나는 "오렌지캬라멜" 활동을 하면서 음악 방송에 자주 나올 기회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유난히 베카만은 TV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엄연히 원년 멤버이고 팀의 메인 래퍼를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베카를 볼 수 있었던 기회는 <우리 결혼했어요> 유이편에서 멤버들 전체 다 나왔을 때랑 먼저 탈퇴한 유소영과 함께 출연했을 때, 음악 방송 초콜릿, 스케치북 정도에서였습니다.

그 이외의 예능에서 베카를 찾아보기는 힘들었습니다. 많이들 알다시피 한국 가요계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으면 얼굴 알리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베카는 애프터스쿨로 3년간 활동하면서 이제 막 1년 활동한 리지의 6개월 코스보다도 더 얼굴을 보기 힘든 그런 멤버였습니다.

베카가 예능감이 없을지 모르고 한국어가 서툴기는 했지만, 좋은 프로그램만 만난다면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는 면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캐릭터로서 카라의 니콜 같은 역할이라고 할까요? 한국어 때문에 약간 어수룩해 보이는 면이 있지만, <플레이걸즈> 등을 보면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언니들에게도 부담 없이 접근하는 그러한 스타일을 가진 멤버가 바로 베카였습니다.

베카가 한 번도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3년간 참아온 게 신기할 정도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오렌지카라멜은 3개의 싱글을 내주고, 가희에게도 솔로 활동 기회를 주고, 심지어 가장 라이브가 약하다는 유이도 싱글을 들고 나온다는데 베카는 그런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는 게 아쉽습니다. 3년간 한 번도 단독으로 방송 출연을 해보지 못한 점이나, 유닛 활동, 솔로 활동, 개인 활동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은 확실히 베카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음을 시사하는 바가 아닐까요?


베카의 탈퇴, 애프터스쿨의 문제를 잘 말해준다

베카 탈퇴가 시사해주는 애프터스쿨의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애프터스쿨은 이제 정체성 자체가 많이 흔들렸다는 점입니다. Bang! 때까지만 해도 애프터스쿨의 색깔은 확실했습니다. 처음 "노는 언니들"로 시작했고, 그 이후에도 나이가 많은 언니들을 중심으로 섹시함, 성숙미, 그리고 시원시원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멋있는 언니들도 포함되었지요. 성숙미와 섹시미만큼은 다른 그룹이 따라오기가 힘든 애프터스쿨의 고유한 매력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름 야심차게 준비한 Bang!이 천안함 사태 등과 관련한 국내 분위기 때문에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고, 유닛으로 내놓은 그룹 "오렌지카랴멜"이 너무 커져서 이제는 "오렌지캬라멜" 이 애프터스쿨을 능가할 수준까지 오게 되었지요.

그런 상황에서 발표된 이번 앨범은 노래 자체는 괜찮았지만 애프터스쿨만의 고유한 느낌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오렌지캬라멜도 아니고 애프터스쿨 오리지널 느낌도 아닌 이미지 때문에 많이 어필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른 걸그룹과는 확실히 느낌이 달랐던 애프터스쿨이 점점 일반 걸그룹처럼 돼가는 느낌을 받았지요.

이 상황에서 애프터스쿨의 그 시원시원함과 섹시함, 카리스마에서 큰 부분을 담당했던 베카가 쑥 빠져버리니, 더 밍숭맹숭해져가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입니다. 차라리 유닛 활동을 굳힐 거면 가희, 정아, 베카, 주연으로 이루어진 원년멤버 팀을 제작해봐도 좋은데 말이지요. 주연이 연기를 해야한다면 가희, 정아, 베카만으로도 충분히 오리지널 앺스의 맛을 살릴 수 있는데 말입니다.


베카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인지도나 방송량을 보면 베카의 비중이 거의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애프터스쿨 곡들을 보면 (특히 타이틀곡들) 베카의 느낌이 상당히 살아있습니다. 이번 샴푸를 제외한 Ah, Diva, 너 때문에, Bang!에서 가장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파트는 바로 베카 파트였습니다.

정확한 영어 발음으로 시원하고 느낌 있게 뱉어내는 베카의 랩은 단연 애프터스쿨 내에서도 돋보였지요. 무대에서만큼은 나나나, 리지, 유이보다 베카가 확실히 가장 느낌 있게 살아나는 멤버였지요. 그러한 베카의 역할이 샴푸에서 확 줄어들자 벌써 느낌 자체가 많이 달라진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앞으로 나나가 베카의 랩을 대신 맡을 것 같은데 과연 얼마나 잘해낼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또한 애프터스쿨내에서 베카는 가장 라이브가 좋은 멤버이기도 했습니다. 래퍼라서 상대적으로 티가 덜 났던 것이지 가장 안정된 라이브를 보여주었지요. 그런 점에서도 애프터스쿨 안에서의 베카의 무대 능력은 가장 앞선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런 베카를 어떻게 누가 메울 수 있을지가 궁금하네요. 오리지널 멤버로서 팀에서 색깔 있는 멤버였던 베카의 탈퇴가 참 아쉽습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애프터스쿨 오리지널"이라는 유닛을 계획하고 있다던데, 가희와 정아, 그리고 나나와 레이나가 함께한다는 군요. 물론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이 아닌, 소문이라 확신할 수 없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베카를 생각해서라도 이름만이라도 바꿨으면 좋겠네요. 남은 원년멤버는 가희, 정아, 주연인데 "오리지널"에 베카가 아닌 다른 멤버가 들어간다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도 않고 베카에 대한 예의도 아니니까 말입니다.

순진하면서도 천진난만한 베카가 자기의 매력을 다 발산하지도 못한 채 떠난다는 사실이 참 아쉽게만 느껴집니다. 공식적인 이유는 베카가 하와이로 다시 돌아가서 학업을 수행한다 하는군요. 89년생 아직 어린 나이니까 뭘 시작해도 늦지는 않았지요. 지난번 Happy Pledis "Love Love Love"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장시간 하와이에 가 있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한 것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베카의 탈퇴가 참으로 아쉽게 느껴지면서 앞으로 베카가 무엇을 하든지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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