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다가 승부조작 파문으로 한순간에 많은 상처를 입었던 K리그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골이 터진다 해도 '저거 뭐 있는 거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갖는 팬들이 많아졌고, 선수와 감독마저 내부적으로 서로를 믿지 않는 '위험한' 상태까지 갔습니다. 당연히 곧바로 팬들의 시선은 싸늘해졌고, 이 때문에 관중이 급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리그를 중단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의견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승부조작 파문 속에서도 K리그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꾸준하게 관중이 찾았고, 선수들은 더 열심히 뛰며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습니다. 그리고 매 라운드마다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완전하지는 않아도 제 모습을 찾기 위한 계기는 꾸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 모든 경기가 열기로 가득한 '우리의 열정 놀이터' K리그가 되기를 바란다. (사진=김지한)
18일에 열린 K리그 14라운드에서 8경기 총 관중수는 10만1517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승부조작 후 처음 열린 12라운드 때 8만1820명, 그리고 13라운드 9만798명보다 훨씬 많은 숫자입니다. 승부조작이 터지기 전 11라운드까지 라운드별 평균 관중 숫자가 10만2402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서서히 정상 궤도에 다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8개 경기장 가운데 5개 경기장에는 1만 명이 넘는 관중이 찾았고, 팀별 평균 관중을 웃도는 수치도 많이 나온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K리그 열기가 크게 식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팬들이 경기장에 많이 찾아오자 선수들도 화답하듯 골폭죽을 터트리며 더운 여름밤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이번 14라운드에서 16개팀이 터트린 골은 모두 29골, 경기당 3.63골이 터졌는데요. 이는 K리그 올 시즌 한 라운드 최다 골 기록이었으며, 1999년에 있었던 한 라운드 역대 최다 골 기록(28골)을 한 골 경신한 기록이었습니다.

많은 골이 터진 것만큼이나 명품 경기도 많았습니다. 뒤집고 또 뒤집힌 경기도 많았고, 피 말리는 승부가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2위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10라운드에서 전북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을 때처럼, 이번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도 후반에만 4골을 몰아치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4-3 대역전승을 펼치며 홈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또 경남 FC 역시 1-2로 뒤지다 후반 막판 6분 동안 2골을 몰아넣으며 부산 아이파크에 3-2 역전승을 거뒀고, 전북 현대도 똑같은 패턴으로 제주 유나이티드에 3-2 역전승을 하며 상승세를 이어나갔습니다. 이기는 경기를 하기 위해 더운 날씨 속에서도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뛰었고, 그 결과가 어느 정도 수치상으로 나오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경기도 많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의미 있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수원 삼성의 창단 감독인 김호 감독은 친정팀의 선전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에 경기장을 직접 찾아 서포터석에서 응원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통상 지도자나 현역을 뛰는 축구 선수들이 경기를 본다면 본부석에서 관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최근 1무 6패 부진에 빠진 친정팀의 선전을 기원하기 위해 몸소 서포터석에서 경기를 보겠다고 자청했습니다. 자신을 지지해준 수원 삼성 서포터 그랑블루에 대한 고마움도 있고, K리그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팬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서포터석 응원을 통해 몸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수원의 전설적인 감독, 영원한 아버지'의 응원에 그랑블루는 평소보다 열띤 응원을 보여줬고, 수원 선수들 역시 이에 화답하며 4골을 몰아넣는 무서운 폭발력을 과시하고 대구 FC에 4-1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습니다. 눈에 띄는 스토리에 팬들도 관심을 갖고, 경기도 어느 때보다 화끈했던 순간이었습니다.

▲ 함께 해요! K리그 (사진=김지한)
이 같은 분위기가 꾸준하게 이어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직 승부조작에 대한 파문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고, 그로 인한 충격 여파가 싹 가시지도 않았습니다. 다시 쌓는 탑이라 할지라도 언제든지 무너질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진심을 담아 열심히 하겠다는 선수들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한 의지를 팬들은 조금씩 이해하고 있고, 다시 K리그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초반 '흥행 대박'을 몰고 왔던 그 분위기처럼, 그것이 아니라도 경기장을 찾는 발걸음이 꾸준하게 이어질 수 있는 '희망의 K리그'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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