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선거 당일 진행되는 지상파방송 출구조사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0~11일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은 1,174만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26.69%로 집계됐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사전투표율 12.19%보다 2배 높은 수치로 당시 전체 투표율은 58.0%였다.

사전투표에 참여한 1,174만명의 표심은 출구조사에 반영되지 않는다. 공직선거법 제167조 2항에 따르면 출구조사는 선거 당일에만 실시될 수 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11일 하남 미사1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13일 “출구조사를 준비하는 방송 3사 그리고 준비팀들이 굉장히 고심하는 부분이 실제로 사전 투표율이 정말 이렇게 높을까였는데 너무 높아버렸다”며 "과거보다 예측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만약 투표율이 50%면 이미 절반 가까이 투표를 해버린 것이기 때문에 모집단이 적어지는 것"이라면서 “대선이나 지방선거처럼 광역단위가 아니다보니 사전투표가 너무 높아졌을 때 실제 전체 득표율을 예측하는 게 굉장히 어려워지는 건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상파3사 공동 출구조사를 진행하는 한국방송협회는 난감한 기색이다. 방송협회 출구조사 업무 담당자는 “출구조사는 선거 당일 현장에서만 조사할 수 있기에 사전투표율이 높게 나타나면 예측이 어려워진다”며 “투표자 3명 중 1명 정도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예측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앞선 선거결과를 살펴보면 사전투표와 본 선거의 지지 성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왔지만, 이번 선거에도 이러한 경향이 지속될지 담보할 수 없기에 사전투표율이 높아지면 예측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앞선 두 번의 선거에서는 사전투표자가 진보적 성향이 더 높게 나오는 경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수개표로 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정당투표의 출구조사 결과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지역구 출구조사는 2000여명 정도를 조사하기에 오차 범위를 극복하기 쉽지 않은데 전국단위로 보면 정당 지지율은 50만명 이상의 샘플이 모이다 보니 전국단위로 조사 규모가 커지면 정확도는 올라간다”며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17개 시도지사 결과를 다 정확하게 맞혔다”고 강조했다.

전체 투표율이 높게 나타나면 사전투표율의 비중이 줄어들어 오차범위가 줄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5~6일 실시해 12일 발표한 2차 ‘유권자 의식 조사’ 결과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5%p)에서는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이 79.0%로 나타났다. 1차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 대비 적극적 투표참여 의향층이 6.3%p 증가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는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코로나19 자가격리자들이 총선 당일 오후 6시 이후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12일 발표한 ‘자가격리자 투표 관련 방역지침’에 따라, 당일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이지 않는 자가격리자들은 오후 5시 20분부터 7시까지 일시적으로 자가격리가 해제돼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선거 당일 자가격리 중일 것으로 예상하는 인원은 약 7만여 명에 달한다.

총 사업비 72억 원이 소요된 방송3사 공동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 코리아리서치, 입소스주식회사 3개 조사기관이 수행하고 선거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2,300여개 투표소에서 투표자 약 6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출구조사 결과는 선거마감 시각인 18시에 방송3사를 통해 공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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