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구지역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한 의료진이 언론의 강압적 취재 행위를 고발했다. 의료진 동의 없이 사진을 찍어 기사화 하는 행위부터, 취재에 협조하지 않았다며 윽박을 지르거나 '기삿거리'를 내놓으라는 식의 언론 취재 행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의료진은 언론으로부터 사생활·인권 침해는 물론, 의료행위에 있어서도 언론의 방해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대구지역에 의료 자원봉사를 간 간호사 A씨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글을 게재해 이 같은 언론취재 행태를 밝혔다. 이 글에서 A씨는 "우리는 자원했다. 도움을 주고 싶어 멀리 왔다. 하지만 기자 여러분의 기삿감이 되겠다고 자원하지는 않았다"고 호소했다.

(사진=연합뉴스)

가장 일반적인 사례는 당사자 동의 없이 사진을 찍고 기사화하는 행위였다. A씨는 "몇몇 기자 분들은 저희의 얼굴, 행동과 식사장면, 이동과정을 전부 카메라를 대동하고 따라 붙으면서 공공재마냥 마음대로 찍는다. 누구도 저희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면서 "저희를 마구 찍어도 되는 꽃이 아니라 사람으로 봐 주시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A씨는 "여러분들은 땀에 젖고 지친 간호사들을 매스컴에서 많이 보셨겠지만, 저희의 고생은 특정한 형태로 전시될 뿐이다. 각도 잡아 찍은 꽃들처럼"이라며 "알 권리를 위한 프로정신을 존중한다. 그렇지만 저희도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왜 물건처럼 대우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의료진 동의 없이 의료행위 중 카메라를 들이대 인터뷰를 따거나, 의료진의 업무용 휴대폰으로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송하는 행위 등도 있었다. '기삿거리가 될 만한 내용에 대해 자세히 적어 보내라', '동영상을 전송해라' 등 의료진에게 사실상 취재지시를 내리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A씨는 "모든 기자 분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사람에게서 얻는 상처는 오래간다. 글도 사진도 아주 오래 남는다"며 "그래서 기자님들께 부탁드린다. 간호사들에게 예의를 지켜 달라.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같은 언론의 취재행위는 의료진의 인권을 침해하고, 의료행위를 방해하는 취재윤리 위반에 해당됨과 동시에 의료진이 대구시와 맺은 계약서상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행위였다.

A씨에 따르면 의료진과 대구시가 맺은 계약서 내용 중에는 '언론 등과 관련한 접촉은 보건복지부나 시 담당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코로나19 대응 전문 인력으로 활동 중 공적 업무와 관련한 사안은 외부에 얘기해선 안 되고, 언론이나 SNS에 올리지 않는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A씨는 "저희는 담당자를 통해 언론접촉을 하라고 들었는데 취재진이 보건복지부를 통해서 왔는지, 대구시를 통해 왔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담당자 없이 취재를 당했다"고 말했다.

A씨는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경우에도 말했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된 경우는 없었다고 한탄했다. A씨는 "언론과 인터뷰를 여러번 했지만 말했던 것들이 제대로 나간 적은 없었다. 본인들이 원하는 부분들로, 제가 말한 부분은 빼서 왜곡시켜 내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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