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공정방송을 위해 투쟁한 MBC파업을 왜곡해 MBC 내외부에서 규탄성명이 나왔다.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은 7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공판 증인으로 출석해 "방송 공정성이 근로조건이 된다면 우리나라 방송은 노조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방송은 방송노동자의 근로조건'이란 법원 판결을 부정한 셈이다.

한국PD연합회는 9일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이 송일준 광주MBC사장의 두 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또 시대착오적인 망언을 쏟아냈다”며 성명서에 그의 발언을 나열했다.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고영주 전 이사장은 ▲“공정방송은 방송노동자의 근로조건”이라는 법원 판결은 잘못됐고 ▲ ‘방송 자율성’이란 방송사 경영진 뜻에 맡기는 것을 뜻하고 ▲MBC본부 조합원들을 업무에서 배제한 것은 (그들이) 업무를 처리할 수 없게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림사건 수사는 국가를 위해 반국가사범을 수사한 것이고 ▲국사학자 90%가 좌편향돼 있으며 지금 내가 공안검사라면 교육부 장관부터 아래까지 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했을 것이라고 했다.

PD연합회는 “자신이 방문진 이사장으로 있을 때 얼마나 공영방송을 망가뜨렸는지 전혀 성찰과 반성이 없으니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송일준 전 PD연합회회장이 페이스북에 쓴 글)이란 말을 들을 만하다”며 “이치에 닫지 않는 그의 말들은 차라리 사회를 오염시키는 오물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PD연합회는 “‘공정방송은 방송노동자의 중요한 근로조건’이라는 명제는 1987년 6월항쟁 이후 30년 넘도록 수많은 방송노동자들이 피땀 어린 투쟁으로 일궈낸 성과”라며 “시대의 흐름을 망각하고 과거 이념의 잣대로 세상을 재단하는 고영주는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가”라고 규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MBC본부는 같은 날 “파업 투쟁 직전인 2017년 7월 당시 방문진 이사장이던 고영주는 공판에서 시대정신과 양립할 수 없는 극우적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는 비판 성명을 냈다.

MBC본부는 ‘공정방송은 방송 노동자의 중요한 근로조건’이라는 법원의 판결을 정면 부정한 발언이라고 규정했다.

MBC본부는 “그가 공정방송, 제작 자율성의 가치를 입에 담는 것 자체가 적폐 정권과 그 부역자들에게 온갖 희생을 감수해야 했던 우리를 모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MBC본부는 “고영주는 방문진 이사장이던 시절 부적절한 처신과 막말로 MBC의 위상을 추락시킨 장본인”이라며 당시 그의 발언을 나열했다. 고영주 전 이사장은 2017년 10월 방문진 국감장에서 “공영방송의 정의가 뭔지 모르겠다”고 답했고, 국정원의 MBC 장악에 대해서는 “나라가 잘 되게 하려고 한 것”, “MBC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MBC본부는 “고영주의 막말을 보며, 언제든지 공영방송 MBC를 장악하고, 공정방송과 제작자율성을 유린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사실, 언론개혁이 완수되지 않으면 공정방송의 가치가 너무나도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영주 전 이사장은 2017년 페이스북에 자신에 대한 비판게시물을 작성한 송일준 당시 MBC PD협회장을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명예훼손죄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일부 표현은 모욕죄에 해당한다며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송 사장은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지난 2월부터 재판이 진행 중이다.

송 사장은 “고영주 전 이사장이 사적인 인물이었다면 그렇게 비판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입장을 바꿔보면 모욕적으로 느꼈을 수는 있었겠다 생각하지만, 법적 관점에서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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