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올림픽 대표팀은 한국 축구의 샛별이 성인 대표팀 주축으로 뛰어드는 데 등용문 역할을 해 왔습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 베이징 올림픽 때도 기성용, 이청용, 이근호, 정성룡 등이 꾸준하게 성인 대표팀에 오르내렸고, 이 가운데 기성용, 이청용은 유럽 무대에 진출해 맹활약하며 한국 축구의 기둥으로 떠올랐습니다. 1948년 이후 56년 만에 8강에 올랐던 2004 아테네 올림픽 때는 조재진, 김정우, 김두현, 김동진 등의 활약이 대단했으며,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박지성, 이영표, 이천수 등이 좋은 경험을 쌓아 훗날 큰 선수로 떠올랐습니다. 비록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6회 연속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올라 단 1차례밖에 8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한국 축구의 새로운 힘을 얻는 계기를 만드는 면에 있어서는 올림픽 대표팀의 역할이 컸던 게 사실입니다.

그랬던 올림픽 대표팀이 선장을 바꾸고 아시안게임을 거친 뒤 본격적으로 새로운 올림픽, 런던 올림픽을 향한 힘찬 발진을 앞두고 있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오는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요르단과 런던올림픽 3차 예선을 갖습니다. '축구 종가'인 영국 심장부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에서 새로운 희망을 쏘기를 바라는 홍명보호는 첫 단추를 잘 꿰고 선수 발굴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도 좋은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오는 19일 요르단과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 예선전을 치르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16일 오후 파주 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승리를 위한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연합뉴스
U-20, U-21 등의 단계를 거친 홍명보호는 짜임새 있는 조직력, 팀플레이를 통해 두 차례 국제대회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주목받았습니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자신 있는 플레이를 펼치고, 투혼을 발휘하는 경기력은 홍명보 감독의 현역 시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이승렬, 김보경 등이 남아공월드컵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고, 지동원, 구자철, 김영권, 홍정호, 조영철 같은 선수들이 자주 성인 대표팀에 오르는 등 어린 나이에도 대표급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많은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주며 홍명보호의 성장은 한국 축구에 새로운 희망을 안기는 힘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랬던 홍명보호가 진짜 목표인 런던올림픽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비록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지고, 어려운 여건에 있기는 하지만 계속 꾸준하게 성장하며 마지막에 활짝 웃는 팀이 되기 위해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뛰려 하고 있습니다. 승부를 가르는 경기라면 냉정함을 유지하며 무조건 이기고 마는 홍명보 감독 특유의 힘이 선수들에게 이식돼 좋은 경기를 펼치고 런던올림픽 본선에서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홍명보호의 표면적인 목표는 당연히 본선 진출에 성공하는 것입니다. 이번 3차 예선 후 오는 9월부터 치러지는 최종 예선에서 조 1위를 차지해야만 본선에 오를 수 있는데요.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되는 중동 모래 바람을 잠재우고 홍명보호는 반드시 7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더 큰 목표는 있겠지만 일단 3차 예선 후 최종 예선을 잘 치러야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예선에 온 힘을 다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선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큰 목표는 내실 있는 성과를 내는 것, 바로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고, 홍명보호가 가진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일 겁니다. 이미 2009년 U-20(20세 이하) 월드컵 8강,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3위를 통해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던 홍명보호는 이번 예선 과정을 통해 더 확실한 팀 컬러, 전술적으로 우수한 팀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이전 올림픽팀을 능가해 내용과 의미를 모두 잡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에도 이어져 한국 축구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계기로 이어지기를 꿈꿀 것입니다.

사실 이번 요르단전을 앞두고 홍명보호의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선수 차출 문제를 놓고 내부 갈등을 겪었다가 겨우 수습이 되는가 했지만 구자철, 김보경 등이 소속팀 차출 거부로 나서지 못했고, 조영철 마저 부상으로 빠져 전력의 핵이 많이 빠져나간 상황입니다. 훈련 시간 역시 부족했고, 홈앤어웨이 방식으로 열리는 이번 3차예선 2차전이 3일 뒤에 치러져 어쩔 수 없이 더운 낮에 열리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선수들의 기본적인 기량에 거의 의존하다시피 하면서 예선전을 치러야 하는 형편인 게 사실입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의 자신감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결과를 노릴 뿐이다. 우리 팀에는 좋은 선수들이 있고 나는 그들을 믿는다"면서 당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상황이 어렵기는 해도 첫 단추를 잘 꿴다면 이전까지 좋지 않았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하며, 올림픽 본선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축 선수들이 많이 빠진 가운데서도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고 키우는 장이 될 수 있는 측면에서 이번 예선전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변변한 스타가 많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좋은 성과를 내며 8강 쾌거를 이뤘던 U-20 월드컵, 허탈한 패배를 뒤로 한 채 가진 3-4위전에서 최고의 투혼을 보여주며 감동을 자아냈던 광저우 아시안게임. 많이 웃고 울었던 과거의 모습들을 뒤로 하며 홍명보호의 진짜 도전 과제 수행이 이제 곧 시작됩니다. 홍명보호가 앞으로 써나갈 이야기가 내내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희망을 던지는 내용으로 잘 쓸 수 있을지, 예선 시작 전부터 주목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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