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스토커의 행태가 악랄하지만, 집중력은 오히려 떨어지는 느낌이다. 스토커의 등장은 결론적으로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점에서 이 드라마에서는 중요하다.

정훈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어머니가 사망했다. 말기암 치료 중이라는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잊지 못하는 병을 가진 정훈이 어머니가 암에 걸리고 아파하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사망 후 찾은 정훈의 상실감은 그래서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결과 전 그 과정을 아들에게 기억되게 하지 않으려는 어머니의 배려는 분명했다. 그렇게라도 남겨진 아이가 슬픈 기억을 조금만 가지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 말이다.

이해하면서도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무너져내린 정훈 곁에는 하진이 있었다. 어떻게든 정훈을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운 정훈은 해서는 안 되는 말까지 했다. 위로하는 하진에게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라는 발언은 최악이다.

MBC 수목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상대의 아픔을 아는 자가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 차리고 사과했지만, 냉철하고 철저한 정훈도 그렇게 무너질 수 있음을 잘 보여준 대목이었다. 이런 정훈을 그저 연구대상자로만 보는 태은 아버지의 행동도 씁쓸하게 다가온다.

자신의 노력으로 정훈이 사람답게 살고 있다고 자평하며, 정신과의사가 된 아들에게 감시하라고 요구하는 성혁의 행태도 정상은 아니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못하는 학자에게 남겨지는 것은 없다.

이런 과정을 경험하며 하진의 기억들도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기억이 명확하지는 않다. 꿈처럼 다가오는 기억은 하진을 더욱 힘들게 할 수밖에 없다. 힘겨운 하진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은 스토커다. 아직 그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 문제의 스토커는 하진의 집까지 들어와 사진을 전시하며 협박했다.

잠에서 깬 하진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으로 도배하고 글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스토커의 횡포가 처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훈을 향한 분노 정도로 생각했던 하진도 처음으로 위협을 받았다. 자칫 끔찍한 일을 당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현장을 본 정훈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서연이 당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니 말이다. 다시 한번 끔찍한 공포가 찾아오고 있다. 이번에는 하진도 죽음을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훈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그를 지켜주는 것이 전부였다.

집을 떠나야 하는 하진을 위해 정훈은 후배의 집을 마련해주었다. 입구부터 철저하게 신원 확인을 하는 장소보다 더 확실한 곳은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하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정훈을 바쁘게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표적이 된 것은 박수창 기자였다.

정훈을 추적하고 들키자 도망치는 기자. 하진을 스토커하며 사진을 찍어왔던 자다. 그에게서 빼앗은 메모리카드에서 일부 얻은 사진을 본 정훈은 분노했다. 스토커가 보낸 것과 동일한 사진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증거만 보면 박 기자가 스토커일 가능성은 높아졌다.

회사까지 찾아간 정훈을 보자 다시 도망치는 박 기자는 뒤늦게 고백을 했다. 스토커에게 돈을 받고 사진만 찍어 팔았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그는 목격담을 들려주었다. 오토바이를 탄 남자의 존재말이다. 그 자가 하진의 방으로 들어온 자이다.

매니저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집을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존재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CCTV 설치 유무를 알고 있고, 락커를 통해 가리는 행동까지 했다는 것은 이를 잘 아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매니저가 문제의 영상을 지웠던 것도 의혹으로 다가온다.

오토바이를 탄 자가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과거 스토커 살인마와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리고 16회 말미에는 정훈에게 직접 전화까지 걸어 하진을 언급하기까지 했다.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자가 할 수 없는 일이다. 적극적인 동조자가 있다는 의미다.

MBC 수목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이런 경우, 아들이거나 친형제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다면 공범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스토커에 공범이 존재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인 친분을 가진 누군가가 정신병원에 갇힌 그를 위해 의도적으로 원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훈을 노리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랑이라고 포장한 범죄를 저지르며 보호보다는 파괴를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범죄자의 행태를 보면, 결론적으로 정훈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부분적이지만 기억을 찾아가고 있는 하진. 서연의 장례식장에서 하진이 정훈을 봤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하진이 그렇게 정훈에게 끌리는 이유는 기억 속 어딘가에서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진은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스토커의 얼굴도 봤었다. 서연을 구하기 위해 달려오는 오토바이를 막았던 하진. 당시 오토바이 운전을 하던 자는 정신병원에 있는 스토커일 것이다. 결국 문제의 매니저가 과연 정신병원에 있는 스토커 살인마와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다.

어떤 식으로든 사건은 과격하게 이어지고 있다. 정훈과 하진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악랄한 스토커를 잡아낼 수 있을까? 그렇게 범죄를 해결하고 그들은 사랑하는 관계가 될 수 있을까? 의도하지 않았지만 필연적으로 다가왔고, 그렇게 가까워지는 이들의 사랑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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