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가 봄 개편을 맞아 야심차게 내놓은 <다큐 프라임> '인간탐구 대기획 5부작-아이의 사생활'의 제3부 '자아존중감'의 한 장면이다.

자존감(self esteem)이란 스스로를 가치 있고, 주어진 일을 잘 해낼 수 있다고 여기는 심리적 특성이다.

27일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자존감을 '나를 제대로 사랑할 수 있는 방법' '모든 행동의 근원이 되는 핵심' '인생의 성공을 결정짓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자존감 등 여러 인성의 기초가 닦아지는 유년기의 경험이 곧 평생을 결정짓는다고 봤을 때, 자존감은 '성공하는 인생'으로 달려가는 황금열쇠와도 같은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아니 자존감이 그렇게나 중요하다고? 대다수 학부모들은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뒷통수를 맞는 심정은 아니었을까? '성공한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뛰어난 성적이라고 생각했을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반드시 공부도 잘할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하버드 교육대학원 교육학과의 조세프 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반드시 학업 성적에 제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갈등들을 잘 이겨내게 되고, 결국 성공하는 인생이 되는 거죠."

그렇다면 자존감을 길러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렵지 않다. 바로 아이의 말에 공감하고, 결정권을 존중해주고, 의존하는 습관을 버리게 하는 것이다. "얘야, 그렇게 하면 안 돼. 이렇게 해"라고 습관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금물이다.

스스로 과제를 성취하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런 경험 속에서 아이는 스스로에 대한 '애정' '믿음' '자신만의 문제해결 방식'을 갖게 된다. 아이 앞에 놓인 인생의 수많은 장애물과 도전이 필요한 과제는 여기서 축적된 경험으로 거뜬히 해결된다.

프로그램을 보는 도중 필자의 어린 시절 경험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친구 녀석들이 자전거를 신나게 타는 게 마냥 부러웠지만 나에겐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줄 사람이 없었다. 하나뿐인 친오빠는 친구들과 동네방네 뛰어다니며 정신없이 노는 천방지축이었기에 여동생을 불러 차분히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줄 리도 없었다.

"그래, 오늘은 반드시 혼자서 자전거 타는 걸 배워야지. 그 전엔 절대로 집에 안 들어가겠어." '홀로서기'를 꿈꾸기엔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나는 그날 집을 나서며 사뭇 비장한(?) 결의를 다졌었다.

비록 무릎이 다 까지고 피가 줄줄 흘러 내렸지만, 다행히 나는 그날 저녁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날 내가 배운 것은 '자전거 타는 법' 만이 아니었다. 어떤 문제를 마주했을 때 나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웠던 것이다.

아이를 '미숙한 존재' '가르쳐줘야 하는 존재'로 여기지 말자. 우리가 곧바로 정답을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 시도하고 실패할 시간은 충분하다. 이렇게 배우는 깨달음이 아이들에게 훨씬 더 큰 의미를 준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애정·믿음·자존감도 생겨날 것이다.

EBS <다큐 프라임>은 매주 토요일 저녁 6시 40분부터 9시 10분까지, 매주 일요일 저녁 6시 40분부터 8시 20분까지 EBS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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