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거스 히딩크라는 축구 감독과 인연을 맺은 지도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 2000년 12월, 위기를 맞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해 1년 6개월 만에 한국 축구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그의 활약상은 아직도 많은 축구팬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그는 2004년을 제외하고는 매년마다 1-2번씩 한국을 찾아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인연을 계속 이어왔습니다. 꿈나무들을 위한 '히딩크 축구센터', 시각장애우 선수들을 위한 '드림필드'를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통해 희망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고, 틈날 때마다 한국 축구에 진심을 담은 뼈있는 충고를 했습니다.

▲ 거스 히딩크 전 국가대표 감독이 14일 울산 동구 히딩크 드림필드 개장식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도 히딩크 감독은 한국을 찾았습니다. 드림필드 울산경기장 준공식에 참여하고, 인천에 세워질 축구센터 건립 상황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또 옛 제자 박지성과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을 만나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최근 첼시 감독 부임설 등 자신과 관련한 다양한 시선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히딩크 감독은 이에 아랑곳 않고 한국에서 '무려 4박 5일'동안이나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바로 어제 모든 일정을 마쳤습니다.

사실 모두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유럽인들의 특성 하면 개인의 이익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특히 철저하게 명예를 중시하고, 많은 커리어를 통해 가치를 높여야 하는 축구 감독이라면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합니다. 다시 말하면 한 팀과 한 번 인연을 맺기는 해도 다른 팀, 또는 나라로 떠날 때 뒤도 안 돌아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철저하게 자신을 위해서 이전에 가졌던 것을 버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히딩크 감독은 10년째 한국과 끈끈하게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한국 축구팬들이 자신에게 보여준 애정에 대한 보답을 제대로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생각을 히딩크 감독은 실행에 옮겼고, 하나하나 '새로운 꿈'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2002년 월드컵 4강전 때의 카드 섹션 문구처럼 히딩크 스스로 2002년 월드컵 때 보여준 꿈 이상의 '더 큰 꿈'을 하나하나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많은 것을 선사한 한국에 조금이라도 더 무언가를 돕고 싶은 마음에 히딩크 감독은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 축구를 도왔습니다. 그래서 맨 처음 박지성, 이영표 두 선수를 유럽으로 데려가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 물꼬를 틔웠습니다. 이어 세계 클럽 축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직접 자신이 맡고 있는 팀(PSV 에인트호벤)을 정예급으로 데려와 피스컵 1,2회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방한 중 틈날 때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를 찾아 청소년, 올림픽 대표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고, 다른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음에도 해설위원을 하며 상대팀 전력 분석을 하는 등 꾸준하게 도움이 되는 말들을 많이 했습니다. 이번 방한에서도 은퇴 후 한국대표팀 명예감독직을 수락하며 힘닿는 데까지 한국 축구를 돕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밖에도 히딩크가 한국에서 이루고 싶었던 꿈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사업인 드림필드, 축구센터 건립에도 매번 신경을 쓰며, 풀뿌리 축구 발전에 온 힘을 쏟으려 하고 있습니다. 일반 선수 못지않게 어린이, 장애우들을 위한 저변 확대가 축구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감독 했을 때보다 더 의미 있는 일들을 계속 하고 있으며, 그런 모습들 하나하나 볼 때마다 정말 대단한 의리파라는 생각이 저절로 나게 합니다. 항상 무언가를 남기고 떠나는 히딩크 감독이 계속 고맙고 또 고마울 뿐입니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월드컵 직후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안녕(Good bye)이라는 말 대신 다시 보자(So long)고 말하고 싶다'면서 네덜란드로 떠났습니다. 이후 히딩크는 정말 그 말 그대로 매년 한국을 다시 찾으며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 히딩크 감독에게 우리가 보여줘야 할 것은 그에 맞게 축구계가 나서 진정한 발전과 더 큰 꿈을 이뤄나가는 것일 겁니다. 감독을 맡았을 때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며 본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그 모습처럼, 한국 축구라는 토양에 씨앗을 뿌리고 꾸준하게 물을 주고 가꿔가는 히딩크 감독의 노력이 진정한 결실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