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탱크' 박지성이 서른 줄에 접어든 걸 보면 참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2002년 월드컵 때 막내급 선수였던 그가 2006, 2010년까지 세 번의 월드컵을 거치며 '캡틴박'으로 거듭나고, 잉글랜드 프로축구 최고의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벌써 6년이나 뛴 경험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는 제법 묵직한 경력을 자랑하고, 베테랑이라는 단어가 어울리게 됐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는 박지성을 볼 때면 언제나 든든하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다가옵니다.

그런 그가 언젠가부터 남에게 베푸는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합니다.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해 자신이 축구 선수로서 꿈을 키웠던 경기도 수원에 '박지성축구센터'를 건립했는가 하면 기부 자선 활동도 자주 해 관심을 받았습니다. 팬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조금씩 돌려주기 위해 그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하게 많은 일을 해왔습니다.

▲ 오는 15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JS파운데이션(박지성 재단) 주최로 열리는 '제1회 두산 아시안 드림 컵대회'를 앞두고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박지성이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리고 서른 줄에 접어든 시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경기를 직접 열어 또 한 번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박지성이 이사장을 맡은 JS파운데이션(박지성재단)이 주최하는 제1회 두산 아시아드림컵이 15일 저녁, 베트남 호치민 통낫경기장에서 열리는 것입니다. 베트남 리그 클럽팀인 나비뱅크와 아시아 출신 축구 스타들이 대거 포진한 박지성 프렌즈와의 대결로 치러지는 이번 경기에서 박지성은 아시아 축구 저변 확대를 돕고, 아시아 지역의 미래 축구 꿈나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계기를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박지성이 주최하는 이번 자선경기는 여러 가지로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현역을 뛰고 있는 선수로서 쉽지 않은 가운데서도 다른 나라에서 의미 있는 경기를 치르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거의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아닌 동남아시아 대표 국가, 베트남을 경기 장소로 정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축구 뿐 아니라 아시아 축구의 전체적인 성장을 위해 '양대 산맥' 동아시아, 중동이 아닌 동남아시아에서의 경기 자체만으로도 이번 경기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동안 자선 경기, 기념 경기, 이벤트 경기 하면 FIFA(국제축구연맹), 각 국 축구협회 등이 주최를 해왔습니다. 최근 10년 전부터 축구 스타들이 자선 재단을 만들어 오프 시즌에 이벤트 경기를 했지만 은퇴 후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경기를 가진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홍명보 현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지난 2003년, 현역 은퇴 직전에 재단을 만들어 9년 동안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크리스마스에 자선 경기를 갖고 있습니다. 국내 소아암 환자 어린이들, 어려운 형편을 갖고 있는 이웃을 위해 현역, 은퇴 스타들이 나선 축구 경기는 축구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은 국내가 아닌 아시아를 주목했습니다. 자신이 20년 넘게 한 축구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 베풀고, 특히 한국이 속한 아시아 축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했습니다. 한국 축구가 더 크려면 아시아 축구가 더 커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고, 이에 대한 자신의 역할론을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던 가운데서 그는 자선 재단 설립을 통해 현역을 뛰고 있는 선수들 뿐 아니라 꿈나무들까지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어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것이 바로 베트남에서의 자선 축구 경기였습니다. 유럽, 남미에서 뛰는 선수가 아닌 한국, 일본, 중국, 북한 등 아시아 각국 유명 선수들이 나서는 자선 경기는 같은 아시아 국가로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열기를 띄우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미 베트남 내에서 이번 경기에 대한 관심, 기대는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미약한 점은 있어도 일단 박지성이 바랐던 대로 자선 경기는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홍 감독의 뒤를 이어 박지성까지 자선 재단을 만들어 자선 경기 같은 좋은 취지의 경기도 열리는 것은 우리 축구계, 그리고 체육계가 그만큼 성장했으며, 그런 과정에서 팬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새롭게 시사하는 면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물론 홍명보, 박지성처럼 하라는 법도 없고, 자선 재단을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여건도 갖춰져 있어야 하겠지만 은퇴 이후 또는 은퇴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미리 기반을 닦아 새로운 도전을 펼치는 것은 많은 후배 선수들에게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꿈나무 양성 뿐 아니라 소외 계층 기부, 나아가 세계로 확대해 펼치는 자선 사업은 체육계가 팬들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도 만들고, 선수 개인 뿐 아니라 한국 축구, 한국 스포츠를 알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박지성은 이번 자선 경기에 대해 "축구를 좋아하는 베트남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하고 싶었다. 어린이들이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을 직접 보며 꿈을 키워가길 바란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번 경기가 담고 있는 의미 뿐 아니라 우리 축구계, 체육계에도 새로운 꿈과 희망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박지성 자선경기는 진일보한 첫걸음을 내딛으며,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경기가 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의 대표적인 축구 축제로 떠오르는 박지성 자선경기가 되기를 많은 팬들은 바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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