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MBC 정문 앞에 굳은 표정의 한 남자가 서 있다. “MBC 라디오 2시만세 청취자 여러분 죄송합니다”라는 글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은 바로 가수 김흥국씨다.

김흥국씨는 지난해 4월부터 코미디언 김경식씨와 함께 MBC 라디오 <2시만세>를 진행해 왔다. 그러던 중,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김흥국씨의 한나라당 선거 유세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우용 라디오본부장의 책임을 요구했고, 결국 MBC는 김흥국씨의 하차 소식을 언론에 전했다.

MBC는 지난 3일,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두시만세>의 공동 진행자 김흥국 씨가 일신상의 문제로 프로그램을 하차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MBC의 주장에 대해 김흥국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라디오를 그만 둘, 그 어떤 일신상의 이유도 없었음에도 MBC가 일방적으로 하차 소식을 언론에 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가수 김흥국씨가 13일 낮 서울 여의도 MBC본사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송선영
13일 낮, 1인 시위 현장에서 만난 김흥국씨는 MBC노조가 어떠한 맥락에서 자신의 선거 유세 관련 의혹을 제기했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현재 MBC 라디오 평PD들이 왜 이우용 본부장을 문제 삼고 있는지 또한 이해하고 있었다. 또 MBC 구성원들이 MBC라디오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의 원인으로 이우용 라디오본부장을 지목하고 있는 상황 또한 이해하고 있다.

“이우용 라디오본부장, 갑자기 그만 두라고 해”

먼저, 김흥국씨에게 물었다. 1년 넘게 라디오를 진행한 MBC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이유를.

“MBC 홍보국장은 내가 일신상의 이유로 하차한다고 했지만 그건 그들의 이야기다. 나는 아니다. 내가 방송에서 왜 그만 두게 되었는지 모르는 분들 있을 거다. 그래서 알리고 싶었다. 내가 왜 그만 둔 건지, 왜 하차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시간에 내 목소리를 듣던 청취자들은 아무 죄가 없다. 그래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열심히 한 죄 밖에 없다. 청취율 높이기 위해 노력했는데 갑자기 라디오본부장이 그만 두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우용 라디오본부장의 행보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나는 이제 와서 왜 문제를 삼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내가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과) 친분 있는 건 다 알지 않나. 문제 삼으려면 봄 개편 때 문제 삼았어야지. (제작진이) 가을 개편까지 2~3달 남았으니 시간적 여유를 주고 잘 마무리 할 수 있게 하자고 했는데도 안 됐다. 노조에서 이우용 본부장을 문제 삼고 공격하니 (이 본부장이) 자기 앞길 위해 나만 정리한 거다. 내가 희생양이 됐다.”

▲ 가수 김흥국씨가 13일 낮 서울 여의도 MBC본사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송선영
김흥국씨는 이우용 본부장이 ‘살생부’를 가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즉, 이 본부장 스스로가 어떠한 식으로든 라디오DJ 가운데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 사람을 정리해 놓았다는 것.

그는 “이우용 본부장이 살생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여기 MBC 사내에 있는 사람 모두가 알고 있다. 본부장 혼자서 DJ를 바꾸려고, (바꾸려는) 명단을 혼자 갖고 있다”며 “다른 DJ들도 지금 불안해하고 있다. 희생은 나로서 끝내고 싶다”며 착찹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코미디언 김미화씨의 하차와 자신의 하차는 ‘분명히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김미화씨가 ‘정치적 외압’으로 시달린 끝에 결국 자진 하차라는 방식을 택했던 것과는 달리, 자신은 이우용 라디오본부장 한 사람의 독단적인 결정에 의해 하차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안다. 노조가 왜 그랬는지…”

현재, 대한가수노동조합 등 일각에서는 김흥국씨 하차 원인을 둘러싸고 MBC노조에 책임을 묻고 있다. MBC노조가 김흥국씨의 선거 유세 관련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에 김씨가 결국 하차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김흥국씨는 “노조에서도 (나한테) 미안해하고 있다. 나는 노조가 왜 그랬는지 안다”는 입장을 밝혔다. MBC노조에서 문제를 제기한 근본적인 이유가 자신이 아닌, 이우용 본부장이라는 것도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안다 노조가 왜 그랬는지. 라디오 평PD들도 ‘집에 가야 될 사람이 본부장으로 왔다’고 그러더라. 사장이랑 친해서 그런지 갑자기 왔다. 낙하산의 일종인가? 구성원들이 이 사람에 대한 불만이 많은 거다.”

자신이 1년 넘게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던 방송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김흥국씨. 김씨는 오는 17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낮 1시까지 MBC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17일 낮에는 삭발을 할 예정이다.

한편, 김흥국씨는 MBC를 향해 “어떠한 이유로 퇴출 되었는지 명백히 밝혀달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씨는 앞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MBC를 향해 “라디오 진행자의 자격이 어떤 것인지, 예능 오락 프로 진행자인 제가 어떤 사유로 경고등 사전 주의조치도 없이 퇴출 되었는지 명백히 밝혀 주길 바란다”며 “함께 거론되는 몇몇 라디오 진행자와의 형평성을 직시하고 차후 예견되는 또 다른 피해자에 대한 입장을 밝혀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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